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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피의자 신상 공개제도의 딜레마
최윤지 ㅣ 기사 승인 2023-06-19 13  |  676호 ㅣ 조회수 : 3157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게재된 댓글(재구성)



대중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는 시대

 흉악범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우리나라 신상 공개제도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시민들이 범죄자들의 신상을 직접 공개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피의자의 신상 정보가 한 유튜버에 의해 공개됐다. 피고인의 사진과 이름, 생년월일, 직업, 출생지, 키, 혈액형, 신체 특징 및 전과기록 등이 공개됐다. 하지만 공익적 목적이 있더라도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이런 사회적 처벌을 내리는 건 주의가 필요하다고 법원은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해도 되는 것일까?




피의자

신상 공개제도란


 피의자 신상 공개제도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의자의 얼굴, 성명,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및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것의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췄을 때 특정 강력 범죄 사건 피의자의 얼굴, 성명,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개할 때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명시하고 있다.



 보통 신상 정보 공개는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사건을 중심으로 일선 경찰서별로 공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 타당성 여부는 신상 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데, 위원회는 총 7명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4명 이상은 각 경찰청·경찰서 소속 의사, 교수,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위촉된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신상 공개된 피의자는 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32명,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9명, 총 41명의 피의자 신상이 공개됐다.




신상공개제도를

둘러싼 논쟁


 피의자 신상 정보 공개에 대한 찬성 측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피의자 신상 정보 공개를 할 경우 정보의 투명성 확보로 인해 사회의 안전망이 강화돼 국민은 더 안전한 사회에서 살 수 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전체 범죄자의 재범률은 43.6%로 나타났다. 따라서 국민이 이들의 신상 정보를 습득해 주의할 수 있도록 알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여성가족부에서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된 1,662명 중 신상이 공개된 이후 다시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단 2명에 불과했다고 공개한 바가 있다. 이처럼 사이트에서 신상 정보를 등록한 이후 재범자 비율이 0.1%에 그친 것은 신상 공개가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피의자 신상 정보 공개에 대한 반대 측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가장 주요하게 꼽는다. 우리 헌법에는 형사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피의자 가족이 불필요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피의자의 얼굴이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대중의 복수심만 충족시킬 뿐이라는 얘기도 있다.



 신상 정보 공개는 범죄자의 재사회화 우려가 있다.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경우 그 사람을 둘러싼 다양한 부분에서 님비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피의자가 교화 후 취업이며 거주, 심지어 생존에 필요한 구매 활동 등을 하려고 할 때 사람들로부터 철저하게 배척당할 수 있으며 이는 재사회화를 막아 재범률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몇몇 외국 사회는 우리나라의 신상 공개제도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따라서 경찰이 피의자를 호송하거나 현장검증을 할 때 언론이 자연스럽게 취재할 수 있어 이름이나 나이, 심지어는 거주지까지 언론이 공개하기도 한다. 다만 피의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다.



 미국 역시 피의자 신상이 언론을 통해 쉽게 공개되고 있다. 미국의 머그샷(Police Photograph) 제도는 구속된 피의자의 사진 촬영을 공개하는 제도이다. 미국에서 머그샷은 정보 자유법에 따라 공개정보로 분류되기 때문에 언론의 피의자 신상 공개에 대해서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개인정보 공개를 제 3자가 청구하면 법원이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처럼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더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상 공개제도의

균형점


 피의자의 신상 공개에 대한 찬성 측과 반대 측의 대립이 팽팽한 만큼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개개인이 타인의 신상을 유포하는 공익적인 목적이라 하더라도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피의자 신상 공개제도의 도입 목적은 범죄 예방에 가장 큰 목적이 있다. 신상 공개제도의 공익적 목적은 최대한 살리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더 명확하고 세심한 판단기준을 세우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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