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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위기의 대학, 혁신을 위한 움직임
김서진, 이준석 ㅣ 기사 승인 2024-05-27 15  |  690호 ㅣ 조회수 : 126


학문 공동체에서 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우리는 왜 대학에 진학할까?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에 의하면 초·중·고 재학생 중 대학 이상의 교육을 기대하는 학생은 75.1%에 달했다. 그리고 이들이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길 바라는 이유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가 62.4%로 가장 높았다. 이는 많은 학생들이 대학을 직업을 갖기 위한 준비 단계, 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대학 진학 이유는 대학의 본래 역할과는 괴리가 있다. 근대 대학의 기원은 중세 유럽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 이때의 대학은 교사와 학생들 간 일종의 길드였으며 학문에 대한 사랑을 토대로 진리를 추구하려는 집단이었다. 또한 대학이라는 뜻을 가지는 ‘university’의 어원은 ‘universitas’라는 라틴어로, ‘하나’를 뜻하는 ‘unum’과 ‘방향’을 뜻하는 ‘verto’가 합쳐진 단어다. 즉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공동체’를 뜻하는 것이다. 대학의 중심은 대학의 건물이나 행정 체계가 아니라 그곳에 모이는 ‘교수와 학생들의 공동체’에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의 모습은 학문의 진리를 탐구하는 공동체의 모습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사라져가는 인문학, 기초학문의 위기





대학이 본래의 역할을 잃어버리며 응용학문이나 실용학문의 밑바탕이 되는 기초학문이 함께 무너지고 있다. 대학이 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전락하자,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과의 선호가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전국 4년제 대학의 어학 학과는 2018년 920곳에서 2023년 750곳으로 감소했다. 불어교육과가 있는 학교는 원래 총 4개교였지만 경북대학교는 내년부터 불어교육과의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다. 불어교육과는 전국에 3곳만 남게 된다.





또한 대학정보공시시스템 대학알리미에 의하면 독어독문학과는 이제 전국적으로 52곳, 불어불문과는 47곳뿐이다. 최근에는 덕성여대가 2025학년도부터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에 신입생을 배정하지 않으며 사실상 두 학과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서울 소재 대학 중 이렇게 두 학과가 동시에 폐지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학과가 통폐합되는 일은 지방에서 이미 흔한 일이다. 비수도권의 대학은 이제 학과 통폐합뿐만 아니라 대학 자체의 폐지 문제를 겪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 계속되는 악순환





이러한 현상이 특히 지방에서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학령 인구의 감소도 있지만, 학생들이 수도권으로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한 해에만 대구·경북에서 수도권으로 유출된 청년 인구가 만 3천여 명에 이른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 문제는 대학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에 따라 경영위기대학은 2023년 38개로 2년 새 16개교가 늘었다. 그리고 이 중 29개교가 비수도권에 있다. 2000년 이후 폐지된 대학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인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자리 창출이 어렵고 교육·문화·생활 등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될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대학뿐만이 아니다. 청년층이 떠날수록 인력 공급에 차질이 생겨 지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인프라 확충이 어려워지므로 인구 유입을 저해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지방대학의 새로운 생존 전략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이 선택한 생존 전략 중 하나는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외국인 정착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충청북도는 올해부터 유학생 1만명 유치를 위해 ‘충북형 K-유학생’ 제도를 시행한다. 이는 유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학업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더 나아가 지역 정착을 돕기 위한 제도다. 부산광역시 또한 202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만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학생의 이공계 비율을 30% 확대하는 등 3대 목표를 담은 ‘부산형 유학생 유치·양성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단순히 대학을 살리는 방법뿐만 아니라 지역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한 주요 방안이 된 것이다.





