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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넥스트 마라탕, 탕후루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3-09-05 14  |  679호 ㅣ 조회수 : 380

MZ세대 사로잡다



 달콤한 설탕으로 코팅된 형형색색의 과일들. 투명하고 영롱하게 빛나는 겉면을 깨물자 ‘바사삭’ 소리와 함께 새콤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진다. 씹을 때마다 나는 와드득 소리는 일품. 최근 인기 열풍이 불고 있는 ‘탕후루’ 이야기다.



 탕후루는 중국 화북 지역을 대표하는 간식으로, 과거 거란족들이 과일을 보존하고자 설탕을 과일에 바르고 얼리던 풍습에서 기원했다. 과거 중국 황제가 아픈 왕비에게 산사나무 열매를 물엿에 졸여 먹였더니 병이 나았다는 설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현재는 겨울 길거리 간식인 붕어빵, 추억의 컵떡볶이 마냥 흔히 볼 수 있는 대한민국 길거리 간식이 됐다.



 탕후루의 인기는 유튜브 ASMR 컨텐츠로 인기를 끌며 시작했다. 예쁜 비주얼과 겉바속촉의 식감은 시청자로 하여금 식욕을 돋웠고,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어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쉽지 않다. 설탕과 물을 2:1 비율로 섞어 냄비에 끓이고 시럽이 노르스름해질 때 쯤 과일을 담가 코팅한다. 이후 얼음물에 담그거나 자연 건조 시켜 코팅이 굳으면 먹을 수 있다. 이때 과일에서 물이 나오면 안 되며, 설탕물은 타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또한 설탕 시럽에 공기가 들어가도 설탕 결정이 생겨 탕후루 만들기에 실패한다.



 탕후루의 인기를 입증하듯 국내 최초 탕후루 프랜차이즈 ‘왕가탕후루’는 올 초 50여 개에서 지난 7월 300여 개로 매장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왕가탕후루 전국 가맹점 평균 월매출은 1,150만원으로 드러났다. 탕후루의 식지 않는 열풍에 너도나도 탕후루 창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다른 음식 자영업보다 훨씬 몸도 편하고 매출 성적도 좋아 자영업자의 만족도가 높다는 후문이다.



 창업비용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왕가탕후루가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인테리어 2,200만원, 간판 내외부 사인물 650만원에 1평 추가시 130만원의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교육비는 300만원, 홍보물 및 비품 사용은 40만원으로 책정됐다. 탕후루 집기는 본사에서 제공되며 이외의 기물 비용까지 합쳐 약 6,850만원의 창업비용이 든다. 조리 역시 간편해 자본금만 있다면 누구나 창업이 가능하다.



 탕후루 가맹점 오픈에 이어 여러 카페 업계에선 탕후루를 활용한 디저트를 출시하고 있다. 탕후루 과일들을 얹은 ‘탕후루 빙수’에 이어 마카롱 안에 탕후루를 넣은 ‘탕후루 마카롱’, 과일이 아닌 가래떡, 오이에 설탕 코팅을 한 ‘떡 탕후루’, ‘오이 탕후루’까지 나왔다.



미운털 박힌 탕후루



 탕후루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치솟지만, 이와 함께 탕후루에 대한 차가운 반응도 나오고 있다. 유튜브 인기 콘텐츠인 탕후루 만들기가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이다. 그러나 탕후루를 만드는 과정에서 뜨거운 설탕물에 화상을 입는 사례들이 발생하며, 학부모 사이에서 탕후루는 기피 대상이 됐다. 뜨겁게 녹은 설탕물이 피부에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 다른 뜨거운 액체로 인한 화상보다 더 심한 부상을 일으킨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잘나가는 탕후루 가게의 주변 상인과 주민들에게는 탕후루가 골칫거리가 된다. 이유는 탕후루를 먹으면 나오는 쓰레기 때문이다. 탕후루를 다 먹고 남은 꼬치와 종이컵이 길거리 곳곳에 버려져 있는 것은 물론, 탕후루의 설탕 시럽으로 인해 길바닥은 끈적거리고 벌레들이 꼬인다.



 급기야 탕후루의 반입을 금지하는 ‘노(NO)탕후루존’까지 생겨났다. 더운 여름날 탕후루 시럽이 녹아 가게 바닥에 떨어지면 시럽이 눌어붙어 처리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탕후루 쓰레기가 더욱 몰매를 맞는 것은 뾰족한 꼬치가 안전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미화원은 종량제 봉투에 박힌 꼬챙이로 인해 부상의 위험을 항상 안고 가야 한다.



 탕후루 가게 주변뿐 아니라 길거리 전체에 탕후루를 먹고 남은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회용 쓰레기봉투에는 탕후루 꼬치가 멋대로 꽂혀있어 봉투가 찢어지는 일은 다반사다. 탕후루 매장 측에서 쓰레기 관리에 노력한다고 해도, 손님들이 지나가다 버리는 쓰레기까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라탕, 훠궈, 양꼬치의 바통을 받아 대한민국에 열풍을 불고 있는 중국 간식 탕후루. 급격한 인기 증가와 함께 부작용도 하나둘씩 떠오르고 있었다. 이 때문에 반짝 장사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하지만, 꾸준히 오랫동안 사랑받는 간식으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장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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