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가운데에 바쁜 도시의 흐름을 잠시 멈춰 세우는 공간이 있다. 청계천은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며 자연과 휴식을 더해주는 공간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청계천은 서울의 변화와 함께 여러 차례 모습을 바꿔왔다.

▲ 서울 중구 장교동에 위치한 삼일교에서 내려다본 청계천의 모습
복잡한 도심 속 작은 여유, 청계천
조선시대부터 청계천은 서울 사람들의 생활과 가까운 곳이었다. 빨래터이자 생활 공간이었고,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였다. 그러나 도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오염 문제가 발생했고, 1950년대 이후 도로가 하천을 덮으며 한동안 사람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2003년 시작된 청계천 복원 사업은 사라졌던 하천을 다시 시민들의 공간으로 되돌려놓았다. 청계천 위로 놓였던 도로가 철거되고 수로와 산책로가 조성됐다. 과거 생활의 중심이었던 하천이 현대적인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청계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물소리가 들린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와 수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도심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낮의 청계천은 햇빛과 주변 건물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물 위로 햇빛이 반짝이고 산책로를 따라 사람들이 오간다. 그러나 밤이 되면 분위기는 다시 달라진다. 주변 건물의 불빛과 조명이 물 위에 비친다. 같은 장소지만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물결 위에 피어난 빛과 예술

▲ 미디어아트 전시 청계 소울 오션 ‘인어가 헤엄치는 밤’
청계천의 매력은 자연과 산책로에만 머물지 않는다. 다양한 미디어아트는 청계천을 하나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든다. 청계천을 걷다 광교에 들어서면 빛과 영상으로 꾸며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흐르는 물과 주변 건축물, 조명이 하나의 배경이 되고 그 위에 영상과 빛이 더해진다.
현재 청계천에서는 ‘청계 소울 오션’ 미디어아트가 진행되고 있다. 청계 소울 오션은 서울과 청계천의 △계절 △생태 △역사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미디어아트로 선보이는 전시다. 해당 전시는 매달 다양한 테마를 추가해 청계천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산책 중에 자연스레 작품을 만나고, 작품을 통해 다시 청계천의 풍경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청계천의 미디어아트는 도시 공간에 예술과 기술을 더하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작품을 경험하도록 만든다.
청계천에 펼쳐진 야외도서관, 책읽는 맑은냇가
광통교를 지나 모전교 방향으로 걷다 보면 청계천 물가에 마련된 작은 독서 공간이 있다. 서울야외도서관 ‘책읽는 맑은냇가’다. 하천을 따라 길게 늘어선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의자마다 놓인 작은 조명이 하나둘 켜지며 청계천의 저녁 풍경에 은은한 빛을 더한다. 물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으며 독서에 자연을 곁들일 수 있다는 점이 일반적인 실내 도서관과 다른 매력이다.

▲ 책읽는 맑은냇가. 청계천을 바라보며 책을 읽는 시민들
물가에 앉은 사람들의 뒤편에는 물결 모양의 서가가 자리하고 있다. 작품처럼 전시된 물결서가는 ‘Dear Myself’를 주제로,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북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생활을 위한 공간이었고, 한때는 도시 개발 속에서 사라졌던 청계천이 이제는 산책과 문화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한 것이다.
서울시청 하늘전망대, 도심의 밤을 한눈에 담다
청계광장에 다다른 뒤 왼쪽으로 이어지는 세종대로를 따라 걸으면 유리 외벽이 불빛으로 밝아진 서울시청이 모습을 드러낸다. 본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으로 올라가면 탁 트인 전경이 펼쳐지는 ‘하늘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기존에는 주중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됐지만, 지난 9월 4일(금)부터 금·토요일에는 오후 10시까지로 운영 시간이 연장됐다.
천장까지 이어진 전망대 통유리 너머로는 덕수궁과 광화문에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세종대로의 불빛이 펼쳐진다. 낮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도로와 건물도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특히 해가 진 뒤에는 덕수궁과 도심의 불빛이 어우러져 서울의 밤 풍경을 만들어 낸다. 청계천을 따라 이어진 산책의 끝을 서울시청의 꼭대기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도 하늘전망대의 매력이다.
청계천 일대는 서울의 빽빽한 건물 속에서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선선해지는 가을에는 도심의 답답함을 벗어나 청계천에서 색다른 휴식을 경험하는 것은 어떨까.
양혜정 기자
hjysheep@seoultech.ac.kr
조유나 수습기자
yunajo930@seoul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