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나라 군대 조직 내에서 군인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채 상병 사건’, ‘육군 수류탄 폭발 사고’, 그리고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한 ‘훈련병 얼차려 사망 사건’이 있다.
각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채 상병 사건’은 작년 7월 19일(수),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 피해 지역인 경상북도 예천군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사고다. 故 채수근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후 14시간 만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 해당 사고의 원인으로 해병대 사령부의 무리한 수색 강행 지시가 지목됐다. 사령부의 무리한 지시가 없었더라면, 젊은 군인의 생명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리고 지난 5월 21일(화) 육군 부대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 중 수류탄 폭발 사고가 발생해 간부 1명이 다치고 병사 1명이 사망했다. 훈련 절차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훈련병들의 안전을 위해 수류탄의 안정성과 노후된 시설 점검 필요성이 제기됐다.
5월 23일(목) 12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훈련병이 군기 훈련 도중 쓰러져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패혈성 쇼크에 의한 다발성 장기 부전이었다. 당시 29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완전군장을 하고 선착순 달리기, 구보 등의 가혹한 얼차려가 강제됐다. 사망한 훈련병은 검은색 소변을 볼 정도로 몸 상태가 심각했으나 즉각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단순 사고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군대 내에서 비슷한 사고들이 반복되나, 사건 발생 직후 즉각적으로 개선하려는 조치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군인을 소모품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 얼차려 사망 훈련병 영결식 모습 (출처 : 연합뉴스)
장병 부모들의 커져가는 불안감
군대에 자식을 보낸 장병 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군 인권센터와 현역 장병 부모들로 구성된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는 지난 6월 4일(화) 오전, 국방부 앞에서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을 규탄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역 장병 어머니 A씨는 “제발 지켜주세요. 내 자식이라 생각하고 돌봐주세요. 꽃같이 예쁜 청춘을 피우지 못하게 만들고 왜 가족들을 평생 어둠 속에서 살도록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가해자는 떳떳하게 살고 왜 피해자는 여기저기 도와달라고 항의하고 부탁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부모들은 정말 알고 싶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며 얼차려 훈련병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을 호소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군 규정을 어긴 군기 훈련과 건강 이상 징후를 보고받은 현장 간부가 이를 무시한 정황 등이 드러나며 진상을 밝히는 데 있어 은폐, 축소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열렸다.
前 해병대 사단장 생명 경시 발언 논란
한편, 채 상병 사건의 임성근 前 해병대 1사단장(이하 임 사단장)의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 6월 10일(월) 임 사단장은 군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탄원서를 경북경찰청에 제출했다. 임 사단장은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희생할 준비가 돼야 하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임 사단장의 발언은 군인의 생명을 국가의 필요에 따라 마땅히 희생될 수 있는 수단으로 간주한다는 측면에서 인간의 생명 존엄성을 경시해 비판받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조 2항에 따르면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돼 있다. 해당 법률에 근거해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시 적절한 대응과 보호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임 사단장의 발언은 국가의 보호 의무를 간과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임 사단장은 해병대 사령부에 위치해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군 조직의 높은 위치에 있기에 그의 발언은 현역 군인뿐 아니라 군인 가족을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미친다. 군인을 단지 소모품으로 여기는 태도는 군인들이 느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무시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태도이기 때문에 현역 군인들과 군인 가족들에게 심리적인 상처를 준다.
각자도생 시대, 사회의 울타리 기능 상실
국가는 국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사회의 울타리 기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군대 안에서 일어난 사고들을 보면, 국가가 국민 보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요즘 대두되는 단어로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있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으니 각자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각자도생’이 유행하게 된 이유는 현 국가가 개인의 목숨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회적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다. 계속해서 국가가 국민 보호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회는 불안과 혼란 속에 빠지게 돼 사회적 질서에 큰 위협을 가져다준다. 군대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 사회 체계를 올바르게 재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강문경 수습기자
rivmun@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