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기획
점점 커지는 격차, 서울공화국의 불평등
박은혜 ㅣ 기사 승인 2025-12-04 16  |  709호 ㅣ 조회수 : 6

 서울의 인구 쏠림은 수치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서울의 인구밀도는 ㎢당 15,506.4명으로 전국 평균 515.4명에 비해 약 30배에 달한다. 수도권 전체 인구는 2,630만여 명으로, 국민 절반이 넘는 50.78%가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집중 현상은 오랜 기간 지속돼 왔으며, 결국 한국 사회 전반이 서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을 풍자한 ‘서울공화국’이라는 표현까지 등장시켰다.



 



수도권으로 쏠린 경제력



 수도권 집중은 인구를 넘어 경제 전반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토교통부의 『국가지도집Ⅲ』에 따르면 지역 내 총생산은 서울 404.1조원, 경기 451.4조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다른 시도는 50~100조원대에 머물며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지역 내 총소득 역시 서울 478조원, 경기 509조원으로 타 지역이 대부분 100조원 이하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수도권의 경제적 우위는 더욱 분명해진다.



 미래 성장 산업에서도 수도권 편중은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 발표한 5대 유망 신산업을 살펴보면 차세대 반도체, 첨단 화학 소재, 하이테크 섬유 등 주요 산업의 사업체와 종사자 비중이 서울과 경기에 가장 많이 몰려 있다. 단순 제조업을 넘어 미래 산업 생태계마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경제의 기반이 단층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러한 구조적 편중은 결국 지역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균형발전 불평등도 분석에 따르면 국가 전체 불평등도는 감소 추세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두 지역의 격차는 57% 수준이었으나 2017년에는 66%로 증가했고,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74%, 72%까지 치솟았다. 반면 수도권 내부 격차는 26~43%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특히 자립적 발전역량 항목에서는 수도권-비수도권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지역 산업과 기업, 인력 등 실물경제의 핵심 요소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비수도권의 자립 기반이 취약해지고, 지역이 체감하는 경제적 불균형 역시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생활 인프라 전반을 가르는 수도권 편중



 수도권 집중은 산업뿐 아니라 의료, 문화, 미디어 등 생활 기반 전반에서도 지역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 경북 의성을 덮친 대형 산불 당시 재난 보도 대응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재난주관방송사인 KBS1은 첫 특보를 짧게 편성한 뒤 간헐적으로 뉴스를 이어갔고, MBC와 SBS 역시 정규 뉴스 외에는 특보 편성이 드물었다. 인접 시군까지 불길이 번졌던 심각성을 고려하면 지역 재난 보도 체계가 여전히 수도권 중심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의료 접근성 격차도 크다. 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에 관한 연구』 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필수의료 전문의 수는 평균 1.86명인 반면, 비수도권은 0.46명에 그쳐 4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서울이 3.02명으로 가장 높았고, 경기도가 2.42명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세종(0.06명) ▲제주(0.12명) ▲울산(0.18명) ▲충북(0.24명)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치료가 가능한데도 적기에 대응하지 못해 사망하는 ‘치료가능 사망률’에서 경북 영양군이 서울 강남구보다 4배 가까이 높다”며 “지방 인구가 감소하면 의료와 대중교통, 세탁소 등 생활 인프라 취약지역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문화 인프라의 편차도 분명하다. 국토연구원 『지역 간 삶의 질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공연 건수는 전국의 62%를 차지하며, 이 중 서울만 47%에 달한다. 반면 대구·경북권은 3%, 부산·울산·경남권은 6% 수준으로, 대부분의 지역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라도에 거주하고 있는 박 씨는 “대부분 관람하고 싶은 공연은 서울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 청년문화예술패스 이용권을 받았지만, 서울에서 열리는 공연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교통비 부담뿐만 아니라 차편이 없어 숙박해야 하는 상황이라 추가적인 숙박비가 부담돼 결국에는 사용하지 못했다”라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광주·전남지역에서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로 일어나는 여러 문제는 결국 국가 기능의 과도한 집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첨단기술 산업 육성과 기후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등을 추진해 지역경제 기반을 확충하고 수도권 집중의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박은혜 수습기자

peh5631@seoultech.ac.kr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709호 곽곽네컷 - 올 한해 수고하셨습니다~!
기자의 한마디_시험기간... 나만의 카페는?
709호 이달의 한컷 - 산업디자인전공 제43회 졸업전시
한국식 코미디로 다시 재해석된 고전 연극, <스카팽>
불꽃축제, 그 뒤편의 안전팀의 이야기
“트랄라레오 트랄랄라, 퉁퉁퉁 사후르”… 이탈리안 브레인 롯, 작별 고해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동환 I 편집장: 김민수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