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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도심 속 공공의 적 현수막,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4-04-01 17  |  687호 ㅣ 조회수 : 157

길거리 점령한 현수막,

환경문제 심각



 4월 10일(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은 서로 앞다투듯 거리에 선거용 현수막들을 내건다. 선거철만 되면 거리는 형형색색의 현수막이 우후죽순 늘어난다. 졸업 시즌이 다가올 땐, 졸업을 축하하는 현수막들이 우리대학 캠퍼스 곳곳을 가득 메운다.



 특정 기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길가에 난립한 현수막들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집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신고된 현수막은 약 630만 건으로, 연평균 약 125만 건의 현수막이 국내에 발생하고 있었다. 또한 2022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총 236t으로, 이를 장 수로 따지면 대략 39만 4,000장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지난 2022년 6월, 정치 현안이 담긴 현수막은 게재 시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옥외광고물법(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의 개정 이후, 폐현수막 발생량도 덩달아 급증했다. 2022년 1월부터 4월까지 제20대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발생한 폐현수막 발생량은 1,110.7t이었고, 작년 2023년 1월부터 3월까지의 폐현수막 발생량은 1,314.8t이었다. 비선거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선거기간보다 더 많은 폐현수막이 발생한 것이다. 이렇듯 방대하게 쏟아지는 현수막은 처리 시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국내 현수막의 주요 소재는 플라스틱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인데, 이는 석유를 원료로 하며 생산과정 및 소각 시 다양한 유해 성분과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특히 소각 시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배출되는데,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현수막 1장이 배출하는 다이옥신과 온실가스의 양은 대략 4kg에 달한다. 또한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의하면 현수막 1장을 처리하면서 나오는 온실가스 무게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6.28kg에 이른다.



현수막 재활용, 산업성 떨어져



 결국 최선의 처리 방안은 재활용이지만, 폐현수막은 인쇄된 잉크가 묻어나올 수 있어 재활용이 쉽지 않다.

실제로 폐현수막의 재활용 비율은 매년 30%를 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폐현수막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선거기간 기준, 폐현수막의 재활용률은 ▲2020년 21대 총선 23.5% ▲2021년 재·보궐 26.7% ▲2022년 대통령 선거 24.5% ▲2022년 8대 지방선거 24.8%로 모두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소각처리 되고 있었다.



 행안부는 2022년 대선 이후 폐현수막 재활용 지원 사업으로 지자체 22곳에 총 1억 5천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 에코백, 모래주머니, 청소 마대 등의 업사이클링이 대부분이었고 시멘트 소성용 연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수막으로 만든 제품들은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았고 상업성도 떨어진다. 정당과 후보자의 홍보 글이 그대로 노출된 상품은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었고, 결국 또 다른 쓰레기를 양산하는 꼴이었다.



 최근에는 분해 가능한 친환경 소재의 현수막도 나왔지만, 높은 비용 때문에 상용화되기는 멀어 보인다.



기후대처, 정치에는 논외로?



 공릉동 철길엔 1년 내내 정당 현수막이 붙어있다. 최근엔 선거철이 겹치면서 현수막이 더욱더 늘어난 모습이다.



 최근 5년간 치러진 다섯 번의 선거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2018년 7대 지방선거 9,220t ▲2020년 21대 총선 1,739.2t ▲2021년 재·보궐 357.5t ▲2022년 대통령 선거 1,110.9t ▲2022년 8대 지방선거 1,557.4t로, 총 13,985t이 발생했다.



 거철만 되면 현수막뿐 아니라, 후보자들의 명함, 홍보 운동에 쓰이는 옷과 어깨띠 모두 선거가 끝나면 버려진다. 탄소 중립과 기후대처를 외치는 정치계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행태다. 앞서 언급했던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전에도,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공직선거법의 개정이 이뤄졌었다. 2005년에는 선거사무소의 간판·현판·현수막의 규격 제한을 삭제했고, 2010년에는 후보자 선거사무소의 간판·현판·현수막의 수량 제한을 삭제했다. 또한 2018년에는 게시 가능한 현수막 매수를 선거구 안 읍면동 수마다 2배 이내로 확대했다. 현수막의 도배를 법적으로 보장하도록 개정된 것이다.



 최근 1월부터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며, 정당 현수막 설치는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제한됐지만 이것만으로는 지금의 현수막 난립을 막기에 부족해보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 대처가 큰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법률 개정이 이뤄지고 있는데, 정치활동만은 예외이다. 오히려 기후대처와는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환경단체들은 폐현수막 문제 해결을 위해 재활용률 제고보단, 현수막 사용을 원천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녹색연합은 “기후 위기 시대,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형 현수막뿐 아니라 거리에 게시하는 후보자의 현수막 사용도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선거 활동도 디지털 시대에 맞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1대 국회는 선거 홍보물 저감을 위한 법률 총 9건을 발의했다. 그중 3건은 전자공보물로의 전환에 관한 내용이었고, 나머지는 선거홍보물 친환경 소재 사용이나 현수막 재활용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전자 공보에 관한 내용은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더는 자유라는 명목으로 정치활동만은 기후대처에서 논외 되는 모습을 외면할 수 없다. 하루빨리 정부가 앞장서 기후대처의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시점이다.



장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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