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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함께 뛰는 축구, 함께 즐기는 야구
이준석 ㅣ 기사 승인 2024-07-15 14  |  692호 ㅣ 조회수 : 239


최근 국내 야구와 K리그를 보면 경기장이 빈틈없이 꽉 찬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국내 프로축구 리그인 K리그1은 지난해 2013년 유료 관중 집계 이후 최초로 평균관중 1만 명 이상을 달성했고 올해는 2부리그인 K리그2도 엄청난 관중수 증가를 보이며 대단한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프로야구 KBO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 1,000만 관중 페이스를 보이며 역대급 흥행을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 직관의 인기가 상승한 큰 요인 중 하나는 경기장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하는 관중들의 증가이다. 그 중심에 있는 종목인 축구와 야구는 비슷하지만 묘하게 다른 관람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축구와 야구, 어쩔 수 없는 문화 차이 



축구장을 가보면 응원가 멘트의 수위가 야구에 비해 높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야구와 축구의 응원 분위기가 다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리그 운영 방식의 차이다. 국내 축구 리그인 K리그는 국내 스포츠 중 승강제(승격-강등 제도)를 운용하는 몇 안 되는 리그 중 하나이다. K리그1에 속해있는 12개 팀 중 최소 1팀에서 최대 3팀까지 2부리그로 강등될 수 있기 때문에 1부리그에 속해있는 하위권 팀들 사이에서는 시즌이 지나갈수록 예민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하지만 야구는 2군 리그인 퓨처스리그가 운영되긴 하지만 승격과 강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시즌 말미 하위권에 쳐져 있는 팀의 팬들은 오히려 후련한 마음으로 경기를 보기도 한다. 또 다른 이유로 종목의 특성 간 차이가 있다. 공격과 수비가 확실하게 나눠진 야구와 다르게 축구는 몸싸움을 하며 우리 팀의 공 소유권을 지키거나 상대 팀의 공 소유권을 빼앗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거친 태클이나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인해 응원하는 팀이 기회를 잃거나 위기를 맞이할 수 있는데 이때 관중들이 동요돼 공격적인 응원을 보이기도 한다. 



흥 돋우는 치어리딩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신나는 노래에 맞춰 선수들을 연호하는 관중은 야구장의 빼놓을 수 없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응원단장의 구호와 치어리더의 율동을 따라 하며 팀을 응원하는 야구장의 관람 문화는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들을 대거 야구장으로 끌어모았다. 실제로 2023년 한국 프로스포츠협회가 9,243명의 야구팬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8%가 경기장의 응원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관람을 한다고 답했다.



야구는 1명의 응원단장과 여러 명의 치어리더가 주도해 응원한다. 일반적으로 응원팀이 공격할 때 응원이 시작되고 수비 시에는 자리에 앉아 쉬며 여유롭게 경기를 관람한다. 우리 팀 선수가 공격하기 위해 타석에 들어서면 관중들은 응원단장 구호에 맞춰 응원할 준비를 한다. 이때 관중은 저마다 응원 도구를 들고 응원을 하는데 팀마다 특유의 응원 도구와 방법을 통해 팬들의 재미를 더한다. 기아타이거즈는 노란색 페이퍼스틱 응원봉, 롯데자이언츠는 특유의 색인 빨간색 클리퍼 등 응원팀의 특징이 드러나는 응원도구로 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선수를 응원하며 재밌게 율동을 따라 하는 야구 관람 문화이지만 상대 팀을 방해하는 응원도 존재한다. 바로 견제 응원인데 우리 팀이 공격할 때 상대 팀의 투수가 위험한 볼을 던지거나 흐름을 끊기 위해 견제구를 던질 때 하는 구호이다. 이 구호도 팀마다 고유의 콜을 가지고 있는데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는 “마!”, 대전을 연고로 하는 한화는 “뭐여! 뭐하는겨!”, 호남에 연고를 두는 기아는 “아야~ 날 새겄다!”같은 재치 있는 응원을 보여준다.



육성응원, 목소리가 만드는 웅장함   



축구는 야구와 다른 응원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스피커의 유무이다. 축구에는 앰프를 틀고 응원을 주도하는 응원단장이 아닌 육성으로 확성기를 통해 응원을 리딩하는 콜리더가 있다. 육성으로만 응원해야 하기 때문에 야구의 응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어수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광주FC의 콜리더이자 서포터즈 오건 현장팀장(이하 오 팀장)은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하는 다른 종목들은 응원을 집중시키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축구는 콜리더가 확성기 하나만 가지고 응원을 주도하다 보니 관중들의 응원을 끌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보조 콜리더를 추가로 배치하거나 악기를 늘려 큰 응원 효과를 내기 위해 최대한 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구의 육성응원도 그것만의 매력으로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오 팀장은 “축구 응원은 박수와 목소리만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거기서 느껴지는 웅장함이 큰 장점인 것 같다. 응원 중에 우리들의 목소리로 이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는 기분이 들 때 엄청난 짜릿함을 느낀다”며 축구 응원의 매력을 설명했다.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가족, 연인끼리 나란히 앉아 서로 다른 응원팀의 유니폼을 입고 각자 다른 팀을 응원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축구 종목의 특성상 각 팀 팬끼리의 마찰이 많을 것을 대비해 K리그뿐만 아니라 여러 해외 축구 리그에서는 홈팬석과 원정팬석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만약, 원정팬이 홈팬석에 들어와 원정팀을 응원하거나 반대의 경우가 일어났을 시 무환불 퇴장조치를 받게 된다. 



건전한 경기장을 위해



야구 특유의 접근성 높은 응원과 다 함께 즐기는 관람 문화는 야구를 전 국민에게 사랑받게 만들고 있다. 반면 축구는 십여 년 전과 비교하면 과격한 이미지를 많이 벗어났지만 아직도 축구의 거센 응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에 K리그 서포터즈 현장 팀들은 이미지 변화를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 오 팀장은 “예전 축구에서는 울트라스라는 강성 문화가 크게 발전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K리그의 어린이 팬과 가족 단위 팬이 늘어났기에 상대방을 과하게 비판하는 안티콜을 최대한 지양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만약 관중이 현장에서 과한 욕을 하거나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현장에서도 얘기하고 있다”며 축구장의 건전한 관람 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로 “감정적으로 욱하거나 좋지 않은 상황이 나와도 상대에 대한 욕설보다는 우리 선수에 대한 응원을 우선시 해주기를 부탁드린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이렇듯 야구와 축구의 응원 문화는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야구는 초보자들도 따라 하기 쉬운 노래와 응원으로 언제 가든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축구는 선수들이 뛰는 90분 동안 함께 뛰는 듯한 열정으로 응원하는 뜨거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종목이 달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 팀을 응원하는 마음이다. LG트윈스가 29년 만의 우승을 하며 팬들끼리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모습, 울산HD 축구팀의 17년 만에 리그 우승이 확실시되자 선수들이 팬에게 다가가 기쁨을 나누는 모습, 팀을 지지하고 경기장에 찾아가 선수들을 응원한 팬들이 받은 값진 선물이다. 이번 주말, 경기장을 찾아가 스포츠가 주는 선물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준석 수습기자

hng458@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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