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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종합계획과 세부조성계획
기사 승인 2021-05-03 00  |  645호 ㅣ 조회수 : 257

캠퍼스 종합계획과 세부조성계획



건축학부 정만영 교수



  제목이 너무 딱딱하죠? 보자마자 눈을 돌리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대학의 자랑인 붕어방 주변의 개방적인 녹지 환경을 위해서 잠깐 참아주세요.



  2021년 1월에 우리대학 캠퍼스 마스터플랜(안)이 마련되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2000년 이후 캠퍼스 종합계획에 관여했던 저는 특히 도서관 증축이 붕어방 주변의 열린 공간을 급격히 훼손할 수도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여러 교수님들도 동조하는 입장을 보내주셨고, 신문사에서도 관심을 갖고 기획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사안의 출발점은 어디일까요? 한가지 핵심을 짚어보면 2014년에 작성된 세부조성계획이 그전까지 정리되었던 캠퍼스 종합계획과 동떨어진 안을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캠퍼스 종합계획은 대학의 환경과 시설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으로 대부분 기획처가 관할하며, 대학 구성원의 동의를 거쳐 교육부에 보고됩니다. 우리대학의 경우 2000년에 여러 번의 공청회와 대대적인 대학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거쳐 캠퍼스 종합계획의 기본틀을 마련하였고, 그 이후에는 일종의 보완계획으로 이 기본틀을 유지한 채 현실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종합계획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반면, 세부조성계획은 2014년에 새로 제정된 법령에 따른 것으로, 내용상 시설과가 관할하며 서울특별시에 제출되어 승인을 받으면 법적으로 실효성을 갖는 계획이 됩니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기본계획인 캠퍼스 종합계획과 실행계획인 세부조성계획은 당연히 같은 흐름을 갖고 있어야 하겠죠.



  문제는 세부조성계획이 남궁근 총장님 재임기인 2014년에 ①일부 보직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학 구성원이 모르는 상태에서, ②캠퍼스 종합계획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내용으로 작성되고 제출되어 승인받은 것입니다. 후에 총장실에서 세부조성계획에 수록된 5~6개 건물의 가상 투시도를 보고 그야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남 총장님이 자랑스레 보여주신 이 투시도에는 개방적인 외부공간으로 유지되어야 할 붕어방 좌우에 큼지막한 건물들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죠. 그 자리에서 곧바로 부당함을 지적하고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머쓱해진 총장님은 당장 지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얼버무리셨습니다. 나중에 조사를 해보니 세부조성계획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이기에 원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그대로 실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종호 총장님이 재임하는 기간에도 이 문제가 심각한 것이고, 원안이 5년간 유효하지만 대학에서 의지를 갖는다면 그 이전에도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렸지만, 별 조치 없이 시간이 흘러 현재는 붕어방 서측 도서관 증축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수정된 2020년 세부조성계획에는 2014년과 달리, 구체적인 건물 배치 계획도가 없어져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붕어방 동측 녹지에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여지를 여전히 남겨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바로 그 2014년 세부조성계획으로 인해 이제는 현실로 다가온 도서관 증축으로 시선을 돌려보죠. 원래 ‘디지털복합문화센터’라는 신규 건물로 제시된 이 건물은 도서관 및 학생회관 증축으로 변경되었고, 면적이 15,000㎡에 달해 최근 완공된 테크노큐브나 창조융합동과 같은 규모입니다. 2021년 캠퍼스 마스터플랜(안)에서는 붕어방 서쪽 30m까지 바짝 붙은 위치까지 3,000㎡ 면적의 부지가 제안되어서, 그대로 진행할 경우, “① 붕어방 서쪽 오픈 스페이스에서의 개방감을 크게 훼손시키고, ② 다산관, 중앙 및 별관 도서관, 학생회관 등 주변 일대를 가리거나 압도하는, 거대한 덩어리로 인해 경관의 흐름이 심하게 망가질 것”이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고층화해서 붕어방에서 후면으로 밀거나, 중앙 및 별관 도서관의 상부를 활용하는 등의 비상수단을 강구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녹록치 않고, 한정된 예산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건축설계를 실행할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인 듯 보이고, 이를 위해서 현상설계 지침서에서 건축가들이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다행히 현상설계 지침서를 작성하신 교수님의 전언에 따르면 현재 제출된 보고서는 부지의 경계를 넓게 잡아서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를 널리 구해 볼 수 있도록 작성되었다고 합니다. 그 취지가 실제 지침서에 반영되고, 신규 건물이 주변 환경에 가하는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건축가들이 제출하기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자면, 사단은 건물이 지어지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자리에 건물이 지어지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국가건축정책위원회나 서울시총괄건축가 제도처럼 대학에도 대학구성원과 실행부서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총장 직속의 전문가 자문 조직 설치를 제안합니다. 단 사안에 따라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 및 시설 관련 정책을 지속적인 시각에서 파악할 수 있는 기구가 되어야겠죠. 공론을 수용하면서 실행과 완충할 수 있는 위원회가 제대로 운용되었다면 훨씬 나은 수준에서 고민했을 것입니다만 현재 우리 대학의 상황이 그렇지 못함은 매우 아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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