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 수업만으로 전부 담기지 않는 ‘일의 감각’을 찾고자 강의실 밖으로 나서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익숙한 강의실을 벗어나 팀의 방향에 맞춰 자신을 조율하며, 실패와 수정의 굴곡 속에서 다음 발걸음을 찾는다. 이번 호에서는 대기업 인턴을 경험하고, 코업(Co-op)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 현장으로 뛰어든 장현아 학우(GTM·22)를 만났다. 치열한 지원 경쟁과 새로운 역할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현장에서 배우는 성장 사이에서 그는 어떤 답을 얻었을까. 작은 팀에서 시작했지만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보게 된 어느 인턴의 기록을 들어봤다.
▲ 장현아(GTM·22)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GTM 전공, 빅데이터경영공학을 부전공하고 있는 22학번 장현아입니다. 처음에는 성적에 맞춰 진학했지만 이후 다양한 대내·외 활동을 통해 벤처캐피털 산업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이후 대기업 인턴을 거치며 스타트업에 관심이 커졌고, 두 환경을 직접 비교하고자 4학년 1학기 코업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 디써클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Q. 인턴 계획을 언제부터 하셨나요? 구체적인 로드맵 같은 것이 있나요?
A.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우진 않았지만 취업 전에 인턴을 하며 직무 경험과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은 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학년 때 학점을 미리 이수하고 4학년에는 인턴과 취업 준비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3학년 겨울방학에 짧게 인턴을 경험했고, 4학년이 됐을 때 남은 학점이 많지 않아 코업 프로그램과 다양한 인턴 공고를 적극적으로 찾아보게 됐습니다.
Q. 인턴을 준비하실 때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었나요?
A. ‘내가 과연 이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요구하는 역량들이 있고 수행해야 하는 일들이 공고에 다 적혀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전부 다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이 미숙하거나 회사에 도움이 안될까 봐 걱정했습니다.
Q. 코업 프로그램의 신청 방법과 절차 등을 소개해 주세요.
A. 현장실습센터 홈페이지에서 우리대학과 연계된 기업 공고를 확인하고 원하는 회사에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대부분 방학 때 선발이 이뤄지지만 학기 중에도 공고가 올라옵니다. 저는 4학년 1학기 실습을 신청했습니다.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 코업 프로그램에 선정돼 학교에 알리면 학교에서 코업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안내해 줍니다. 서류를 제출한 뒤에 는 학점 인정 방법을 설명해 주시며 수강 신청과 연계해 실습이 진행됩니다.
Q. 코업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무엇이 있나요?
A.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회사의 공고는 우리대학 학우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외부 기업보다 경쟁률이 낮아 합격하기에 수월했습니다. 또 학교에서 검증한 기업이라 비교적 안전하게 인턴 생활을 할 수 있었고요. 전공 6학점을 인정해 주기 때문에 학업과 병행하기에도 적절했습니다. 기업으로서도 우리대학에서 급여의 일부(약 30%)를 지원해 주는 구조로 구인 부담이 줄어드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 디써클을 홍보하기 위해 부스에 참여한 장현아 씨
Q. 스타트업 디써클을 고르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A. 회사 리스트에는 스타트업부터 규모가 큰 기업까지 다양했지만 저는 스타트업 인턴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전에 대기업 인턴을 했기에 두 환경을 비교해 보고 싶었고 제가 관심 있는 분야가 벤처캐피털(VC)이다 보니 스타트업 인턴 경험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중 디써클에서 프로젝트 매니저(PM) 직무를 모집해 해당 직무에 지원 후 선발됐습니다. 학교생활에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어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이 잘 맞을 것 같았고 이번 인턴으로 제 진로에 대해 더 분명하게 생각해 보고자 했습니다.
Q.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인턴을 해봤는데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요?
A. 대기업이었던 KB자산운용에서는 주도적으로 일하기 보다 상사의 지시에 따른 일을 했고 단기 인턴이라 맡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없어도 조직이 운영되는 ‘대체할 수 있는 부품’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반면 디써클에서는 업무량이 많았고 제가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12명의 소규모 팀이라 제가 하루 없으면 업무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맡은 책임이 컸고 내가 하는 일이 회사의 미래와 맞닿아 있다는 실감도 들었어요. 설립된 지 1년 남짓의 신생 스타트업이라 그런 점이 더 두드러졌던 것 같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제 일처럼 깊이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하게 됐습니다. ‘내가 하는 업무의 의미’를 강하게 느끼며 일하고 싶다면 스타트업, 안정성과 분업 체계를 선호한다면 대기업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Q. 처음 업무를 배우는 과정은 어땠나요? 적응에 오래 걸리진 않았나요?
