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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 오류 논란, 수험생만 피본다
박수겸 ㅣ 기사 승인 2021-12-05 20  |  653호 ㅣ 조회수 : 58

수능 출제 오류 논란, 수험생만 피본다



  지난 11월 18일(목),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시행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간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반적인 학력 저하가 우려된 상황이다. 게다가 국어 영역과 수학 영역의 1등급 합격선 점수도 작년과 비교해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이번 수능은 이른바 ‘불수능’이었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또한 첫 문·이과 최초 통합 수능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 입시계에서 크게 논란이 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출제 오류 논란이다.



대폭 늘어난

이의제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11월 18일(목)부터 22일(월)까지 수능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았고, 총 1,014개의 이의 신청이 올라왔다. 이는 지난 2021학년도 수능(417건)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중에서 영어영역 34번 문항(454건)과 생명과학 II 20번 문항(156건)에 관련한 이의신청이 특히 많았다. 수능이 끝난 뒤 29일(월) 평가원은 이러한 이의신청에 대해 심사 결과 문제와 정답에 모두 ‘이상 없다’라고 판정했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됐던 문항은 생명과학 II 20번 문항인데, 이 문항은 동물 두 집단에 대한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멘델 집단을 가려내는 문제다. 이의를 제기한 수험생들은 “문항에 제시된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다”라며 “해당 문항 자체가 오류이기 때문에 전원 정답 처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이의 제기에 대해 평가원은 “이의신청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라면서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의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판단해 정답을 그대로 인정한다”라고 밝혔다. “문제를 푸는 데에 지장이 없으면 조건이 불완전해도 상관이 없다”라는 평가원의 입장에 수험생은 많은 실망과 혼선을 빚고 있다.



  그 이유로는 기존의 수능을 포함한 평가원 출제 생명과학 II 문제에서, 개체 수가 음수임을 통해 모순을 유도하는 기출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 관련 참고서 『2022학년도 수능완성 생명과학 II』에서도 일부 유전자형의 개체 수가 음수인 사례가 있다. 참고서 구매자들이 Q&A 게시판을 통해 질의한 결과, 강의와 질의응답을 제공하는 EBSi 측에서 “일반적으로 수능에서는 문제의 모든 부분에 대해 고려해 문제를 내기 때문에 실제 수능에서 어느 방향으로 접근해도 풀이가 가능하고 모순점이 없도록 출제가 될 것”이라는 답변과 함께 정오표로 해당 내용이 수정된 바 있다.



잘못은 평가원이,

책임은 누가?



  이의를 제기한 수험생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는 문항을 전원 정답 처리하자는 의견이 제시되는 가운데, 전원 정답 처리가 다른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견 또한 제시됐다. 변별을 위한 고난도 문항으로 문항 풀이에 들인 학생 간 노력의 편차는 타 문항에 비해 큰 편이다. 기존에 이 문항의 정답을 맞춘 고득점 학생의 경우 ▲백분위 ▲등급 ▲표준점수가 달라진다. 또한 생명과학 II 과목의 특성상 소수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응시해왔다. 따라서 표준점수 1점 차이로 대학이 크게 갈리는 최상위권 입시의 큰 파문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부담은 모두 수험생이 떠안게 된다. 잘못된 출제로 선택과목에 유불리가 생겨서 수능이 공정하지 않은 시험이 된 것이다. 평가원의 경영 목표인 ‘국가 수준 평가사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 고양’은 그저 겉치레로 보인다.



  평가원 측은 공식 입장으로 이번 생명과학 II 20번 문항이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이는 명백한 논리적 오류를 포함하고 있어 넓은 범주로 봤을 때 문제 오류에 해당한다 볼 수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수험생들은 결국 문제 오류를 골자로 ‘2022 수능 생명과학 II 20번 문항 오류를 인정해주세요’, ‘수능에 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태도 개선을 바랍니다’와 같이 국민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평가원장이 취임 전 한국대학신문 기고글에서 “수능의 공정성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힌 것과 최근 발간된 저서의 논란 등을 토대로 “평가원장이 저서에서 수능 폐지를 주장하더니 이런 방식으로 수능 폐지에 한걸음 다가간다”라며 비꼬는 글도 있다.





역대 문제 오류 논란



  평가원의 이런 문제 오류 논란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1993년에 수능이 처음 실시된 이래로 2017년까지 총 8회 복수 정답을 인정했으며 매년 이의 제기 신청이 이뤄지고 있다.



  수능은 짧게는 고3 수험생활 1년, 길게는 12년의 학창 시절의 종지부를 찍는 시험이자 화려한 청춘의 시작점이다. 수험생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출제 오류의 걱정 없이 오직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평가원의 각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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