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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인어공주, 재탄생의 향연
임재민 ㅣ 기사 승인 2023-06-19 13  |  676호 ㅣ 조회수 : 265



▲영화 <인어공주> 포스터



 지난 5월 24일(수)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 디즈니 실사영화 <인어공주>가 6월 3일(화) 기준 약 53만 4,367명의 관객을 모았다. 기대작이 개봉 2주 차에 거둔 성적으로 보기에는 아쉬운 성적이다. 특히 전 주에 개봉한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가 같은 날 누적 167만 6,963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캐스팅 논란에

대중들의 반응은?


 영화 <인어공주>는 1989년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이다. 34년 만에 실사화한 영화인 만큼 대중들의 기대는 컸다. 하지만 <인어공주>는 개봉 전부터 캐스팅과 관련된 여러 잡음을 발생시켰다. 주인공인 에리얼을 흑인 배우인 할리 베일리가 맡았기 때문인데, 1989년 애니메이션이 개봉한 이후 지금까지 주인공 에리얼은 푸른 눈과 흰 피부를 가진 백인 이미지였다는 것이 논란의 중심이었다.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된 뒤 SNS 등에서는 ‘낫마이에리얼’(NotmyAriel)이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캐스팅 반대 운동이 펼쳐졌다. 반대하는 이들은 대부분 할리 베일리의 외양이 원작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와 상반된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온라인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의견 충돌


 대중의 평가는 더욱 극명하게 갈린다. 할리 베일리의 가창력과 표현력에 대해 칭찬하며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추구한 영화의 캐스팅을 반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못생긴 흑인 여주인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반감을 표하는 이들이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영화관에서 흑인 인어공주를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미국 흑인 어린이들의 모습이 등장했는데, 국내에서는 “아이가 영화를 보고 무서워서 울었다”는 혹평 리뷰가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개봉 후 영화에 대한 논쟁은 더 심화됐다. 미국과 한국을 막론하고 온라인상에서 <인어공주>를 두고 여러 갈래의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영화 자체의 만듦새에 대해 실망감을 표하는 반응이 상당수 있다. 네이버 평점 페이지에 따르면 국내 평론가들은 <인어공주>에 대해 “때낀 수족관 닦는 기분”(박평식), “아무리 노래하고 웃고 떠들어도 135분을 채우기엔 버겁다”(이용철) 등의 평을 내렸다. 미국에서도 평론가들의 평은 비슷한 분위기다. 대표적인 영화 평론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291명의 평론가들이 매긴 이 영화의 신선도 지수는 67%를 나타내고 있는데 작품성을 인정받는 영화들이 대체적으로 70%를 웃도는 것을 감안할 때 그리 좋은 점수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 북미 주류 언론은 이 같은 논쟁 자체를 ‘인종차별적’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미국 CNN은 지난해 9월 ‘<인어공주>에 대한 모든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한 확실한 반박(A definitive rebuttal to every racist ‘Little Mermaid’ argument)’이라는 기사를 내고 ▲인어공주는 덴마크 사람이니 흑인일 수 없다 ▲인어공주는 바닷속에 살아서 피부가 검을 수 없다 ▲인어공주는 유럽의 전설 속 인물이기 때문에 에리얼은 백인이어야 한다는 등의 주장에 반박했다.




디즈니의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


 1923년 창립된 월트디즈니는 <백설공주>, <라이온 킹>, <미키 마우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면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인어공주는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였다. 그러나 디즈니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같이 높아졌다. 인종이나 언어, 민족이나 종교 혹은 성별 등에서 세상의 편견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 때문인지 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고민과 이에 대한 방향 변화는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띌 정도였다. 이번 인어공주 역을 할리 베일리에게 맡긴 건 그 연장선에 있다.



 디즈니의 이번 선택도 거부감과 환호가 동시에 존재한다. 과도하게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다가 재미와 명분 모두 잃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인간과 다양한 인종의 인어들이 한데 모이고 한 사람씩 스크린 정중앙에 잡히는 엔딩 부분에선 마치 모든 인종들을 전시해 인종차별을 하지 말자는 공익광고 시청을 강요받는 느낌을 받았다는 평도 존재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흑인 인어공주를 반기는 환호성이 같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라틴·아프리카계 소녀들이 할리 베일리의 등장을 기뻐하는 모습을 보도했으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서아프리카 지역과 남미 카리브해의 구전 설화를 들고나와 안데르센이나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검은 인어는 존재했다고 짚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재고할 부분은 주인공의 외모에 대한 비하나 조롱이다. ‘에리얼이 아닌 에일리언’이라는 등 외모를 조롱하는 표현은 <인어공주>가 불러일으킨 논쟁의 수준을 떨어트리는 혐오성 발언일 뿐 이 영화의 가치를 낮게 측정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인어공주>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감을 표현하는 모든 이들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정의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대와 다른 결과물에 대해 의견이나 감정을 표현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다. 길게 보면 이 영화를 둘러싼 이런 논쟁 자체가 관객들의 인식을 보다 성숙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임재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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