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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열기 넘치는 여름 속 페스티벌, 그 뒤에 숨은 이야기
서나연, 박진홍 ㅣ 기사 승인 2024-05-13 12  |  689호 ㅣ 조회수 : 125

 벚꽃이 지고 여름이 다가올 때면 대한민국 곳곳은 페스티벌을 맞아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심장이 터질 듯한 음악과 함께 넓은 잔디 위를 뛰어놀게 될 음악 팬들의 에너지로 넘쳐나는 이 시기를 흔히 ‘페스티벌 시즌’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 시기가 다가올 때면 한숨을 푹 쉬며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소음과 수많은 인파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공연장 인근 거주 주민들이다.



록의 부활과 찾아온 페스티벌 신드롬



 흔히 페스티벌은 음악 팬들의 축제로 인식된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시작 이후 전 세계 공연은 질식 상태였다. 태양 빛 아래 폭발해야 할 포효들은 사라졌다. 비대면 공연으로 내몰리면서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무대 위 아티스트들의 모습은 팬들의 시야에서 잊혀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공연의 흔적도 희미해졌다.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빈약했던 한국의 록은 더욱 침몰했다. 2020~2021년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몇몇 록 페스티벌은 한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계속되는 페스티벌 취소에 많은 팬들은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해제와 동시에 세계 록 페스티벌은 곳곳에서 부활하기 시작했다. 록 음악의 기본 정신은 저항이다. 음악에 반전(反戰)·반핵(反核)을 담아 전한다. 그 저항 정신은 코로나-19도 이겨냈다. 2022년 인천에서 개최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한국 전국각지에서 조용했던 페스티벌이 당당히 모습들을 드러냈다. 2년 동안 침묵 당했던 음악 팬들은 이에 응답하듯이 현장에서 쌓아뒀던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페스티벌이 전보다 더 왕성해진 데에는 록 음악의 부흥도 한몫했다. 밴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록 음악이라는 걸 생각하면 여러 밴드가 출연하는 페스티벌은 록 음악 붐과도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 오랜 시간 대중음악계에서 어느새 ‘고루한 음악’의 상징이 된 록 음악은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필터를 통해 재탄생했다. 틱톡이나 쇼츠 같은 숏폼 플랫폼을 통해 수십 년 전 유행한 록 음악이 차트를 역주행하기도 하고, 외각으로 몰려있던 밴드 음악들이 음악 차트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페스티벌의 현장을 담은 공연 영상들은 SNS를 통해 여러 플랫폼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라이브로 음악을 들을 기회를 찾기 시작했고, 이에 페스티벌 수요가 증가하며 이전보다 에너지가 더 커진 페스티벌 신드롬이 발생했다.



페스티벌 이전과 이후, 방대한 양의 쓰레기 처리



 전국 곳곳에서 페스티벌이 개최될 때마다 대략 수만 명의 유동 인구가 몰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쓰레기 처리 문제가 화두이다. 1인당 축제장에서 먹는 한 끼에는 평균 3.5개의 일회용품이 사용된다. 이를 추산하면, 대략 5만 명이 찾는 축제를 기준으로 매일 종량제 봉투가 대략 1천 500여개 정도 발생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과거에는 쓰레기를 분리배출조차 하지 않고 길거리에 일회용품이 널린 쓰레기 축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축제에서는 일회용 대신 다회용 컵과 용기, 수저 등이 제공되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 일회용 컵과 식기, 나무젓가락만 사용하지 않아도 페스티벌을 통해 비축되는 쓰레기를 절반 이상 감축할 수 있다. 실제로 전라남도청은 올해 3월 개최된 광양 매화축제와 구례 산수유축제에 일회용품 없는 축제 만들기를 도입하며 17.2톤의 쓰레기를 감축했다고 밝혔다. 이는 매년 축제가 진행될 때마다 일회용품 배출량이 늘고, 관광객이 남긴 쓰레기 처리 비용도 증가하며 미관을 해친다는 민원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러한 시도는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좋은 방향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축제장을 찾는 엄청난 인파로 인한 소음과 교통 체증



 페스티벌은 사람들의 유희를 위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축제로 인한 소음과 관련된 규제와 해결책은 아직 미비하다. 해당 문제는 주변 거주민들뿐만 아니라 인근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들의 의사소통을 방해해 서식지 파편화를 더욱 악화시킨다. 이는 생물다양성 훼손이 우려되는 점과도 관련 있다.



 실제로 2016년 10월에는 서울 강서구 주민들이 주거지 인근 공원 야외무대에서 강서구청이 벌인 행사의 소음으로 십여 년 동안 받은 소음피해를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적이 있다. 주민들은 소장을 통해 “구청이 2006년부터 강서구 방화동 방화근린공원에 설치한 야외무대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진행해 소음피해에 시달려 왔다”며 “소음으로 인한 아파트 매매가도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당 아파트 가운데 공원에서 불과 50~80m 떨어진 101·104·105동 등은 매매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20일 강서구청이 주최한 ‘제8회 한여름 밤의 페스티벌’ 때는 아파트 주민과 강서구청 공무원들이 소음 문제로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 외에도 축제의 규모에 따라 인근 교통 구역을 통제하며 발생하는 교통체증 문제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인근 거주민과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시민의 무고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주최 측은 교통 통제와 안전관리에 더욱 매진한다. 셔틀버스를 운행해 페스티벌 현장에 모이는 인구를 유동성 있게 이동시키려는 페스티벌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셔틀버스의 수가 현장에 모이는 인원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부족해 여전히 자차를 끌고 오거나 대중교통을 타는 사람들이 많아 보완이 더 필요하다.



