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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을 사랑하기
송태선 ㅣ 기사 승인 2025-12-04 16  |  709호 ㅣ 조회수 : 5



▲ 송태선 기자(스과·25)



 “올해 여러 이별을 접하며 깨달은 것은, 우리는 하루살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 죽어 언제 다시 태어날지 모르는 불확실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오늘을 이토록 사랑하려는 이유입니다”



 가수 한로로의 노래 「하루살이」 소개 글이다. 우리는 순간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고, 그 순간에는 만남과 이별이 늘 함께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에 모든 감정이 응축될 때도 있고, 평범한 일상이 어느 순간 특별한 기억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순간의 결을 느끼는 일은 소중하다.



 헤어짐은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누구에게나 아프다. 특히 영원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던 우리에게 이별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 속에 머물며 안심하고, 그 안도감이 깨지는 순간 비로소 삶의 유한함과 마주하게 된다. 이별의 순간은 매번 새롭고, 익숙해질 수 없는 감정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사라져가는 순간을 더욱 사랑하려고 한다. 비록 순간은 사라지지만, 각각의 순간은 긴밀히 연결돼 우리의 삶을 이룬다. 사소한 시간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짧은 시간을 사랑하다 보면 그 시간은 어느 새 긴 의미가 돼 있다.



 이미 사라진 것을 붙잡느라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누군가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고 떠난 빈자리만 바라보며 지내는 시간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동시에 그 감정 자체가 우리가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황경신 작가의 『생각이 나서』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보면 누군가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있다와 없다는 공생한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부재가 남기는 자국은 우리가 가진 흔적보다 더 날카롭다. 어떤 사람과의 대화, 매일 오가던 인사, 익숙했던 온기는 시간이 지나면 형태를 잃지만, 사라진 뒤에도 마음속 어딘가에 오래 남아 우리를 움직인다. 돌아오지 않는 순간일수록 더 깊이 각인되기 마련이다.



 결국 이별은 상실이라기보다, 우리가 무엇을 사랑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떠난 사실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머물렀던 시간이 따뜻했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사라지고 난 뒤에야 깨닫는 마음의 결은 잔인하지만 동시에 진실하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는 말처럼, 떠나간 자리는 이전의 온기를 더 강하게 드러낸다. 때로는 그 부재가 우리를 성장하게 하고, 마음의 형태를 서서히 바꿔놓기도 한다. 상실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로 채워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필자는 사라짐을 두려워하기보다, 사라지기 직전의 순간들을 더욱 단단히 붙잡고 싶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영원을 만들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유한함을 알면서도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다. 언젠가 끝날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고, 언젠가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함께 시간을 쌓아가는 일이다. 끝이 있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동시에 우리가 더 정성껏 사랑할 이유이기도 하다. 사라짐을 사랑하는 것은 결국 ‘지금’을 사랑하는 일과 같다. 더 이상 오지 않을 오늘을, 이별로 물들기 전의 이 순간을, 아직 살아 있는 마음의 온도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다. 그리고 그 마음이 쌓여 언젠가 또 다른 만남이나 새로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된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애도는 미래를 향한 용기로 이어지고, 과거의 따뜻함은 앞으로 우리가 사랑할 순간들에도 영향을 준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아프지만, 그 아픔은 우리가 제대로 사랑했다는 증거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도 이 순간을 붙잡아본다. 언젠가 이 모든 것이 사라지더라도 그 과정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결국 사라지는 것들은 우리를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채우는 방식으로 남는다. 그렇기에 사라져가는 모든 순간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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