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인터뷰
나이를 넘어 배움을 향하다
이소미, 정혜원 ㅣ 기사 승인 2025-12-04 19  |  709호 ㅣ 조회수 : 18

누군가에게 대학 입학은 인생의 출발선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래 미뤄뒀던 꿈을 다시 펼치는 두 번째 기회다. 30년 넘게 화물 운송 회사를 이끌어 온 경영인이자 지금은 미래융합대학 벤처경영학과 23학번 학생으로 강의실을 오가는 만학도 박순덕 학우(벤처경영·23)도 그중 한 명이다. 중·고등학교 과정을 다시 이수하고 수능을 치르기까지 그리고 학업·사업·가정을 동시에 꾸려 가는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박순덕 씨(벤처경영·23)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벤처경영학과 23학번 박순덕입니다. 화물 운송업을 중심으로 법인 회사를 세 곳을 설립해 30년 넘게 운영해 왔고 지금도 물류·운송업에서 화물차 200대 정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또 만학도로 대학에 다니면서 주말에는 문학관에 나가 시와 수필을 쓰는 공부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처음 대학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A. 학창시절에는 공부보다 노는 데 마음이 더 가 있어 재수를 포기하고 결혼을 했어요. 아이들 뒷바라지를 마치고 나니 비로소 저 자신이 보이더라고요.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먼저 진학했고 공부를 하다 보니 기초부터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본격적인 입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중·고등학교는 예전에 이미 졸업했지만 바뀐 입시 제도에 맞추기 위해 두 과정을 다시 밟으면서 입시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Q. 중·고등학교 과정을 다시 다니게 되셨는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A. 수능을 보려면 수학·과학·영어 같은 기초 과목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서 만학도 제도가 있는 학교를 찾아봤고 바뀐 입시 제도에 맞춰 중·고등학교를 만학도로 각각 2년씩 다시 다녔습니다. 방송통신대에서는 ‘학교 50년 역사 이래 이런 학생은 처음’이라고 할 만큼 화제가 됐고 내신이 좋아 성적우수장학생으로 입학했습니다. 저에게 그 시기는 말 그대로 무한한 노력과 끈질긴 인내로 버텨 낸 시간이었습니다.



Q. 우리대학과 벤처경영학과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수능을 보고 나니 우리대학을 포함해 명지대, 한성대 등 서울 소재 대학 여러 곳에 합격했습니다. 우리대학이 국립대이고 학교가 좋다는 말을 듣고 관심을 갖게 됐고 무엇보다 제가 법인 회사 3곳을 경영하며 운수업을 30년 넘게 해 온 만큼 실무와 균형이 맞는 전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우리대학 벤처경영학과를 선택했습니다. 사립보다 등록금 부담이 적은 점, 학과 인기가 높아 성적 상위권이 주로 지원한다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줬습니다. 막상 공부해 보니 경영학이 생각보다 딱딱하고 전공 과목이 힘들어 가끔은 어문 계열이나 역사 쪽으로 갔으면 더 잘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나요?

A. 수시 1차 합격 통보를 받고 면접까지 보고 나서도 내가 과연 우리대학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까 싶어 며칠 동안 잠을 잘 자지 못했습니다.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 나서는 나이가 많은 제가 서울 소재 국립대에 합격한 것이 하나의 이슈가 돼 다니던 학교에서 플래카드를 여러 개 걸어 줄 만큼 크게 축하해 주셨고 집안에서도 많은 축하를 받았습니다.





▲ 우리대학 붕어방과 다산관 일대 풍경 (출처=홍보실)



Q. 꼭 지키는 루틴이나 일과는 있으신가요?

A. 새벽 2시에 일어나 3시간 정도 공부합니다. 그다음 2시간 정도 다시 잠을 자고 오전 7시에 일어나 한 시간 정도는 글을 쓰거나 학교·모임 단체 채팅방을 관리하고 SNS에 글도 올려요. 집에서는 새벽에 일어나 살림과 남편 식사 준비를 하고 회사에서는 CEO로서 직원들과 조직을 책임지고 학교에서는 학생으로서 과제와 시험을 치릅니다. 보통 밤 9~10시쯤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공부를 하더라도 밤에는 최대 8시간 정도 충분히 자려고 하고 주말에는 산을 오르거나 사우나에 가며 체력을 관리합니다.



