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대학에서 학교폭력 조치 이력이 있는 지원자 397명 중 298명(75%)이 불합격한 사실이 확인되며, 학폭 기록의 대학 입시 반영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고3이 치르는 2026학년도 대학입시부터는 모든 대학이 학교폭력 조치 기록을 의무 반영해 제도의 교육적 효과와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올해 탈락자 더 늘 전망
국회 교육위원회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18일(화) 공개한 ‘전국 대학 학교폭력 감점제 반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34개 대학 중 71곳이 학폭 조치 기록을 입시에 반영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탈락자가 나온 대학은 계명대로 38명(수시 34명·정시 4명)이 불합격했다. 이어 ▲경북대(22명) ▲경기대(19명)가 뒤를 이었다. 서울권 주요 대학에서도 ▲서울대(2명) ▲연세대(3명) ▲성균관대(6명) ▲한양대(12명) 등 불합격 사례가 확인됐다.
입시 업계는 올해 탈락 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대입전문학원 I-PMP학원의 최윤희씨는 “학폭 조치 기록 반영은 몇 년 전부터 강화돼 왔지만, 올해 대입부터 실질적인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당분간 이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상위권 대학의 강화 기준이 지방권·중하위권 대학까지 같은 폭으로 확산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시 컨설턴트 A씨는 “같은 점수대에 지원자가 몰려 있는 상황에서 감점은 합격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며 “2028학년도부터 고교 내신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전환되면 감점 체감 폭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별 학교폭력 반영 기준 상이
학교폭력 조치는 1호부터 9호까지 구분된다. 이 가운데 1~3호(서면사과·접촉금지·교내봉사)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된다. 4호~5호(사회봉사·특별교육)는 2년간, 6호~8호(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는 4년간, 9호(퇴학)는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는다.
다만 대학별 반영 방식은 자율로 운영된다. 일부 대학은 소폭 감점에 그치지만 ▲성균관대·서강대는 2호 조치 이상이면 총점을 0점 처리해 사실상 불합격 ▲연세대는 학생부교과전형 지원 불가 ▲중앙대·한양대·이화여대는 8·9호 조치자의 모든 전형 지원 불가 등 대학별 기준이 상이하다. 이에 따라 같은 조치 수준이어도 대학에 따라 합격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대학은 학폭 조치 수준에 따라 전형별 감점 폭을 3단계로 나눠 적용한다. 학생부교과·실기·정시 전형은 환산 총점에서 5점~30점의 감점이 이뤄지며, 논술은 총점에서 3%~10% 감점을 적용한다. 학생부 종합전형 역시 공동체 역량 1개 등급 감점부터 모든 평가 항목 최저 등급까지 차등으로 적용된다.
A씨는 “우리대학의 감점 체계는 전국 대학 기준으로 보면 중간 수준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예를 들어 3호 조치의 경우 수능전형에서 경북대는 1,000점 만점에 50점을 감점하고, 동국대는 감점을 적용하지 않는다. 우리대학은 5점 감점이 적용돼 불이익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4호 조치 이상부터는 사실상 불합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고 분석했다.
회복·책임·예방 함께 필요
학폭 기록 대입 반영 정책은 폭력에 대한 책임 강화라는 취지를 갖지만, 실효성·형평성·부작용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BTF 푸른나무재단의 학교폭력 SOS센터 이보람 팀장은 “피해자는 장기 결석·전학·학업 중단 등 실질적 고통을 겪지만 가해자는 비교적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이어가는 불균형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며 “대입 반영은 폭력의 이익 가능성을 차단하고 피해자 보호 의지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팀장은 “반영 방식과 기간이 명확하게 안내되지 않아(제각각이라) 피해 학생과 보호자가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대입 영향력 때문에 일정한 예방 효과는 기대되지만, 대입 반영만으로 폭력 예방과 재발 방지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맞신고 증가 ▲행정심판·소송 남용 ▲불복 절차 장기화 ▲대학별 기준 차이로 인한 혼선 ▲대학 진학 의지 없는 학생에게 미치는 제한적 효과 ▲조치 기록을 빌미로 한 2차 가해 위험 등 예상되는 부작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학폭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학폭 피해 응답률은 ▲2023년 0.4% ▲2024년 0.5% ▲2025년 0.7%로 제도 공고 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폭력 발생은 줄지 않는 가운데 처벌만 강화돼 대응이 형사 절차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A씨는 “사소한 다툼까지 법률 대응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학교 현장이 갈등 처리보다는 분쟁 조정에 쏠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정책 논쟁의 초점을 처벌 강화 여부에만 둘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회복, 가해자의 책임성 강화, 학교 공동체의 예방 환경 조성이 균형 있게 함께 가야 갈등이 줄고 안전한 학교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가 취지만 남기고 행정 조치에 머물지 않도록 지속적인 보완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아영 기자
ayoung6120@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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