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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밥상이 병 들어간다
원용찬 ㅣ 기사 승인 2024-03-18 15  |  686호 ㅣ 조회수 : 160

청년들의 밥상이 병 들어간다

‘한 끼 때우기’ 급급한 청년들



 공릉동 대학가에서 자취를 하고있는 A 씨(23)는 오늘도 배달 음식으로 늦은 저녁 식사를 가졌다. 이러한 불규칙한 식습관은 방학 동안 망가진 생활 패턴 탓이 컸다.



 “주변에서 통제하는 사람도, 감시할 사람도 없다 보니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게 됐다. 방학에는 항상 새벽 늦게 자고 오후에 일어나는 생활을 했다. 그래서 점심과 저녁도 늦게 먹는 게 습관이 됐다. 어쩔 땐 귀찮기도 하고 식욕도 없어 한 끼는 건너뛴다. 그러다 저녁을 안 먹으면 밤늦게 야식을 먹게 된다”



 영양 섭취 불균형도 문제였다. 평소 A 씨는 직접 요리한 음식보다는 간편식 위주의 식사를 했으며, 배달 음식 이용이 잦았다. 주로 밖에서 생활하다 보니 집에서의 식사는 많지 않았고, 이로 인해 요리 재료들은 남거나 상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평소 A 씨의 식사는 다양한 식재료가 갖춰지지 않은, 균형 잡힌 식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요리하려고 사놓은 재료들은 금방 상하더라. 이럴 거면 그냥 사 먹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가끔 요리라고 해봤자 통조림이나 즉석식품, 계란 따위를 이용한 음식이다.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라면도 자주 먹는다. 근데 이게 습관으로 굳어져서 집에서 주로 생활하는 방학 동안 문제가 심각해졌다”



 언젠가부터 ‘식사’보다는 ‘한 끼 때우기’가 목적이 된 생활. 이러한 문제는 비단 자취생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우리대학 생활관에서 거주하는 B 씨(19)에겐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이다.



 “이번 학기는 중식만 신청했다. 이유가 있는 게, 학기 중에는 조식, 중식, 석식 중 최소 한 끼는 신청이 필수다. 근데 한 끼만 신청해도 대략 4~50만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들다 보니, 날 포함한 많은 기숙사(생활관)생들이 1~2끼 정도만 신청한다. 근데 학기 중에는 밖에서 먹을 일이 많아서 돈이 아깝지 않으냐. 그러다 보니 약속이 없는 날에는 보통 편의점에서 식사를 때운다. 삼각김밥, 컵밥, 라면을 주로 먹는 편이다”



 적지 않은 비용으로 인해 모든 끼니를 생활관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생활관 내에서 냉장고나 배달 서비스는 이용이 금지돼 있다. 이들에겐 가까운 편의점이 가장 만만한 식사 해결 수단이다.



 얼마 전 생활관을 나와 자취를 시작한 C 씨(23)는 “자취를 시작하며 오히려 더 잘 챙겨 먹는 것 같다. 요리를 할 수 있기도 하고, 음식을 냉장고에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가정교육과 이심열 교수팀이 2021년 7~8월 19~39세 젊은 성인 남녀 334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점 만점 기준으로 청년의 식습관 평가 결과는 2.8점의 다소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식습관 평가 결과 3점(보통) 미만의 점수를 보인 항목은 ▲매일 세끼 규칙적인 식사(1.9점) ▲매일 과일이나 과일 주스 섭취(2.3점) ▲매일 유제품 섭취(2.4점) 등이었다. 이중 ‘세끼 규칙적인 식사’는 최저점을 기록했다.



 또한 배달 음식 이용은 ‘주 1~2회’가 설문 인원의 44.9%를 기록하며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청년들의 식습관 중 불규칙한 식사와 잦은 배달 음식 이용이 지적되고 있었다. 재학생 대부분 아침 식사 거른다.



 본지가 지난 3월 1일(금)부터 이틀간 우리대학 학우 61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67.2%가 하루에 두 끼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또한 아침 식사 섭취에 관한 질문엔 ▲매일 한다 18% ▲자주 한다 6.6% ▲가끔 한다 36.1% ▲하지 않는다 39.3%의 응답이 도출되며, ‘하지 않는다’가 가장 많았고 ‘가끔 한다’가 3.2%P차이로 뒤를 이었다. 사실상 설문 인원의 대부분이 아침 식사를 거르고 있다는 결과다.



 아침 식사는 잠을 자는 동안 섭취되지 못했던 영양분을 공급해 준다. 특히 포도당과 단백질의 공급을 통해 뇌의 활동을 원활하게 해줌으로써, 뇌의 활력을 돕는다. 따라서 아침 식사를 하면 집중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더불어 아침 식사를 거르면 장시간 공복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때 갑자기 식사를 하면 혈당이 급격히 높아져 섭취 칼로리의 대부분이 체지방으로 축적된다. 이는 곧 과체중으로 이어져 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평소 식습관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냐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 16.4% ▲약간 그렇다 36.1% ▲보통이다 26.2%▲전혀 그렇지 않다 21.3%의 응답이 도출됐다. 그중 ‘매우 그렇다’에 답한 이들은 ‘식사가 불규칙하고 야식을 자주 먹는다’, ‘먹고 싶은 음식만 먹어서 걱정된다’, ‘건강 악화가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등의 이유로 식습관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음식 남는 1인 가구들,

'소분한 혼밥’이 돕는다



 앞선 A 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1인 가구는 음식 재료들을 다 처리하지 못해 결국 남기거나 버리는 일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좁은 자취방에서 매 끼니를 직접 요리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1인 가구들의 불편에 공감해, 노원청년일삶센터는 노원구 1인 가구 청년(만 19세~39세)들을 대상으로 ‘소분한 혼밥’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소분한 혼밥’ 프로젝트는 일삶공작단에 가입한 노원구 1인 가구 청년들에게 싱싱한 야채, 과일, 육류, 반찬 등 다양한 먹거리를 소분해 제공하고 있다. 사전 선착순으로 모집된 참여자들은 노원청년일삶센터 옥상에서 준비된 다양한 먹거리를 무상으로 가져갈 수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한끼로 끝나는 게 아니라 2~3끼 먹을 수 있는 양이라서 좋았다”, “평소에 생선은 손질하기에 까다로워 잘 먹지 못했는데 반찬으로 제공돼 간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혼자 살아서 매번 끼니 걱정 때문에 배달 앱을 하루에 몇 번이나 들어갔는데, 여기서 음식을 제공받으면 하루 이틀은 끼니 걱정을 따로 안 해도 돼 너무 좋았다” 등의 후기를 남겼으며, 식사 인증샷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3월 소분한 혼밥은 3월 19일(화)까지 선착순으로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3월 20일(수) 17:00~20:00에 청년일삶센터에서 진행된다. 3월 프로그램은 채소망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장바구니, 야채 및 과일, 반찬류 등으로 구성되며, 아나바다 활동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더 자세한 공지는 노원일삶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추가 문의는 (070-4201-8808)을 통해 가능하다.



장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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