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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여유를 더하는 문화의 숲 ‘더숲 아트시네마’
서나연 ㅣ 기사 승인 2024-07-15 11  |  692호 ㅣ 조회수 : 116

 ‘영화는 세대를 넘어서 꾸준히 사랑받아 온 귀중한 여가’라는 말이 있다. 특히 과거에 이렇다 할 여가 문화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영화는 유일한 문화생활이었다. 올해 상반기에 극장을 휩쓴 영화는 <파묘>와 <범죄도시 4>이다. 지난 27일 영화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개봉한 <파묘> 그리고 4월 개봉한 <범죄도시 4>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를 점령했다. <파묘>를 배급한 쇼박스 그리고 <범죄도시 4>를 배급한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상반기 한국 영화 배급사별 매출액 순위에서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파묘>와 <범죄도시 4>가 천만 관객을 달성하며 한국의 영화산업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손익분기점 평균의 70~80%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할리우드 대작과 오락적 성격의 상업영화가 휘몰아치는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독립·예술영화를 찾는 관객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독립·예술영화 분야에서는 <추락의 해부>, <로봇드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이 올해 상반기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창작자의 의도를 최우선으로



 독립영화는 독립적인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말한다. 여기서 ‘독립’은 배급망과 자본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우선의 목표로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영화와는 다르게 독립영화는 창작자의 의도가 최우선으로 중시되며, 주로 단편영화로 만들어진다. 인디영화라고도 부른다.



 흔히 우리가 보는 영화는 상업영화가 대부분이다. 유명한 인기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고, 여러 방면으로 홍보를 하지만 상업적인 성격을 가지는 만큼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한정적인 주제가 많다. 반면 독립영화는 창작자의 의도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독립영화 대부분이 저예산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생소한 배우도 많이 등장하고, 홍보도 적은 편이다. 그만큼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다양한 주제를 영화에 담고 있어 시각을 넓힐 수 있고, 예술성이 부각돼 색다른 재미를 주는 장르다.



독립영화관, 예술인들의

최후의 보루



 접근성이 떨어지는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에 밀려 일반 극장에서는 만나보기 어렵다. 독립영화는 주로 독립영화관을 통해 상영된다. 독립영화관은 말 그대로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다. 독립영화 최후의 보루로도 불리고 있다.



 독립영화관은 주로 예술 영화나 다양성을 다룬 영화,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곳으로 일반 상업영화나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에 밀려 극장에서 상영하기 힘든 영화들을 상영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영화 시장과는 다소 다르다. 독립영화관은 극장 수가 적기 때문에 수입단가나 배급 규모도 차이가 나는 편이다. 관객이 1만 명만 넘어서도 화제가 되는 정도이다. 독립영화만을 상영하지는 않는데, 상업영화 중에서도 예술 영화에 해당하는 작품은 독립영화관에서도 상영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관 이상의 영화관



 덜 알려진 명작을 보고 싶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반기는 독립·예술영화로 가득 찬 노원구의 독립영화관이 있다. 서울 노원구 유일의 독립·예술 영화관인 ‘더숲 아트시네마’는 노원문고가 설계한 문화 복합 공간인 ‘더숲’의 시네마 브랜드로, 극장뿐만 아니라 아트 갤러리, 카페, 베이커리, 서점, 세미나룸으로 구성돼 있다.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와인숍과 카페, 베이커리 그리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아트 갤러리와 영화관, 서점 등이 함께 조성돼 있어 한 공간에서 다양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 가끔 영화 상영작과 관련된 강연과 흥미로운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더숲 아트시네마는 우리대학과 접근성이 좋은 7호선 노원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지난 7월 3일(수), 더숲 아트시네마를 찾았다. 지하에 위치해 있어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내려가는 내내 벽면에 붙어있는 다양한 독립영화 포스터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고소한 빵 냄새와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로 공간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언뜻 보기엔 카페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곳곳에 붙어있는 영화 포스터들과 영화와 관련된 상품들이 곳곳에 진열돼 있어 이곳이 영화관이라는 것을 알게 해줬다. 책들이 가득 꽂힌 책장들과 벽에 걸려있는 미술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전을 열기도 하는 듯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 공간도 구성돼 있었다. 영화뿐만 아니라 책과 그림 등 여러 예술 작품들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영화 상영관은 지하 2층에 위치해 있다. 지하 2층에도 테이블이 마련돼 있는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하 1층과는 다르게 상영관과 붙어있어서인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화 없이 책을 읽거나 개인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영관 옆에는 상영될 영화 포스터들이 배치돼 있었고, 관람 여부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들고 갈 수 있었다. 이날 방문한 더숲 아트시네마에서는 <찬란한 내일로>가 상영 중이었다. 더숲 아트시네마에 온 만큼 영화 관람을 해보기로 했는데, 티켓의 가격이 일반 영화에 비해 저렴한 편인 10,000원(평일 성인 기준)으로 구성돼 있었다. 상영관에 입장하고 영화가 시작되기 전 광고를 시청했다. 영화 시작 전 스크린에 나오는 광고들은 전부 독립영화의 광고이거나, 개최되고 있는 전시회나 영화제의 광고였다. 더숲 아트시네마에서 주최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광고도 나왔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임이 물씬 느껴졌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일반극장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기 전부터 불이 켜지고 직원이 들어와 관객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반 영화관과 달리, 이곳에서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야만 영화관의 불이 켜지고 문이 열린다. 영화의 감동을 끝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었다. 관객들도 도중에 퇴장하거나 엔딩 크레딧을 촬영하지 않고 끝까지 영화를 관람했다.



조금은 느린 호흡으로,

오래 기억될 영화



 이윤 추구가 최우선으로 중요시되는 상업영화와 달리 창작자의 의도가 중요시되는 독립영화만이 주는 여운이 클 때가 있다.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소소한 화면으로 채운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와는 다른 깊이와 잔잔한 울림의 여운을 준다.



 빨리 내려가고 무수히 새로 쏟아지는 영화의 홍수 속에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이 이끄는 OTT 전성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더숲 아트시네마에서 마주한 사람들은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도 떠나지 않고 그곳에 남아 영화가 주는 여운을 오랫동안 곱씹고 있었다.



 조금은 느린 호흡으로, 여유 있게 하루를 보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더숲 아트시네마를 다녀왔다.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책과 미술작품 등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더숲 아트시네마에서 발견한 영화들의 씨앗이 삶 속에 살포시 심어질 날을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



서나연 기자

jsdgtj@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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