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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문턱을 넘어 시민과 소통하다, 북서울미술관
김종현 ㅣ 기사 승인 2024-08-23 14  |  693호 ㅣ 조회수 : 103


최근 서울시의 기온이 35도를 넘나들며 연일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무더위 속에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문화시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대학이 위치한 노원구에도 여러 문화시설이 존재하는데, 그중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접근성과 쾌적한 관람환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3년 개관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다양한 전시와 문화 행사로 지역 주민에게 사랑받고 있다. 북서울미술관은 3~10월 기준 오전 10시부터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은 오후 8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후 7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관람료는 상설관의 경우 무료이지만, 특별전에 한해 유료로 운영된다. 지난 8월 3일(토),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을 방문했다.



시민과 함께 예술로 나아가다



북서울미술관은 서울 지하철 7호선의 하계역과 중계역 사이에 위치해 역에서 도보로 5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미술관은 중계동 등나무근린공원에 자리 잡고 있어 초록빛의 잔디밭과 나무 등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미술관에 들어가자 높은 층고와 날카로운 조각의 형상을 한 천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높은 층고 덕에 탁 트인 시야와 전체적으로 밝은 색감의 구성은 관람객에게 개방감을 줬다.



출입구의 왼쪽엔 ‘하트탱크’라는 관람실이 있었다. 방문 당시 ‘하트탱크’에는 <서도호와 아이들: 아트랜드>가 전시되고 있었다. 10평이 조금 넘어 보이는 전시실에는 형형색색의 점토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온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작가가 혼자 만들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수가 많았는데, 족히 300여 개는 넘는 듯 했다. 전시관 벽 한편에 부착된 전시설명을 통해 작품이 많을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 것이었다. 지역 주민과의 소통 공간으로 설계됐던 미술관의 비전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미술관 1층의 오른편에서는 비교적 큰 규모의 전시관을 볼 수 있었다. 전시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이 진행되던 제1전시실은 내부의 계단을 통해 2층까지 연결돼 있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스크린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스크린에서는 ‘앤리’라는 애니메이션 인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크린 옆에 놓인 포스터와 그림들을 뒤로하고 2층으로 올라가니 1층과 유사한 크기의 스크린을 볼 수 있었는데, 이 스크린에서 장장 8시간 40분 분량의 비디오가 쉴 새 없이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를 낭독하고 있었다. 이 전시관은 어두운 조명과 넓은 면적에 비해 적은 작품 수, 작가의 의도를 알기 힘든 작품들로 인해 공허함이 느껴졌다.



예술과 건물 양식이 조화하는 미술관



전시실을 나와 2층의 다른 전시실로 이동하기 위해 복도를 걷던 중 비누 향을 맡을 수 있었다. 향기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린이 갤러리에 다다랐다. 지하에 위치한 어린이 갤러리는 천장이 없어 최대 17m의 층고를 가진다. 이 때문에 미술관의 1층은 물론 2층까지도 그 향기가 도달할 수 있었다. 어린이 갤러리에서는 신미경의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이 전시돼 있었다. 전시관을 둘러보며 작품을 설명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비누로 만들어진 전시 조각들은 좋은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통념상 전시는 시각과 청각 정도를 활용해 전시하는 반면, 해당 전시관에서는 후각을 이용해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전시실의 출구 바로 앞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의 입구에는 다른 전시관처럼 <화장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화장실 내부 세면대의 옆에는 전시관의 조각과 흡사한 비누로 이뤄진 천사 조각이 있었고, 관람객들은 이 천사 조각으로 손을 씻었다. 앞서 언급한 관람객과의 소통을 주요 비전으로 삼은 북서울미술관과 작가의 의도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불행 수집가>, <소원을 말해봐> 등 다른 전시에서도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체험행사가 있었다. <불행 수집가>에서는 관람객이 불행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직접 흙으로 빚은 조형물을 전시하는 행사가 열렸고, <소원을 말해봐>에서는 관람객이 자신의 소원을 적어 거대한 인물상에 붙여 자신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기원하기도 했다.

북서울미술관은 사람과 자연, 예술이 함께 살아 숨 쉬는 문화 소통의 공간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이러한 설계에 걸맞춰 미술관은 지역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참여형 전시 행사를 기획하는 한편, 영화관람회 등 지역의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다하고 있다.



올해 남은 전시는



북서울미술관은 전시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 <서도호와 아이들: 아트랜드>를 내년까지 진행하는 한편, 올해 12월에는 작년에 이어 <2024 타이틀 매치>를 기획하고 있다. <타이틀 매치>는 두 명의 작가가 한 주제에 대해 정반대의 주장을 작품으로 드러내는 기획전으로 작년에는 이동기 작가와 강상우 작가가 ‘리얼리즘과 추상이라는 흐름’을 주제로 참여했다. 올해 <타이틀 매치>에 참여하는 작가와 주제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추후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보러 미술관가는 사람들



북서울미술관은 전시 이외에도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북서울미술관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는 노원구청과 함께 미술관 지하층 다목적홀에서 청춘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오는 8월 20일(화)과 27일(화)에는 각각 영화 <암살>과 <집으로 가는 길>을 상영한다.

야외에서도 영화상영회를 진행하고 있다. 북서울미술관 앞마당에서 진행되는 야외영화상영회는 매달 1~2회 금요일에 상영한다. 영화상영회는 5~8월에는 20시, 3~4월과 9~10월에는 19시에서 19시 30분 사이의 늦은 시간대에 상영을 시작해 비교적 시원한 공기 속에서 관람할 수 있다. 청춘극장은 저연령 관람객이 시청하기에는 부적절한 영화도 상영하기에 야외영화상영회에서는 영화 <스페이스 독3>, <몬스터 아카데미> 등 비교적 어린 연령의 관람객이 좋아할 만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상영한다.

미술관의 3층에는 미술 및 문화예술 전문 서적을 읽을 수 있는 ‘아트 라이브러리’가 있다. 1만여 권이 넘는 장서를 갖추고 있는 ‘아트 라이브러리’는 전시를 관람하지 않는 관람객도 이용할 수 있어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종현 수습기자

24100076@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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