페스티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여러 움직임



 페스티벌의 개최 이전, 그리고 이후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와 관련된 대응책은 크게 주최사 측과 시구청 및 공공기관 측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쓰레기 처리 문제와 관련된 주최사 측의 대응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바뀌었다. 과거의 주최 측은 해당 축제가 다른 행사들과 차별화된 축제로서 참여자가 다채로운 경험과 체험을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오늘날 환경 문제가 대두되며 다회용기를 사용해 쓰레기 없는 청정하고 깨끗한 축제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앞선 전라남도에서 주최한 광양 매화축제와 구례 산수유축의 일회용품 없는 축제 만들기 등이 있다. 또한 지구 살리기 캠페인과 같이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페스티벌 일정과 연동해 쓰레기 줍기에 동참하면 경품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두 번째로 소음과 교통 체증에 대한 시구청 측의 대응은 이전과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시구청 측은 이전 행사보다 규모가 커지고 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항상 축제 참여자와 인근 거주민들의 안전을 중요시한다. 이에 축제 안전 점검과 계획 수립 및 관리를 위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또한 해당 페스티벌로 인해 고통받는 인근 거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축제 기간 내 들어오는 수많은 민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더 나은 개선책으로 대응하는 데 열중한다. 이는 구두, 전화, 팩스 등의 전자 민원과 서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용하고자 노력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자유로움으로 포장한 페스티벌?



 직접 페스티벌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알고자 평소 페스티벌을 즐기는 김정인(문창·22)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올해도 페스티벌에 갈 계획이 있는지 묻자 김씨는 “평소에 밴드와 인디 아티스트들을 좋아하며, 화창한 야외 날씨를 선호하기 때문에 갈 계획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서 페스티벌 개최장소 인근 주민들은 소음 문제와 인산인해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고, 매년 방대한 쓰레기 배출에 대해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지 물었다. 김씨는 “페스티벌 당시 여러 곳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들을 많이 목격하며, 그 외에도 쓰레기들로 넘치고 있는 쓰레기통을 자주 마주했다. 인근 주민들의 소음 문제로 인해 정해진 데시벨 이상의 음악을 하지 못하거나 정해진 시간 이외에 무대를 이어가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어본 경험이 있다”며 페스티벌 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페스티벌을 가는 이유에 대해 묻자 “페스티벌만이 주는 자유로움이 그 자리를 계속 찾게 하는 것 같다. 규모가 큰 페스티벌은 내가 원하는 아티스트를 내가 직접 선택해 찾아가 볼 수 있다는 점도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서 “페스티벌 측에서도 방대한 양의 쓰레기나, 인근 주민들의 소음 문제 등에 대한 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청춘’, ‘자유로움’, ‘행복’ 등의 긍정적인 면모만을 내세워 이미지를 구축하고 홍보하기 때문에, 소비를 선택하는 당장의 시점엔 그 외의 문제점들을 아예 잊은 채로 페스티벌에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며 페스티벌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홍보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페스티벌을 다니면서 느낀 문제점이나 보완점이 있냐는 말에 김씨는 “관객들의 안전이 잘 보호되지 않는다고 느낀 적이 많다. 하루종일 스탠딩 존에 서 있던 탓에 쓰러지는 경우가 많으나, 주변 관객들이 큰 소리로 사람이 쓰러졌다 외쳐도 스태프들이 듣지 못해 늦게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관객들이 오래 땡볕에 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나, 관객들의 보호를 위해 자외선을 차단하거나, 더위를 피하는 물품을 주는 등의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안전상의 미흡함도 지적했다. 더불어 “페스티벌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인 기분, 분위기만이 주요한 홍보이고 그 외에 자세한 면모들은 전혀 내세워지지 않은 사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따라서 페스티벌이 그 외에 사회나 자연적인 면모 역시 중요하게 여기고 홍보하는 사업으로 더욱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페스티벌이 문제를 보완하고 더 성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모두의 심장을 뛰게 할 페스티벌을 기대하며



 음악 페스티벌은 한국 음악의 큰 산이다. 소속사의 힘을 얻지 못하는 많은 인디신의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할 수 있는 기회며, 지역에 경제적으로도 파급 효과를 거양할 수 있는 창구다. 페스티벌의 공연장은 도시공원이라는 공간 속에서 사람들에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간과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며 도시에 활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앞으로의 페스티벌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주최사와 공공기관 등은 페스티벌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임에도 아직 미흡한 점이 보인다. 이는 주최사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 노력해야 해결될 문제다. 페스티벌 공연에 대한 사람들의 너그럽고 우호적인 이해가 있기를 기대한다.



서나연 기자

jsdgtj@seoultech.ac.kr

박진홍 수습기자

qkrwlsghd28@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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