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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농업 파트너, 꿀벌이 사라지다
강문경 ㅣ 기사 승인 2024-05-13 10  |  689호 ㅣ 조회수 : 1342
최근 길거리를 다니며 꿀벌을 마주친 적이 있는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꽃이 피어난 주변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꿀벌을 쉽사리 마주치기 어려워졌다. 그 이유는 우리 생태계 속에서 꿀벌의 개체 수가 매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던 꿀벌 실종 사태는 단순히 생태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식량 공급망부터 산업까지 여러 부문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꽃가루 중개인’, 꿀벌의 역할 





꿀벌은 식물의 화분매개곤충으로서, 그 역할이 중요하다. 화분매개곤충이란 꽃가루를 매개해서 식물의 결실을 돕는 곤충으로 자연 생태계에서 꽃이 피는 식물과 함께 공진화해왔다. 식물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생식 행위를 하기 위해 다른 수단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이때 꿀벌은 식물 수분 공급의 주요한 수단으로 역할을 발휘한다. 꿀을 생산하기 위해 식물의 꽃가루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몸에 붙은 꽃가루를 다른 꽃으로 옮겨 다니며 식물의 수분 공급을 돕는 것이다. 수치로 계산해 보면 꿀벌 한 마리가 하루에 방문하는 꽃은 수천 송이에 달하며 다른 수단들보다 식물의 생식 기여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UN 식량농업기구에서 조사된 ‘세계 100대 작물의 수분 의존도’에 따르면 꿀벌이 전 세계 100대 작물 중 총 71종의 수분을 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꿀벌이 지구상에서 멸종된다면





만약 꿀벌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멸종된다면 인류에 미치는 영향은 첫째, 인간의 식량 공급에 위협이 발생한다. 꿀벌의 실종은 농업에서 건강한 작물을 얻지 못해 결국 신선한 식재료 공급이 부족해진다. 식재료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찾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더불어 식재료의 감소로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 중 약 1/3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생태계 불균형을 일으킨다.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태 피라미드 각 수준의 생물이 일정한 수로 적절하게 조절돼야 한다. 그러나 꿀벌이 실종됨으로써 특정 종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증가해 해당 종이 인간의 농작물에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산업적인 측면에서 농업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꿀벌은 농업 분야에 있어 농작물 생산에 필수적인 존재이다.  원래 꿀벌이 하던 역할을 인간이 대신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발생하고 생산 비용이 증가한다. 그러나 인간은 꿀벌처럼 하루에 꽃 수천 송이를 다니며 노동할 수 없기에 생산량은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수확량 감소는 농부들의 수익 감소로 이어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준다. 



 



꿀벌 보호를 위한 외국 국가의 노력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꿀벌 실종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이러한 꿀벌 대규모 실종 사태를 두고 CCD(Colony Collapse Disorder), 즉 ‘군집 붕괴 현상’이라고 명명했다. 군집 붕괴 현상은 2006년부터 갑자기 시작된 현상으로 꿀벌의 군집이 동시다발적으로 붕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30~90%의 군집을 잃고 있는 상황으로 해외 여러 나라에서 꿀벌 보호를 주요 과제로 삼으며 대책을 세우고 있다. 

법률상 꿀벌은 꿀을 생산하는 ‘가축’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가축으로 분류되면 소, 돼지, 닭과 같은 다른 동물들이 우선되고 꿀벌은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외국에서는 꿀벌을 위한 별도의 보호법을 마련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 법원에서는 뒤영벌을 ‘어류’로 지정했다. 캘리포니아 법에 따르면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할 수 있는 동물은 조류, 포유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다. 꿀벌은 어떤 종류에도 포함되지 않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될 수 없으나, 그 개체 수가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어 종류를 ‘어류’로 지정해 꿀벌 보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양봉업계 피해 현황





군집 붕괴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겨울, 전국적으로 벌통 수가 100만 통 초반까지 사라지며 양봉업계의 피해가 상당했다. 광주의 경우 작년 4월 기준 양봉업 농가 168곳 중 총 156곳에서 벌통 수가 격감했으며, 전남에서는 지역 전체 양봉업 농가의 94%에 달하는 2,042곳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올해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표본조사를 진행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로 25만 8천여 봉군 중 49.9%가 폐사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농민들이 말하는 꿀벌 실종의 대표 원인





이러한 상황에서 양봉업계 농민들은 ‘이상 기온’과 ‘동시 개화’ 현상을 꿀벌 실종 사태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최고기온 30도에 육박하며 초여름과 같은 날씨가 이어졌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봄꽃 개화 순서에 맞게 순차적으로 피어나지 못하고 한 번에 피어버리는 동시 개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꽃의 화기가 줄어들며 꿀벌이 먹이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화기’란 꽃이 피어있는 기간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벌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며 꿀을 모으는데, 화기가 짧아져 벌이 북쪽으로 가기 전에 꽃이 먼저 져버려 먹이가 줄어들었다. 최악의 경우, 꿀벌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꽃이 이미 폈다 져서 먹이가 없어지는 문제도 생겨난다.

최근에는 또 다른 원인으로 밀원 감소가 지목되고 있다. ‘밀원’이란, 벌이 꿀을 빠는 원천 식물을 의미한다. 1970년대와 최근의 밀원 양을 비교했을 때, 그 숫자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1970년대에는 47.8만㏊였던 밀원 양이 2020년에는 14.6만㏊로 감소했다. 이는 제주도 2개 면적만큼 감소한 것과 비슷한 수치다. 밀원 감소로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들이 벌집에 돌아오지 못한 채 사망하고, 벌집에 있던 벌들은 굶주림으로 죽어가며 꿀벌 군체에 위기가 찾아온다.



 



꿀벌 먹이 만들기, 밀원 숲 조성





충청북도는 꿀벌 실종 피해를 막기 위해 밀원 조성 등 양봉 산업 육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동수 충청북도 축수산 과장은 “밀원이 늘어나면 꿀벌의 자연 채밀 활동이 늘면서 벌 면역력이 향상하고, 면적당 벌꿀 생산량도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부터 2028년까지 사업비 60억을 투입해 도내 11개 시·군 공유림 320㏊에 아카시아 나무와 쉬나무·백합나무를 심는 등 밀원 숲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많은 사업 비용을 투입한 밀원 숲 조성 사업이 실제 양봉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보는 바다.



 





강문경 수습기자



rivmun@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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