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 기조 속에서 대학생들의 지갑 사정은 늘 편치 않다.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6년 6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오르며 체감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줬다. 특히 일반 국민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3.4%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고, 대학생들의 주된 지출을 차지하는 식품 물가 역시 전년 동월 대비 2.3% 오르는 등 먹거리 물가 부담이 심각하게 가중되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로 우리대학이 위치한 서울 노원구 공릉동 일대 대학생들의 식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학생들의 소비 위축이 대학가 상권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가운데, 본지는 공릉동 일대 대학생들의 식비 부담 실태를 파악하고 지역 상생을 통한 해결 공식을 취재했다.
계란프라이로 버티는 대학생, 발길 끊긴 전통시장
공릉동 대학가에서 자취하는 재학생들은 최근 식비 부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물가가 너무 급격하게 오른 탓에, 과거처럼 평범하게 주변 식당을 이용하거나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것조차 크나큰 사치로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A씨는 “식당 메뉴판을 보거나 배달 앱을 켤 때마다 치솟은 가격에 놀라 결국 주문을 포기하게 된다”며, “요즘은 식비를 아끼려 늘 계란프라이 하나에 밥만 비벼 먹으며 끼니를 때운다”고 털어놓았다.
공릉동에는 대학생들이 식비를 절약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공간으로 ‘공릉동 도깨비시장’과 같은 지역 전통시장이 꼽힌다. 전통시장의 물가는 대형마트나 일반 식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에 직접 요리해 먹는 자취생들에게는 훌륭한 식비 절감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대학생들의 시장 이용률은 그리 높지 않다. 우리대학 학우 B씨는 접근성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대형마트나 학교 근처 편의점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있어 잘 이용하지 않게 된다”며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이를 홍보하는 매체나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고, 청년층 입장에서는 시장이 얼마나 저렴한지 피부로 잘 실감이 나지 않아 발길이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접근성과 정보 부족의 문제는 대학생들이 저렴한 대안을 두고도 고물가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소비 위축의 부메랑, 대학생과 상인 모두 맞이한 동반 위기
이러한 청년들의 소비 위축은 고스란히 지역 상인들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으로 돌아오고 있다. 공릉동 도깨비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마마반찬'S’의 상인 C씨는 최근 식료품비와 원자재 가격 증가를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C씨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대학생들의 소비가 눈에 띄게 줄어든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대학생과 지역 상인은 톱니바퀴처럼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지역 상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눈에 띄게 대학생들의 소비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공릉동 도깨비시장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가마솥왕족발’의 상인 D씨는 “최근 2~3년간 확실히 대학생들의 소비가 급감했고, (과거 활발했던) 동아리나 학과 행사에서 시장 음식을 배달해 먹던 문화조차 눈에 띄게 줄어들어 골목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학생들이 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는 결국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하고 매력적인 메뉴가 부족하고, 젊은 친구들이 편하게 찾아와 소비할 만한 트렌디한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접근성 문제에 있다”며 “학생들이 전통시장을 더 많이 찾아오게 하려면 그들의 소비를 장려할 수 있는 확실한 유인책이나 상생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환학생이 찾는 시장, ‘지역 상생’의 열쇠
그러나 국내 대학생들의 발길이 끊긴 자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외국인 교환학생들이다. C씨는 대학생들의 식비 부담 증가와 상권 침체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와 함께 나타난 독특한 소비 양상을 말했다. 그는 “이상하게도 한국 학생들은 시장을 잘 찾지 않지만, 외국인 교환학생들은 시장을 꽤 자주 찾아와 음식을 소비한다”고 밝혔다. 교환학생들의 눈에는 공릉동 도깨비시장이 단순한 식료품 구매처를 넘어,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와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일종의 문화적 공간이자 매력적인 명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현상은 공릉동 대학가 식비 문제와 상권 침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시장을 소비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해, 국내 대학생들에게도 전통시장을 단순히 ‘낙후된 상권’이 아닌 ‘매력적인 문화와 저렴한 식재료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인식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와 시장 상인회가 연계해 대학생 전용 할인 쿠폰을 발행 △청년층이 선호하는 야시장 활성화 △배달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한 전통시장 음식 배달 서비스 재구축 등 접근성 문제를 기술적·제도적으로 해결한다면 대학생의 식비 절감과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대학생들이 직면한 식비 부담은 이제 개인의 소비 습관이나 단순한 절약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대학 당국의 내부 복지 정책 확대는 물론, 지자체와 전통시장 등 지역 상권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이 함께 검토돼야 할 시점이다. 학생들에게는 저렴하고 양질의 먹거리를 제공하고, 소상공인에게는 안정적인 수요를 보장하는 상생 협력 모델 구축 등 다각적인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
고유빈 수습기자
ub2006@seoul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