미래형 대학 ‘미네르바 대학교’





기존 대학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학교라고 평가받는 학교가 있다. 바로 미네르바 대학교이다. 기존 대학과 비교해서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캠퍼스가 존재하지 않는 점이다. 미네르바 대학교의 학생들은 캠퍼스 근처에서 생활하며 수업을 듣는 일반 대학생들과는 다르게 세계 일곱 군데에 퍼져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100% 온라인 수업을 수강한다. 1학년 때는 대학 본부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부하고, 2학년 때부터 서울(한국), 타이베이(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도쿄(일본), 하이데라바드(인도), 런던(영국)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세계 각 국가의 문화를 경험하고 학습하며 본인의 능력을 향상한다. 미네르바 대학의 설립자인 벤 넬슨은 “주요 기업, 정치, 문화 인사들을 만나는 것만큼 도시에서 살아가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학생들이 다양한 환경과 문화에 놓이도록 지원한다.

 





학습 방식도 기존의 대학과는 다른 형태를 띠는데 매우 능동적인 수업방식을 가진다. 각 수업은 학생 수 20명 이하의 소규모로 진행되는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교수는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의 적극적이고 균등한 수업 참여를 촉진하는 진행자의 역할을 한다. 미네르바 대학의 수업에서는 교수가 일방적으로 4분 이상 연속으로 말하면 안 되는 규칙이 있을 만큼 학생들이 수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거의 모든 수업이 참여형으로 진행되면서 학생들은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창의적, 비판적 사고능력과 토론 및 의사소통 능력을 빠르게 상승시킬 수 있다.





대학혁신을 위한 국가적 노력





대학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치권에서도 심각하게 언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 국립대에 대한 부실한 지원을 근거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공약을 지난 총선 때 발표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역 거점 국립대(강원대·충북대·충남대·경북대·부산대·경상국립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의 70% 정도 수준까지 높이며 높은 수준의 교육여건을 제공해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공약이다. 거기에 더해 다른 지방대에 대한 지원도 늘리며 수도권 쏠림 현상을 방지해 균형 잡힌 대학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또한 대학소멸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스위스 IMD(국제경영 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가 경쟁력이 작년 기준 63개국 중 28위에 올랐지만, 그에 비해 대학 경쟁력 순위는 49위에 위치하며 현 대학 체계에 대한 의문을 품게 했다. 거기에 더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격차가 심화돼 지방대학의 경쟁력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에 혁신을 추진하려는 비수도권 대학 30개에 대해 2027년까지 5년간 각 1,000억 정도를 지원해 대학 교육혁신과 지방대학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글로컬대학 30’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정책은 지역 발전에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며 과감한 투자를 통해 대학과 지역의 공동 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추가로 기존 대학의 과감한 혁신을 방해하는 경직적인 제도와 규제는 신속히 개혁해 대학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을 계획한다. 현재는 부산대, 전북대, 한림대 등을 포함한 비수도권 10개 대학을 지정했고 단계적으로 20개 대학을 추가로 지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대학, 교육혁신이 필요한 때 





‘대학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 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고등교육법 제28조에 따른 대학 교육의 목적이다. 즉, 대학 교육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아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는 것이 대학 진학의 의미다. 실제로도 대학은 성인이 된 학생들과 기업, 국가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원하는 분야의 전문 지식을 학습하도록 돕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제공해 여러 아이디어를 주고받기도 하고 학연을 통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앞으로의 사회진출에 큰 도움을 준다.

 





대학이 이런 기능을 다 하기 위해 교육부는 ‘대학혁신 지원사업’을 통해 대학 교육혁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을 위해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교육혁신 성과, 핵심 교육성과, 자체 성과관리를 평가해 성과금을 배분한다. 교육혁신 평가에서는 학생 전공 선택권 확대, 학사 구조의 유연화, 교육체제의 개편 등 여러 측면에서 평가해 대학 교육 변화를 지원한다.





4차 산업혁명, AI의 발전 등은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이끌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대학 교육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기존의 지식습득에만 중점을 둔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창의적 사고와 지적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학생들 사이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여러 이유로 인해 대학소멸이 먼 미래가 아닌 지금의 문제가 된 현시점, 대학의 긍정적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을 통해 학생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서진 기자

tjwlsp@seoultech.ac.kr



이준석 수습기자

hng458@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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