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최근에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하다’라는 유튜브의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나라는 다름 아닌 한국입니다. 이 영상에서 미국 작가 마크 맨슨은 한국인들이 우울함을 느끼는 이유로 신체 건강,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 및 외로움 등을 손꼽더군요. 신입생을 반기는 글의 첫 문단으로는 참 어울리지 않는 얘기죠? 밝고 기분좋게 시작할 수도 있지만 그건 우리 자신을 속이는 것 같았어요. 맨슨의 영상을 한 이방인의 편견이라고 넘길 수만은 없으니까요.
추측컨대, 입시라는 큰일을 치르느라 신입생 여러분은 그동안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을 거예요. 부모님, 선생님을 비롯해서 여러분을 아끼는 모두가 입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준 덕분이죠. 당당하게 대학에 들어온 여러분은 드디어 이 세계를 직접 만나게 되었습니다. 진짜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글머리의 얘기처럼 한국 사회가 우울하다고 하고 한편에서는 불안한 국제 정세를 걱정하기도 합니다. 모르긴 해도 이 세계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게 분명합니다. 우리에게 할 일이 있다는 뜻이죠. 각자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 전공을 선택했고 훌륭한 전문가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어요. 그런데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함께 성장하는 법도 배우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대학이라는 지식공동체가 존재하는 이유죠. 경쟁 구도에서 홀로 여기까지 왔지만 대학에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동기들, 선배들, 그리고 교수들과 협력해서 혼자는 버거운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답니다.
사실, 이 글의 제목은 영화 <매트릭스>의 대사에서 따왔어요. 워쇼스키 자매 감독이 아직 형제였던 때에 만든 영화죠. 가상 현실 속에 갖힌 세계에서 현실을 자각한 주인공 네오에게 저항군 리더인 모피어스가 “실재의 사막에 온 걸 환영한다”고 했답니다. 가상 현실을 넘어서 혼합 현실, 공간 컴퓨팅에다 인공지능까지 부상한 오늘의 관점에서는 멀지 않은 미래처럼 보입니다.
어느 때보다 기술과 과학이 상상력을 동원할 때인데 그럴수록 실재에 대한 감각, 공동체에 대한 공감 능력이 절실해 보입니다. 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장밋빛 미래를 모두가 동의하진 못할 거예요. 최근에 미국의 상원 청문회에서 빅테크의 대표들이 불려나와 사회적 문제를 부추겼다는 비판에 대해 사과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땅에 든든히 발을 딛지 않은 미래의 상상력은 위험한 환영(幻影)이죠. 우리에게 필요한 환영(歡迎)은 여러분을 환대하는 것입니다. 어쩌다보니 우울한 얘기로 환영의 글을 시작한 것에 대한 변명이 되었네요.
참, 맨슨은 영상의 말미에 한국인의 강점이 회복력에 있다고 하면서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죠. 우리대학은 여러분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좋은 디딤대가 될 겁니다. 힘껏 딛고 진짜 세계에서 진짜 지식인이자 전문가가 되어 여러분의 길을 멋지게 찾아가길 바랍니다. 총장님을 비롯한 우리대학의 교직원 분들을 대신하여 대학신문사 주간으로서 다시 한번 환영인사를 전합니다. 진짜 세계에 오신 것을, 그리고 그 세계에서 도약하도록 성장시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신문방송사 주간
김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