Q. 학업량도 적지 않을 텐데 수업과 공부는 어떻게 챙기고 계신가요?

A. 1, 2학년 때는 한 학기에 6과목씩 들었고 모자랄 것 같아서 계절학기도 계속 수강했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주간 교양 수업인 ‘한국사의 재조명’, ‘동서 문명의 교류’ 같은 과목도 신청해 들었어요. 특히 한국사 관련 수업에서는 교수님이 질문하실 때마다 대답을 자주해 칭찬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이해가 잘 안되는 과목은 온라인 강의를 5번 정도 반복해서 듣고 잘 본 과목은 10번 넘게 돌려보기도 합니다. 한 번 시작한 공부는 대충 넘기지 않고 이해가 될 때까지 반복해서 듣고 완벽히 이해하려 합니다.



Q. 20대 학우들과 함께 다니시는 데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었나요?

A. 팀 프로젝트를 하다가 예의 없는 말투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그렇게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했고 그 학생이 나중에 주차장까지 따라 나와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지금은 마주치면 먼저 인사하는 사이가 됐고요. 반대로 OT도 가고 가평으로 MT를 갈 때 과일이랑 샐러드 같은 음식을 준비해 함께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수업 끝나고 고기 먹으면서 한잔하는 자리도 즐겁고요. 저는 제 기준을 학생들에게 들이대기보다는 그 세대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느라 알아야 할 것도 많아서 힘든 점도 많다고 느껴요.



Q. 학교에서 만학도로서 느끼는 시선이나 분위기는 어떤가요?

A.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훨씬 개방적이고 세계적인 분위기입니다.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벨기에나 미얀마에서 온 학생들도 있었거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세계가 하나가 되는 시대구나 하는 걸 피부로 느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하다 보니 시야가 훨씬 넓어지고 정신적으로도 젊어지는 느낌이에요. 교수님들은 강의 시간에 저를 “선생님”, “대표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학생들은 “여사님”이라고 부르며 잘 챙겨줍니다. 그런 호칭과 관계 속에서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기분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Q. 공부를 대하는 태도도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공부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A. 보통은 입시를 위해 공부를 시작하지만 저는 공부가 그 시기에 끝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통해 부족했던 부분들을 계속 발견할 수 있어 사람은 태어난 이상 죽을 때까지 배우면서 살아야 한다고 믿어요. 그걸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나름의 철학을 갖게 돼 저는 공부를 ‘평생 자기 성찰을 가능하게 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Q. 여러 법인 회사를 세우고 장학과 후원도 꾸준히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성공과 나눔은 선생님께 어떤 관계인가요?

A. 봉사에 대해서는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에 얼마를 기부해 기사에 나오는 식의 봉사보다 지나가는 할머니·할아버지나 박스를 줍는 분들, 청소년들, 군인들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조용히 계산해 드리는 그런 나눔을 더 좋아해요. 저에게 성공은 돈을 얼마나 모았느냐보다 내가 가진 것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느냐와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 어의관 전경. 미래융합대학은 어의관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Q. 대학 졸업 이후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A. 요즘에는 인공지능과 문학을 접목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정보화 시대다 보니 AI를 활용해 동화를 만들거나 제가 쓴 시와 수필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 보고 싶어요. 또 졸업 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문학이나 역사 쪽으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 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한국사와 문학을 오래 공부해 왔으니 앞으로는 그쪽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은 시 3편과 수필 3편을 준비해 등단을 계획하고 있고 학교에서의 경험과 제 삶을 기록해 자서전이나 어록을 쓰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Q. 만약 20대의 본인에게 한마디를 전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A. “좀 덜 놀고 공부 열심히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은 “그때 공부만 했으면 공무원이나 교사 정도 했겠지 지금처럼 사업을 어떻게 했겠냐”고 말하기도 해요. 결국 그때의 선택과 방황, 후회까지도 지금의 저를 만든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기보다는 그때 못다 한 공부를 지금이라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Q. 나이가 많아 새로운 공부를 망설이는 분들께 그리고 우리대학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저는 목표를 꼭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도전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크게 성장한다고 믿어요. 집에서 혼자 책을 보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같은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공부하면 더 많은 걸 배우고 마음도 단단해집니다. 나이 들었다고 좌절하지 말고 긴장감과 인내심을 가지고 한 번쯤 도전해 보셨으면 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 도전은 마음먹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 겁니다.”



 



이소미 기자

somi226628@seoultech.ac.kr



정혜원 기자

hyewon5617@seoultech.ac.kr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709호 곽곽네컷 - 올 한해 수고하셨습니다~!
기자의 한마디_시험기간... 나만의 카페는?
709호 이달의 한컷 - 산업디자인전공 제43회 졸업전시
한국식 코미디로 다시 재해석된 고전 연극, <스카팽>
불꽃축제, 그 뒤편의 안전팀의 이야기
“트랄라레오 트랄랄라, 퉁퉁퉁 사후르”… 이탈리안 브레인 롯, 작별 고해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동환 I 편집장: 김민수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