A. 영업 업무는 솔직히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대신 메일 작성이나 기업에서 특정 연구실을 찾아 달라고 요청할 때 업무를 분석하고 관련 연구실을 찾는 일은 흥미롭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관련 기술을 가진 연구실이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 하면 해당 교수님의 논문을 찾아 읽고 기술을 파악한 뒤, 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탐색해 연결했습니다. 다양한 산업을 얕게라도 공부할 수 있어 재미있었고 실제로 기업 간 매칭을 여러 번 성사했습니다. 입사 전에는 R&D(연구개발)가 어떤 산업인지 잘 몰랐는데 현장에서 보니 저희 서비스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걸 체감했고 만족도 또한 높았습니다.
Q. 가장 보람찼던 순간이나 성취감을 크게 느낀 사례가 있을까요?
A. 개발자님이 AI 에이전트 기반 메일 발송 기능을 만들었는데 저는 도입 전후 비교 없이 적용된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남는 시간을 활용해 화면 추적 도구로 사용자 커서 이동과 이탈 지점을 분석하고 왜 이탈이 발생했는지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페이지에서 바꾸면 좋을 단어나 배치 개선안을 제안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개발자님과 대표님 모두 실제로 필요한 분석이라고 평가해 주셨습니다. 이후 메일 열람률이 높아지는 변화를 보며 회사 성장에 이바지했다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스스로 이바지할 부분을 찾아 바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기회가 된다면 디써클에서 더 일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A. 디써클은 설립된 지 1년 정도 된 신생 스타트업이라 인력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인턴 활동이 끝난 뒤 정규직 제안을 받았지만 저는 디써클에서 다루는 R&D 분야를 장기 진로로 생각하지 않았고, VC에 더 집중하고 싶어 정중히 고사했습니다. 다만 코업을 하다가 본인과 잘 맞으면 인턴 종료 후 취업으로 연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본인에게 맞는다면 일을 이어 나가는 것도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Q. 인턴을 하면서 가장 크게 성장했다고 느낀 부분은 무엇인가요?
A. 미팅이 많다 보니 업무 관련 의사소통 역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비지니스 회의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스스로 일을 찾아 추진해 본 경험 덕분에 새로운 환경에서도 뒤처지지 않고 적응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Q. 인턴과 학업, 대외 활동을 동시에 병행하며 시간·체력·멘탈 관리는 어떻게 하셨나요?
A. 4학년 1학기였기 때문에 캡스톤 디자인과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함께 들었습니다. 평일에는 회사 일을 하고, 수요일에는 수업을 들었으며 토요일에는 학회를 했습니다. 캡스톤 과제는 주말에 몰아서 진행하다 보니 거의 쉬지 못했지만 바쁜 일정이 오히려 제 성향에는 잘 맞았습니다.
Q. 학과 수업에서 배운 지식이 인턴 업무와 연결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A. 1학년 때 배운 경영학 기초나 B2C, B2B 같은 기본 개념이 익숙해 회사에서 오가는 용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다만 학교에서 배우는 세분된 전문 지식은 관련 직무로 취업하지 않으면 직접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초 개념이 정리돼 있으니 미팅 이해 속도가 빨랐습니다.
Q. 인턴을 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면 좋을 것들이 있을까요?
A. 기자단·서포터즈와 같은 대외 활동을 세 가지 정도 했는데 자기소개서를 쓸 때 도움이 됐습니다. 문서 작업이 많다 보니 엑셀은 특히 미리 익혀 두면 업무 적응이 빠릅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엑셀 기본 기능부터 차근차근 공부해 두길 추천합니다.
Q. 향후 계획이나 취업을 위해 더 준비하시는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디써클 인턴은 금융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졸업 전 금융권 인턴 또는 취업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인턴 종료 후에는 금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는 수시로 올라오는 채용 공고를 확인하며 서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지원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활용 능력과 어학 점수를 더 끌어올려야겠다고 판단해 자격증과 시험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내년 상반기 취업입니다.
Q. 같은 길을 고민하는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작은 일이라도 먼저 해 보면 큰 기회를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코업 프로그램도 학생들이 생각보다 잘 모르는데 경쟁이 치열한 외부 인턴만 노리기보다 현장실습 센터에 올라온 기업에서 먼저 경험을 쌓아 보는 방법을 권합니다. 어떤 직무가 나와 맞지 않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에요. 공학 계열을 우대하는 공고가 많은 편이라 공대 학우들은 특히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좋고 스타트업 취업을 희망한다면 코업 프로그램 활동을 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소미 기자
somi226628@seoultech.ac.kr
손해창 기자
thsgockd210@seoultech.ac.kr
정혜원 기자
hyewon5617@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