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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아껴야 산다, 무지출 챌린지
원용찬 ㅣ 기사 승인 2023-09-05 15  |  679호 ㅣ 조회수 : 456

 젊은 세대 사이에서 ‘무지출 챌린지’ 라는 새로운 경제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특정 기간 동안 아예 소비를 하지 않는 무(無)소비에 도전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출을 최소화하고 돈을 절약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으며,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극단적인 생활비 절약 흐름과 함께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물가와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무지출 챌린지’ 라는 새로운 경제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특정 기간 동안 아예 소비를 하지 않는 무(無)소비 를 뜻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출을 최소화하고 돈을 절약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으며,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극단적인 생활비 절약 흐름과 함께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고물가와 실업률 상승으로 인해 ‘국민고통지수’가 7년 만에 10.6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평균치인 7.7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주요 편의점인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에서는 점심시간 도시락 판매량이 전년과 비교해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회 식사에 1만원 정도 드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20대와 30대 젊은 세대들은 아무리 작은 금액이라도 절약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무지출 챌린지,

절약의 비전인가?



 무지출 챌린지는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주일 동안 무지출에 성공한 증거를 인증하며 확산하고 있다. ‘안 먹고, 안 타고, 안 쓰기’를 실천하며 하루 종일 돈을 사용하지 않는 행동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기록하는 것이다.



 이 챌린지는 도시락을 만들어 먹는 것부터 앱을 통한 보상 기프티콘 받기, 도보나 자전거 이용하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도 무지출 챌린지 동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가정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사용하지 않는 중고품을 거래하거나 배달 음식 줄이기 등의 긍정적 소비 줄이기로 시작되고 있다. 또한 ‘거지방’이라는 공개채팅방도 생겨났는데, 참여자들은 스스로를 ‘거지’라고 부르며 서로의 소비 습관을 질책한다. 이 방에서는 ‘돈을 아예 쓰지 않으면 돈을 모을 필요가 없다’며 독특한 관점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청년들이 절약으로 상황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소비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절약의 지향점과 차이가 있다. 지출을 억제해 돈을 아껴보자는 취지는 권장할 만한 일이지만 무지출 챌린지에 젊은이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것은 ‘절약’의 긍정적 신호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의 신호일 수도 있다.



무지출 챌린지의

사회적 부작용



 무지출 챌린지는 우리 청년들의 삶의 고달픔을 언급하는 담론이 대체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에도 몇 가지 논란이 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3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생겨난 MZ세대들의 새로운 경제문화라기엔 아예 소비 자체를 중단하는 것을 최종 목표를 한다는 점에서 자칫 사회적 부작용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이것이 단순한 ‘놀이문화’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지출 챌린지가 단순히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현상일 뿐이며 곧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현상은 종종 오락성을 띄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의 경제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견해이기도 하다. 20대와 30대의 소득이 적고 부채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과 부딪혀 빚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한 현상이다.



 그러나 ‘극단적 양극화론’이라는 관점도 있다. 이들은 무지출 챌린지가 젊은 세대의 일반적인 행동일지 의문을 제기한다. 여전히 20· 30대는 명품소비의 새로운 고객층이며, 명품기업들은 이들만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지난해 3분기 주요 백화점에서 20·30대의 명품 구매 비중이 45%를 넘었으며 통계자료에서도 젊은 세대의 명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려 노력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자신을 위한 선물, 일명 플렉스(FLEX)라는 이름으로 가감 없이 과소비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존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현상을 정부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소비자가 소비를 줄이게 되면 자영업자들이나 소상공인에게 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 국민이며, 우리 이웃이다. 소비를 어느 정도 해야지만 국가 경제가 돌아가면서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이 발생하는데, 극단적 소비와 무지출에 대한 팁을 기획재정부에서 제시하고, 독려하며 나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행동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지출 챌린지의 등장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청년들의 강인한 기상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사회구성원 각자가 현실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찾은 최소한의 돌파구이기도 하지만, 현재 상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현정부와 기성세대를 향한 젊은이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민들이 정상적으로 소비생활을 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 줄 의무가 있다. ‘무지출 챌린지’가 그저 한때의 유행이자 해프닝으로 끝나는 시대가 하루빨리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최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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