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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서점, 개성을 가지고 재탄생하다
서나연 ㅣ 기사 승인 2023-12-04 16  |  683호 ㅣ 조회수 : 152

 도깨비 시장에서 나와 철길을 걸으면 ‘동네책방’이라고 적힌 작은 간판이 보인다. 입구를 지나 올라가는 계단 옆의 벽에는 책 소개를 적어둔 칼럼들이 줄을 서듯 붙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수많은 책이 커피 냄새와 함께 펼쳐진다. 그런데 이곳의 책들은 여느 서점과 다른 모습이다. ‘주인장 책’이라 적힌 책장에 책이 잔뜩 꽂아져 있는데 책 표지마다 포스트잇으로 책 속의 문구가 적혀져 있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는 말처럼 주인장의 취향으로 가득 찬 이곳은 어느덧 오랫동안 공릉동에 자리 잡고 있는 독립서점 ‘책人감’이다.



 동네를 지역적 기반으로, 지역과 문화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독립서점은 최근 들어 길거리를 조금만 돌아다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독립서점은 언제부터 이렇게 늘어났을까?



독립서점? 일반서점?



 독립출판은 대형출판사나 업체에 힘을 빌리지 않고, 1인 혹은 소수의 사람이 모여 독립적으로 기획, 제작, 편집, 유통 등의 과정을 거쳐 출판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식으로 출판된 독립출판물은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이라는 형식을 받지 않아 메이저 출판사나 대형 서점을 통하지 않고 유통된다. 그 대표적인 경로가 독립서점이다.



 독립서점은 일반서점과 달리 대규모 자본이나 큰 유통망에 힘을 빌리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이 반영돼 꾸며진 소규모의 서점이다. 이곳에 입고되는 책 또한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골라 들여오기 때문에 판매하는 책의 종류도 서점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에세이를 고집하는 주인이라면 그 서점에서는 에세이가 주로 진열돼 판매되는 것이다. 독립 출판물처럼 일반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일반 단행본과 소규모 출판물을 취급하는 곳도 있다. 정리하자면 독립서점은 정해진 규율 없이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다채롭게 달라지는 서점이다.



 대형 출판사나 기업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일반서점과는 달리 독립 서점은 소규모 서점으로, 개인이나 지역 사회의 작은 단체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특성 때문에 독립 서점은 일반적으로 지역사회에서 더 많은 지역 산업 및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늘어나는 독립 서점,

그 이유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행한 ‘한국서점편람’을 토대로 단비뉴스 취재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전국의 2,165개 서점 가운데 독립서점은 49곳으로 2.3%를 차지했는데, 그 숫자가 해마다 늘어 2021년에는 전국 서점 2,528곳 가운데 23.5%인 594곳이 독립서점이었다. 전체 서점 4곳 가운데 1곳이 독립서점이 된 셈이다. 6년 동안 독립 서점은 무려 11배 증가했다. 독립 서점의 수가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짧은 시간에 독립 서점의 수는 왜 이렇게 늘어난 것일까?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독립서점의 수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도서정가제의 개정이다. 도서정가제는 유통 과정에서 정해진 비율 이상으로는 책의 가격을 할인해서 판매할 수 없도록 정한 제도다. 도서정가제의 도입으로 1+1행사나 온라인 서점에서 진행했던 할인 프로모션을 하지 못하게 돼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 서점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게 됐다. 이런 상황이 바탕이 돼 독립서점이 창업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독립서점이 늘어난 또 다른 이유는 귀촌 문화와 지역 소멸의 이슈가 있다. 남창우 (주)동네서점 대표에 따르면 “도시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귀촌해, 지역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작은 서점을 운영하면서 실현하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즉 트렌드가 변화해 작은 소득만 벌고 자신의 취향대로 꾸민 공간에서 동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며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이하 백 대표)도 지역사회를 위한 독립서점의 순기능을 높게 평가했다. 백 대표는 “전국 각지에 생겨난 독립서점 대부분이 지역 주민과 책을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만큼 지역 문화 생태계의 다양성이 늘어나고, 지역민 간의 소통과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의 여러 독립 서점에서는 북토크 콘서트나 독서 모임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예산 삭감 소식



 이렇게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 지역 사회에 자리 잡아가고 있던 독립서점에 문제가 발생했다. 지역 서점 활성화를 위한 예산이 삭감된 것이다. 정부의 ‘지역 서점 경쟁력 강화 사업’과 ‘문화 활동 지원 사업’은 그간 지역의 독립서점이 문화공간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줬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독립서점에서 작가 초청 북토크, 독서 모임, 글쓰기 수업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이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 자료’를 보면 2023년 8억 3,100만 원이었던 지역 서점 활성화 예산이 1억 6,000만 원으로 대폭 삭감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독립서점이 지역의 문화공간으로서 기능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간 정부의 지원을 통해 작은 서점에서도 문화 행사를 열어 문화 프로그램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 주민에게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가 마련돼 왔다. 이번 예산 삭감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과 문화생활 간의 간격이 늘어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의 지역 서점 활성화를 위한 예산 삭감 소식은 독립서점이 지역의 문화공간으로서 기능하기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문화 활동 기회마저도 앗아가는 일이다. 정부는 문화공간으로서 독립서점의 가치를 존중하고, 독립서점을 통한 다양한 문화 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서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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