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콘서트 티켓 양도합니다. 티켓값 제외 제시해주세요.”
콘서트 개최 소식이 전해지면 음악 팬들은 한숨부터 쉰다. 아이돌 그룹이나 인기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져서다. K-POP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 만큼 ‘플미(프리미엄) 티켓 판매’도 기승을 부려 팬들의 한숨은 더더욱 깊어지고 있다.
‘리셀러’는 콘서트 티켓을 선점하고는 몇 배로 부풀려 재판매하는 사람이다. 팝가수 브루노 마스의 내한 공연은 25만원짜리 좌석이 150만원에 거래됐으며, 지난 6월 24일(토)과 25일(일) 개최했던 그룹 방탄소년단 슈가의 단독 콘서트는 22만원(VIP석 기준)짜리 좌석이 290만원, 지난 7월 21일(금) 개최됐던 그룹 세븐틴의 콘서트는 19만 8,000원(VIP석)짜리 좌석이 5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상황에 팬들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암울했던 공연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지만, 공연 수요가 많아질수록 ‘암표 거래’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모습이다. 기존 좌석 티켓 가격은 15만원~16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지만,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을 겨냥해 각종 중고 판매 사이트에서 티켓 가격이 몇 배씩 뛰고 있다.
콘서트뿐만 아니라 요즘 대학 축제는 연예인 콘서트를 방불케 해 대학 축제 공연에서도 암표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축제 시즌이 되면 ‘○○대학 축제 라인업’이 주요 검색어가 되고, 축제에 등장하는 연예인 수준으로 대학 간 비교도 이뤄진다. 제한된 공간과 안전상의 이유로 원하는 모든 학생이 공연을 관람할 수 없기 때문에 축제 주최 측은 다양한 방법으로 티켓을 배부한다. 재학생들에게 선착순으로 티켓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외부인에게 유료로 티켓을 판매하는 학교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웃돈을 얹어 티켓을 팔고 사려는 수요가 형성돼 암표가 성행한다.
최근 업계에서는 암표상들의 수법이 교묘해지고 분업화되면서, 범죄 조직처럼 활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공연장 앞에서 암표를 직접 오프라인으로 파는 것보다는 인터넷을 이용해 굉장히 조직적이고 영업적으로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9월까지 ‘온라인 암표 신고 게시판’에 접수된 신고는 3,59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고 게시판 운영을 시작한 첫해인 2020년(359건) 대비 10배 늘어난 수치다.
▲불법 거래 사이트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공연 티켓들
암표 매매는 불법 행위지만 사실상 이를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온라인 암표 거래는 더더욱 처벌하기가 어렵다. 현행법상 암표 거래는 ‘현장 판매’를 하는 업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2항 4호에 따르면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등에서 웃돈을 받고 티켓을 되판” 경우만 처벌할 수 있다. 예매처가 부정 거래가 의심되는 수상한 거래를 직접 찾아내거나 시민들의 제보를 받아 표를 취소 조치하고 있지만, 다 잡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즉 ‘플미 거래’를 하지 않는 것 외에는 이를 막을 수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단법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이하 음공협)가 지난 6월 7일(수), ‘암표 및 부정거래 대책 강구 및 공연산업 발전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박현경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 과장은 “현재 문체부 예술국, 콘텐츠국, 체육국 각 소관 과에서 신고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신고 이후 조치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찰청과의 협력도 필요하다.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실무적인 방안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현 음공협 회장은 “공연시장에서 큰 문제로 지적되던 암표, 부정거래가 K-POP 시장의 확대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 이제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까지 왔으며 현재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도 암표와 부정거래를 통한 피해를 막기 위한 세미나 등의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음공협 역시 올해 암표 근절의 해를 목표로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세미나와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월 매크로를 통한 암표 거래 행위가 금지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부정 판매 금지 등에 관한 제4조의 2제에 ‘정보통신망에 주문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 등을 부정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공연법 개정안은 내년 3월 시행된다.
암표는 언제든 사고팔 수 있는 신발, 가방 등의 ‘리셀’과는 다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용지물이 되는 기간 한정 상품이다. 이는 엄연히 약자인 소비자의 마음을 악용한 사기행각이며 범죄다. 아이돌 그룹은 물론 인기 뮤지션·연극·콘서트 등 공연 시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지만 그에 반해 ‘암표 거래’ 같은 문제를 해결할 만한 제도는 아직 확실하게 마련되지 않았다. 엔터 업계의 성장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부정거래를 통해 티켓을 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암표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