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웹툰을 놓고 충돌했다. AI 기술을 활용한 웹툰에 무더기로 낮은 평점이 매겨지고, AI가 그린 웹툰을 거부하겠다는 글들이 플랫폼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AI 창작물의 저작권은 물론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웹툰 작가’로 부를 수 있을지의 문제 등을 놓고 사회적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6월 2일(금)~3일(토) 네이버 웹툰의 아마추어 연재코너 ‘도전 만화’에 ‘AI 웹툰 보이콧’이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AI 보이콧이란 말 그대로 AI가 만든 창작물을 보이콧(Boycott)한다는 뜻이다. AI 보이콧이 확산된 이유는 지난달 22일부터 연재 중인 네이버 웹툰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은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면서 별점이 2점대(10점 만점)로 떨어졌다.
이처럼 AI가 만든 창작물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뭉쳐 맞서 싸우는 일을 AI 보이콧이라고 한다. 이번 보이콧 운동과 같은 반발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 출력 기술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기존 작가의 화풍과 유사한 AI 출력물이 등장했으며 일부 AI가 개발 과정에서 온라인의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를 무단으로 학습했다는 의혹 및 소송이 이어지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독자와 웹툰 작가는 바라본 AI가 만든 웹툰은 창의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AI는 수천만장의 수집 데이터에서 입력된 태그와 일치하는 이미지를 합성하고 출력해주는 것일 뿐이라 생각한다.
또한 AI가 만들어 낸 그림은 단 한 장도 저작권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인간은 모방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지만 AI는 복제한 데이터를 짜깁기할 뿐이라 말한다. 따라서 AI가 만든 웹툰은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보이콧하는 이들은 “AI는 자신이 직접 상상해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출력된 그림은 어딘가 원작이 존재할 것이라며 이미지 생성 AI 모델은 학습하는 게 아닌 무단 도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네이버가 진행하는 ‘2023 네이버웹툰 지상 최대공모전’에 참여하려면 이용약관 16조를 포함한 약관의 적용을 받는 플랫폼에 가입해야했다. 이에 공모전 참여자들의 반발이 일어났다. 독자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네이버웹툰은 ‘지상 최대공모전’ 2차 접수 단계부터 AI 생성 이미지 제한 방침을 1차 합격자에게 전송했다. 또한 카카오웹툰은 ‘인간이 웹툰을 지배함’ 게릴라 공모전을 열며 사람이 손으로 그린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으며 ‘인손인그(인간의 손으로 인간이 그린)가 아닌 작품’을 선발 제외 대상으로 명시했다.
AI 웹툰 보이콧 게시글은 ‘네이버웹툰 이용약관 16조(게시물의 저작권) 2항’을 문제 삼는다. ‘회원이 네이버웹툰 서비스 내에 게시하는 게시물은 네이버웹툰 및 네이버 서비스를 위한 연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네이버웹툰이 지난해 2월 AI 연구조직 ‘웹툰 AI’를 마련하면서 네이버웹툰 작품들이 AI 연구개발에 사용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웹툰 측은 “도전 만화·베스트도전 작품이나 공모전 출품작을 자사 AI 학습에 활용하지 않았으며 활용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웹툰 AI’가 개발하는 기술도 저작권 논란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도전 만화에 도전하는 웹툰 작가들은 이 약관에 따른다면 네이버 도전 만화의 게시물이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웹툰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웹툰 작가의 입장에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매우 예민한 문제이다.
웹툰을 비롯한 창작 업계 전반의 혼란과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생성형 AI와 저작권 문제는 아직 제도적, 법적 회색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 저작권 문제와 관련한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5월 22일(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콘텐츠 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AI를 활용한 저작물에는 별도로 표시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이미 미국과 EU에서도 유사한 법안을 검토 중이다. EU는 AI가 학습한 데이터의 출처를 공개하고, AI를 활용한 사실을 적시하도록 규제에 나섰다. EU 가치·투명성 담당 부위원장은 “인공지능 창작물에 표시하길 바란다. 실제 사람이 생산하고, 개발하고, 창조한 글과 그림이 아니라고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생성형 AI를 활용한 창작물의 저작권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이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AI가 안전하고 편리한 창작 도구로 자리 잡기 위해선, 부작용을 막을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