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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스릴러 웹툰의 정수를 만나다
김태연 ㅣ 기사 승인 2022-03-14 10  |  656호 ㅣ 조회수 : 892

  한국형 스릴러 웹툰의 정수를 만나다



▲<미래의 골동품 가게> 썸네일 출처 : 네이버 웹툰



  미지의 영역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렇기에 언제나 혼·귀신·영(靈)은 쉽게 문화 콘텐츠의 주제가 된다.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신비로운 한국의 무속신앙을 다룬 오컬트 장르의 한국형 스릴러 판타지 웹툰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도미래’는 ‘바리 만신’의 제자인 ‘연화’의 손녀로서 ‘해말섬’의 지맥을 지킬 ‘명부록’을 찾아 섬으로 돌아와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는다. 해말섬의 땅 속에는 땅의 목숨줄인 ‘지맥’이 있는데, 악귀 ‘백면’이 땅의 목숨을 끊기 위해 사람과 그들의 원한·분노를 먹고 자란 악귀 ‘천년고’를 키운다.



  천년고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해 지맥을 끊는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지맥이 끊기면 음양의 생기가 쇠약해지고 사람들이 귀신과 금수처럼 변할 뿐만 아니라 결국 땅이 사람을 집어 삼켜 살아있는 사람이 없게 된다. 그야말로 거대한 파국이 찾아온다. 이 악랄한 저주를 풀기 위한 해답은 오직 명부록 뿐이다. 작품 속에는 인간사를 절멸시키겠다는 악귀들의 작란에서 이 땅을 구하기 위해 연화와 미래, 칠성 등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작품은 바리 만신 일가와 백면 일가가 대립하는 모습을 심도있게 풀어낸다. 작품 속에서 바리 만신은 선으로, 백면은 절대악으로 표현된다. 백면 일가는 조선 말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괴롭히며 기어코 세상을 몰락시키려하는 악의 근원으로 등장한다.



  때문에 선과 악의 대립을 풀어내는 것이 주축이 되는 이 작품에서는 선악을 주제로 한 여러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구한말의무녀 ‘진령군(眞靈君)’을 모티프로 한 ‘이매신’은 조선이란 땅의 모든 것을 증오하고 이 땅의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죽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역천의 길을 걷는 자로 표현된다. 그러나 연화에 의해 죽어서 창귀가 된 뒤에도 인간사를 망치는 이매신은, 자신이 죽게 된 계기를 망각하고 있다가 연화에게 재차 최후를 맞이한다. 악이 패배하고 선이 승리하는 권선징악의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한 작품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자주 등장한다. 바리의 제자인 ‘천오’는 칠성에게 “부처가 될 수도 금수가 될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라고 말하며, ‘청송 스님’은 “본디 사람은 다 부처님인데 자기 자신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라고 말한다. 또한 바리 만신은 “원래부터 착하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사람은 없고 어느쪽에 앉을지 스스로 결정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작품에서는 이같이 본디 선함이란 것을 품고 있는 사람이 선함을 망각하고 욕망에 집착하면 결국 악한 이가 된다는 가치관을 설파한다.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존재가 될 것인지, 악한 마음에 사로잡혀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살 것인지는 본인에게 달렸다.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늘 경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자신을 함부로 하는 자(自暴者)나 자신을 내버리는 자(自棄者), 즉 스스로의 빈틈을 보이는 자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공격하는 것이 악귀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한국의 무속신앙을 한층 흥미를 더한 모습으로 컨텐츠화 시켰다는 의의를 지닌다. 2000년대 이후 무속신앙의 컨텐츠화는 주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다뤄졌다. 샤머니즘 소재는 국내 컨텐츠에서 주로 부가적인 요소로 이용됐으며 이를 전면에서 다루는 컨텐츠는 사실 주류라고 볼 수 없다. 그렇기에 한국의 무속신앙을 기반으로 한 섬세하고 거대한 세계관의 웹툰이 등장했다는 것은 상당히 기쁜 일이다.



  물론 무교 자체를 ‘신앙’으로 삼는 것은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의 문제이기에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다만 그를 믿는 것과 별개로 무교는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한국 문화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토착 종교로 우리의 오랜 정서를 담고 있다. 우리의 정신적 가치를 약탈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지금, 확고한 자기 정체성에 기반한 한국적 문예부흥에 대한 자연스러운 열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렇기에 <미래의 골동품 가게>와 같은 작품이 어느 때보다 달가울 따름이다.



  동양풍 오컬트 배경에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작화를 가진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네이버 웹툰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만나 볼 수 있다. 미래는 과연 명부록을 되찾아 땅에 걸린 저주를 풀고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을지,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여정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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