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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발언, 혼란스러운 수험생들
남건우 ㅣ 기사 승인 2023-07-03 10  |  677호 ㅣ 조회수 : 371

▲수험생들이 문제지의 인쇄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 유튜브 채널 ‘KICE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영상 갈무리)



 6월 15일(목)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하 이 장관)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관련해)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브리핑에서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이하 윤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의 출제 난이도 조정 지시를 전했다. 이 장관의 브리핑 이후 학원가와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물수능 논란이 번졌고, 대통령실에서는 브리핑 4시간 후 오후 6시경 윤 대통령의 구체적 발언을 추가 공개했다.




수정된 브리핑에도

논란은 일파만파


 수정된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에 관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더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막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사교육 산업을 언급하고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밝혔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의 수정된 브리핑 사항에서도 이른바 ‘킬러 문항’을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는 의중이 확인되며 변별력이 없는 ‘물수능’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킬러 문항’ 배제 소식에 대부분의 수험생과 학부모 측에서는 문제가 너무 쉬워져도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킬러 문항’이 없어지고 평이한 난도의 문제들만 출제되면 한 문제만 틀려도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떨어질뿐더러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정치적 개입으로

혼란만 가증되는 수험판


 수능을 공교육 교과과정 내에서만 출제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문책성 지시가 내려진 지 나흘 만에 이규민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했다. 이규민 전 평가원장은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기관장으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의평가 출제의 책임 소재로 인한 평가원장의 사퇴로서는 최초의 사례가 됐다. 이례적인 사례인 만큼 논란이 일고 있던 와중 대통령실은 올해 수능부터 ‘킬러 문항’을 제외하기로 한 데에 대해 “이미 3개월 전 예고했던 내용”이라고 지난달 20일(화)에 밝혔다. ‘킬러 문항’ 배제라는 방침이 며칠 전 실시된 6월 모의평가에서도 적용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실은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 출제를 배제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경위를 살피기 위해 교육부와 평가원 복무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지난달 28일(수) 세무당국과 입시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날 메가스터디, 시대인재, 종로학원 등 대형 입시 업체들에 조사관을 보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진행된 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불시에 이뤄진 비정기 세무조사로 알려져 사교육 업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6월 모의평가, ‘킬러 문항’

의 향연이었는가?


 그렇다면, 대통령실이 언급한 이번 6월 모의평가의 난도는 어땠을까? EBS에서 발표한 6월 모의평가 국어 영역의 1등급 커트라인 추정 원점수는 화법과 작문 96점, 언어와 매체 92점으로 작년도 수능 국어 영역 1등급 커트라인과 비슷한 점수가 형성됐고, 전반적으로 평이한 난도로 평가된다.



 한편, 수학 영역의 경우 기존 객관식에서만 출제하던 합답형 유형을 주관식에 출제하며 파격적인 변화를 선보였다. 동시에 기존 ‘킬러 문항’으로 불리는 15번, 22번, 30번의 난도를 낮추고, 공통과목 12번~14번과 선택과목 28번에 배치된 ‘킬러 문항’에 준하는 ‘준킬러’ 문제의 난도를 강화하는 듯한 기조를 보였다. EBS에서 발표한 1등급 커트라인 추정 원점수는 미적분 82점, 확률과 통계 87점, 기하 84점으로 작년 수능 수학 영역 채점 결과와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이처럼 일각에서는 전반적인 6월 모의평가의 추정 등급컷과 수험생들의 평가를 고려해 볼 때 오히려 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 배제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잘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킬러 문항’의 배제,

불가피한 것인가?


 이처럼 많은 논란으로 휩싸인 윤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배제 발언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발언은 아니다. 실제로 ‘킬러 문항’으로 점철돼 ‘불국어’로 회자되는 2019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의 채점 결과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채점 결과 1등급 커트라인 원점수는 84점,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150점으로 7차 교육과정 체제 이래 국어 고난도의 끝을 보여준 시험으로 평가된다. 초반 화법과 작문 영역 지문에서부터 많은 정보량으로 인해 시간이 지체됐고 문법 영역에서는 신유형이 등장해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안겼다. 독서 영역에서는 고난도 지문과 문제, 많은 정보량까지 대동한 ‘우주론’ 지문과 ‘가능세계’ 지문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 사태로 여론과 국민의 많은 질타와 비판이 있었으며 당시 성기선 평가원장이 채점 결과에 대해 사과하고 향후 개선을 약속하는 등 ‘킬러 문항’의 역효과를 가감 없이 보여준 사례가 됐다.



 한편, 2021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영역 물리학Ⅱ 채점 결과는 ‘킬러 문항’의 부재가 불러오는 부작용을 보여줬다. 주로 서울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 과학탐구 Ⅱ과목 선택자들의 수준에 비해 평이한 난도로 문제가 출제됐다. 그 결과 1등급 커트라인 원점수가 50점 만점으로 산출됐으며, 11%를 초과하는 만점자 비율로 인해 1개만 틀려도 3등급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동년도 사회탐구 영역 세계지리 채점 결과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평이한 출제 난도로 인해 만점자 비율이 13%를 초과해 2등급 수험생이 존재하지 않았다. 2019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이 ‘킬러 문항’의 부작용을 보여준 사례였다면, 2021학년도 수능 물리학Ⅱ와 세계지리는 수능 시험의 변별력을 잃은 사례로 남게 됐다.




얼마 남지 않은 수능,

더 이상의 혼란은

야기되지 않아야 할 것


 수능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과 그에 따른 입시 제도의 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주제다. 입시 체제의 개혁을 통해 모두가 평등하고 공정한 환경에서 입시를 치르는 것은 분명 우리나라의 미래에 있어 고무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의 유예 기간과 건설적인 논의가 수반되는 경우에 한할 것이다.



 올해 11월에 있을 2024학년도 수능 시험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수능뿐 아니라 대입 전형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험생 모두 저마다의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대입으로 인해 근심과 걱정이 많을 수험생들에게 당장 올해 있을 수능의 난도 조절과 같은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운 소식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다줄지는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남건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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