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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학령인구 급감, 대학과 지역을 동시에 흔들다
최율 ㅣ 기사 승인 2026-01-12 22  |  710호 ㅣ 조회수 : 12

 한국의 학령인구 급감은 강의실과 지역 거리 곳곳에서 체감되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줄며 여러 전공이 폐지돼 학생들의 학업 및 진로 선택의 폭이 좁아지거나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먼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이렇듯 통계 보고서 속 숫자로만 보이던 변화는 이제 빈 강의실과 생기를 잃은 대학가의 모습으로 피부에 와닿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 대학을 흔들다



 학생 수 감소의 영향은 가장 먼저 대학의 전공 선택지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학과 통·폐합이나 모집 중단이 잇따르며 “가고 싶던 학과가 사라졌다”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흔해졌다. 부산대학교 밀양캠퍼스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부산대학교는 2026년 밀양캠퍼스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나노과학기술대학 3개 학과와 생명자원과학대학 2개 학과를 폐지하며 부산과 양산 캠퍼스에 새로운 융합전공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밀양캠퍼스의 신입생 규모는 약 140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에서는 “지역 내 유일한 국립대 캠퍼스의 축소가 지역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전공과 교육기관 자체를 지워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지역 대학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대학교는 낮은 충원율을 이유로 관현악 전공과 철학·상담학과의 신입생 선발을 중단했으며, 한림성심대는 ▲의료기기정보학과 ▲호텔리조트경영학과 ▲스마트경영정보학과 등 3개 학과를 폐지했다. 전문대학 역시 예외는 아니였다. 신안산대는 ▲기계학과 ▲실내디자인학과 ▲산업디자인학과 등 5개 학과의 폐지를 결정하며 수십 명의 교직원이 학교를 떠나기도 했다.



 이렇듯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전국에서 발생한 약 700건의 학과 통·폐합 중 77%가 수도권 외 지역 대학에서 이뤄졌다. 인구 감소의 여파는 지역 대학부터 덮치며 전국의 학문 다양성과 캠퍼스 활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 서남대학교 폐교 이후 공실로 남겨진 인근 상가의 모습이다.(출처=한겨레)



대학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풍경



 대학은 오랫동안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었다. 대학 인근의 식당, 카페, 문구점, 원룸과 같은 주거시설 대부분이 학생 수요에 기반해 운영돼 왔다. 따라서 대학의 축소나 폐교는 곧 지역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진다. 학생이 줄자 상권은 무너지고, 거리에는 빈 점포와 폐업 안내문이 늘어나고 있다.



 전북 남원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2018년 서남대학교가 폐교된 이후 약 2,500명의 학생이 지역을 떠나자 한때 학생과 상인들로 붐비던 대학 주변은 지금 빈 아파트와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상가들만이 남아 적막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


 

대학소멸, 막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소멸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지금이 대학 구조 개편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성민 공공투자정책실장은 ‘KDIans’ 기관 매거진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에 대해 “15년 후 학령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고등교육 시장에 혼란이 올 가능성이 크기에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 실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속에서 “대부분의 비수도권 사립대학은 학생이 선택하지 않는 대학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라고 이해하시면 된다”고 지적하며, 대학 소멸이 현실화될 경우 지역의 인재 양성과 경제활동 기반이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실장은 특히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대학들을 ‘좀비 대학’이라고 부르며 교육 시장에 활력 제고를 위해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실장은 “지역대학의 선택지는 자발적 퇴출, 재정지원에 기대 연명, 구조 전면 개편 세 가지인데, 결국 지역대학이 생존하려면 ‘크지만 약한 대학’인 종합대학에서 ‘작지만 강한 대학’인 단과대학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지역대학의 골든타임은 10년 남짓 남았다”며 “이제는 지역대학이 여러 도전에 맞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라고 못 박았다.



 수도권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어떤 학생이든 그 지역대학에 가면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대학과 정부가 함께 지역·산업 수요에 맞는 구조개편과 교육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도권 중심의 구조조정 논리에만 머무르지 말고, 지방대의 교육·연구 기능을 살릴 수 있는 구조 개편과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된 ‘살아 있는 대학’을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학령인구 감소 시대의 한국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사라지는 대학”으로 남을지, “지역과 함께 살아남는 대학”으로 자리 잡을지가 갈릴 전망이다.


 

최율 기자

obdidian0428@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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