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합계출산율이 0.7명대를 기록하면서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0.6명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5년 1.24명의 출산율을 보인 후 계속해서 출산율은 감소했고 현재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미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꽤나 심각한 수치다.
출산율
세계 꼴찌의 나라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숫자인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회원국 가운데 꼴찌에 위치해 있다. OECD 주요국들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8명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을 하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우리나라 출생률이 더 떨어질 경우 0.7명 선마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2년 출생 통계’와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0.78명으로 사상 최저를 나타낸 출산율은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는 1분기 0.86명, 2분기 0.75명, 3분기 0.8명, 4분기 0.7명이었다. 올해는 1분기 0.81명, 2분기 0.7명이었다. 출산율은 계절적·시기적 영향을 받는 만큼 전년 동기 대비로 봐야 하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낮은 것이다. 1970년 4.53명이던 출산율은 1984년 1.74명까지 떨어졌고, 2018년 1명 선 밑으로 내려갔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매년 역대 최저를 갈아치우며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세종은 ‘출산율 1위’를 기록하는 곳이다. 세종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꼽히며 초저출생 시대에 유일한 희망처럼 비치기도 한다. 작년 전국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하락했을 때, 세종은 1.12명으로 17개 광역시도 중 나 홀로 1명대였다. 하지만 세종마저 최근 합계출산율 1명 선이 깨졌다.
OECD 평균을
뒤집는 출산 연령,
한국의 고령 출산
모(母)의 전체 평균 출산연령은 33.5세로 전년 대비 0.2세 상승했다. 첫째아 평균 출산연령은 33.0세, 둘째아는 34.2세, 셋째아는 35.6세였다. 각각 전년 대비 0.3세, 0.2세, 0.2세 높아졌다. 2021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 모(母) 첫째아 출산연령은 29.7세로 우리나라가 3세 이상 확연히 높다. 지난해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5.7%로 전년보다 0.6%p 증가했다. 모(母)의 연령별 출산율(해당 연령 여자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은 30대 초반(30~34세)이 73.5명으로 가장 높고, 30대 후반(35세~39세)이 44.1명, 20대 후반(25~29세)이 24.0명 순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20대 후반은 3.4명, 30대 초반은 2.6명 출산율이 줄었다. 반면 30대 후반의 경우 0.6명, 40대 초반은 0.4명 늘어 출산 여성의 연령이 높아지는 추세가 나타났다.
지난해 첫째아는 15만 6,000명으로 전년 대비 8,000명(5.6%) 늘었다. 반면 둘째아는 7만 6,000명, 셋째아 이상은 1만 7,000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1만 5,000명(16.7%), 4,000명(20.5%) 감소했다. 첫째아의 비중은 62.7%로 전년 대비 5.9%p 증가한 반면, 둘째아의 비중은 30.5%, 셋째아 이상의 비중은 6.8%로 전년보다 각 4.5%p , 1.4%p씩 감소했다.
젊은 부부의 결혼과
출산 선택
한 가정을 이루는 데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집’이 대한민국에선 ‘재화’로 불린다. 공중파 방송에서 출연자의 아파트가 매매인지, 전세인지 물어보는 게 아무렇지 않은 사회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겨우 살아남아 회사에 들어갔지만, 다시 ‘집’이라는 목표를 위해 출발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쉬지 않고 달려도 이 경쟁엔 끝이 없다는 걸 청년들은 이제 깨달았고, 결국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코스에서 이탈한다.
이렇게 좌절스러운 현실을 경험한 청년세대들은 자신이 겪은 암울한 현실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한 청년들은 최대한 부족함 없이 아이를 키우려고 한다. 평균 초혼연령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청년들은 말한다. “부족하게 시작할 거면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겠다”, 아이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출산의 거부감을 증폭시켰다.
예비부모들의
소망과 현실
역대 정부는 지난 16년 동안(2006~2021년)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28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아기를 낳으면 1,000만 원을 준다는 식의 홍보 문구를 내걸고 있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신문고와 지방자치단체 민원 창구 등에 접수된 예비 부모의 민원 1,493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난임 시술비 지원 확대, 난임 시술 휴가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기를 원하는 절박한 마음을 신문고 등을 호소한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도 예산 15조 4,000억 원이 편성됐다고 4일 밝혔다. 아이 돌봄·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 비용 경감, 건강 등 저출산 극복 핵심 분야에 대한 예산이다. 중요한 것은 임신을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 확대다. 고단한 맞벌이에도 아기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부터 도와줘야 한다. 국회-정부-지자체 등이 이번에는 정말 힘을 모아야 한다.
임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