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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끊이지 않는 학부모 갑질
김시현, 김민수 ㅣ 기사 승인 2023-08-23 09  |  678호 ㅣ 조회수 : 228

▲사망한 A씨를 추모하는 화환이 서이초등학교 앞 보도에 길게 늘어서 있다.



 지난 7월 18일(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 A씨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후 경찰과 학교는 숨진 교사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해 힘들었다거나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소문에 대해 뒷받침할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초기 발표와는 달리 사건 발생 전, A씨는 평소 학부모의 갑질과 폭언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후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합동수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만 24세로 지난해 처음 부임했지만, 비선호 업무로 분류되는 1학년 담임과 NEIS를 맡았고, 실제로 ‘연필사건’이라 불리는 사건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연필사건’은 A씨가 사망하기 약 1주일 전인 지난 7월 12일(수), 오전 수업 중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이 학생이 그만하라며 연필을 빼앗으려다 이마에 상처가 생긴 사건을 말한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의 발표에 따르면 이 사건 이후 가해·피해자의 학부모가 A씨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 하지만 A씨의 번호를 알려준 학교 관계자는 없었고, A씨는 ‘개인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 ‘방학이 되면 전화번호를 바꾸겠다’고 말하며 불안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해 학부모로부터 교무실로 찾아와 고인에게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는 등의 폭언을 들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 이후 전국의 교사들은 A씨의 죽음을 추모하며, 자신들 또한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교육계에 호소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교사를 향한 학부모의 갑질은 끊이지 않고 있다.



▲출처 : 오마이티비 갈무리




소송과 민원으로

변질된 학습의 장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2년 전 의정부 소재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2021년 6월과 12월, 같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23살 김은지 교사와 25살 이영승 교사가 각각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 모두 임용 후 첫 발령이었고, 4~5년 차가 된 2021년엔 5학년 3반과 4반 담임을 나란히 맡았다.



 당시 학교 측은 두 교사에 대한 각각의 사망 경위서에 ‘단순 추락사’로 교육청에 보고해 추가 조사는 없었으며 경찰 수사도 그대로 종결됐다. 하지만 유가족은 두 교사 역시 학부모 민원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주장하며,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두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해 달라고 매체에 요청했다.



 최근에는 교육부 사무관이 자녀의 초등학교 담임교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일삼다가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까지 몰고 간 사건 또한 뒤늦게 밝혀졌다. 일명 왕의 DNA라 불리는 이 사건은 교육부에 근무하는 학부모가 자신의 직장을 내세워 담임교사에게 “나는 담임 교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교사를 압박했고,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 말하라”, “하지마, 안 돼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자신의 부서와 직급이 드러나는 공직자 통합 메일을 통해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담임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받아 지난해 10월 직위해제 당했지만, 검찰에서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렸고 올해 6월 복직하게 됐다.




직접 듣게 된

교육 현장의 이야기


 본지는 더 자세한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현직교사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악성 민원 또는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 등을 직접 겪거나 주위에서 본 적이 있으신가요?



A. 매우 많습니다. 제가 올해 직접 겪은 일입니다.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오후 6시 30분경 우리 반 남자아이와 다른 반 여자아이 간에 몸싸움까지 가는 다툼이 있었습니다. 남자아이는 집에 가서 여자아이의 잘못만 이야기하고 자신은 방어만 했다는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분개한 어머님은 제게 아이가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며 상황을 파악해달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을 직접 불러 물어보니 남자아이가 먼저 공을 차서 여자아이를 맞췄고 먼저 때린 것도 남자아이였습니다. 목격한 아이들까지 모두 불러 상담 후 어머님께 전화해 사실을 전해드리자 제대로 조사한 게 맞냐며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교사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통화내용을 다 녹음하고 있다며 협박하고 상대 여자아이를 학폭으로 신고하겠다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통화 후 남자아이를 불러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오해를 풀어드려라”라고 했지만 학부모는 아이가 말을 바꾼 게 제가 아이를 협박했기 때문이라 생각하며 원망했습니다. 총 4차례의 가슴이 답답해지는 통화 후 심한 스트레스로 급성위염과 돌발성 난청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Q. 악성 민원이 교사들에게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사실 앞서 말한 사건은 거의 해마다 있습니다. 언론이나 매뉴얼 등을 보면 평소에 교사가 학부모에게 신뢰를 얻지 못해 그렇다는 식의 이야기를 합니다. 내 나름대로 '학교종이'라는 앱을 통해 평소 수업 장면이나 체험학습 등을 수시로 사진 찍어 올리고 열심히 소통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나 평소 교사의 이런 노력은 사안이 발생했을 때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학부모들은 일단 자기 아이 말만 믿거든요.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을 때 가장 만만한 대상이 교사가 됐습니다. 수시로 언론이나 영화에서 교사를 깎아내려 뇌물이나 받길 원하고 차별한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학교는 사안을 축소하려고 한다고 비난하며 보도하니 교사나 학교에 대한 신뢰가 바닥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언론과 영화, 소설 등에서 다루는 교사의 좋지 않은 이미지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학생인권조례 자체는 매우 좋은 취지에서 마련됐습니다. 다만 그것을 적용하는 데 확대해석해 사소한 것까지 모두 아동학대로 몰아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학생인권조례가 명확한 언어로 정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Q. 서울교사노동조합에서는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학교폭력업무를 교육청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요구하였는데, 현재의 학교폭력 업무 메뉴얼은 어떻게 되나요?



A. 현재 학교폭력 업무는 1명의 교사가 맡는데 기피 업무로 모두 맡기 싫어합니다. 업무량 자체도 매우 많지만, 무엇보다 학교폭력 업무를 맡으면 학부모 항의와 신고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죠. 일단 학폭 신고가 들어오면 아이들을 분리 조치합니다. 그 후 학폭 담당 교사가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면담하고, 그 결과를 기록해 아이에게 기록이 맞는지 확인 후 사인을 받습니다. 학부모에게는 의견서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 자료를 교육청으로 보내고 교육청에서 학폭위를 열어 사안을 처리합니다.



 겉보기에는 별문제 없어 보이지만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면담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사안을 축소해 얘기하기 때문에 사실상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각 학부모는 자기 아이 말만 듣고 상황을 파악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서로 말이 맞지 않습니다. 결국 각 학부모는 서로 조사가 잘못됐다며 교사 탓을 하죠.



 교육청으로의 이관은 매우 찬성합니다. 그러나 실제 교육청으로 이관된다고 하더라도 학부모 전화만으로는 상황을 파악할 수 없으므로 다시 학교로 연락이 올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담임에게 연락이 오겠지요. 실제 교육 현장에는 적용되기 매우 힘든 일이라 이관된다고 모든 업무나 문제점이 사라질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만약 업무가 교육청으로 이관된다면 교육청 전담인력이 직접 학교로 나와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Q. 교권 침해에 대해 현직교사로서 학교나 교육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일단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학교에선 병가를 내고 학교를 나오지 못하게 합니다. 잘못이 없는 교사도 잘못이 있어 보이죠. 사안이 종결돼도 주변의 시선 때문에 그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어요. 잘못이 있든 없든 교사의 경력과 마음에 상처가 남죠. 신고가 됐다고 해도 본인이 희망한다면 계속해서 학교에 다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런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무고죄가 꼭 적용돼야 하고, 전담변호사 배정과 같이 교사가 의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생각합니다.




교육 당국과

전문가들의 대책은?


 잇따르는 교권 침해 논란에 교육 당국을 비롯해 법안 전문가들 또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는 11일 학교별로 법률적 문제와 분쟁을 전담하는 이른바 ‘학교 전담 변호사’를 비상근으로 배치하는 일명 ‘1학교 1전담 변호사’ 제도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울변회에 따르면 비상근 학교 전담 변호사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교권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학교폭력 및 교권 침해 예방 교육 ▲피해 학생 및 교원 보호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 중재 및 조정 등을 맡아 교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또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학생과 학부모 신고만으로 교사의 직위를 해제하는 불합리한 제도 개선안과 현장 의견을 검토해 8월 말까지 교권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선 인터뷰에서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여러 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교사는 “당연히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뭐라도 해야한다. 실효성이 적더라도 조금씩 고쳐나간다면 현재 상황보다는 나아질 거라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많은 교권 침해 사건들이 매체를 통해 보도되며 그간 쉬쉬하던 어려움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달 말까지 교권 회복 종합 방안을 내놓겠다는 교육부의 발표에는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또한 법률 개정이 필요한 방안은 조속히 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와의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제는 교육부와 국회가 교사들의 절박한 호소에 응할 차례이다.




김시현 기자

김민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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