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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우리 땅 독도, 일상 속에서 희미해지는 존재감
강문경 ㅣ 기사 승인 2024-09-11 15  |  694호 ㅣ 조회수 : 31

공공시설 내 돌연히 사라진 독도의 흔적



지난 8월 21일(수),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에서 12년간 전시됐던 독도 조형물이 철거됐다. 전쟁기념관 측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노후화된 조형물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철거됐으며,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조형물이 예고 없이 사라져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본래 자리에서 독도 조형물을 볼 수 없었다. 관람객 강 씨는 “외국인 관광객이 특히 많이 오는 곳인데 독도를 잘 알릴 수 있는 조형물이 사라져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8월 초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 또한 ▲잠실역 ▲안국역 ▲시청역 ▲김포공항역 ▲이태원역 등에서 독도 조형물을 공지 없이 철거해 비판을 받았다. 공사 측은 시민들의 동선 방해와 조형물 노후화로 철거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광복절을 앞둔 시점이었기에 여론이 악화됐다. 공사 측은 독도 조형물을 재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철거된 독도 조형물은 승객 등 유동인구 동선에 방해되지 않도록 벽면 액자 형태로 10월 25일(금) ‘독도의 날’에 맞춰 재설치할 예정이다.



우리대학 학생

77.5%가 ‘부정적’



지난 8월 28일(수)부터 사흘간 우리대학 학우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47.5%(19명)가 우리나라 영토인 독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독도가 우리나라 역사에서 중요한 이유로는 ‘우리나라 영토 주권 문제’와 ‘일본과의 역사적 갈등’을 각각 38명, 22명이 선택했다. 최근 공공시설(지하철역, 전쟁기념관) 안에 설치된 독도 조형물 철거 소식을 70%(28명)는 알고 있었지만 30%(12명)의 학우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고 응답했다.



공공시설의 독도 조형물 철거에 관해 학생들의 찬반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77.5%(31명)가 ‘부정적’이라고 답하며 대다수의 설문응답자가 독도 조형물 철거에 부정적인 의견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유로는 “독도 조형물이 없어질수록 사람들의 관심도 사라질 것이다”, “(조형물이 철거된다면) 독도에 대한 인식과 우리나라 영토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점차 희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영토 분쟁이 있는 시점에서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확실히 교육할 필요가 있다” 등이 있었다.



반면 ‘중립적이다’ 17.5%(7명)와 ‘긍정적이다’ 5%(2명)를 응답한 학우들도 존재했다. ‘중립적이다’를 선택한 이유는 “전쟁기념관 측의 주장대로 우연히 교체 시기가 맞물렸을 수도 있다”, “역사를 지키고 기억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그것을 위해 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일이 조형물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긍정적이다’를 선택한 이유는 “지하철 역사 내 이동경로의 불편함에 대한 민원 제기가 꾸준히 존재해 이를 해결하고자 철거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우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독도 조형물 철거가 독도에 대한 인식에 미치는 영향과의 상관관계를 물은 질문엔 ▲영향이 크다 52.5%(21명) ▲보통이다 32.5%(13명) ▲영향이 없다(무관하다) 15%(6명)로 응답했다. 과반수의 응답자가 국민 의식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으나 일부 응답자들은 독도 조형물과 독도에 대한 인식은 별개의 문제이며 상관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영화 <말모이>로 바라보는

역사적 인식



2019년 개봉한 영화 <말모이>는 일제강점기 배경의 작품으로 우리나라 문화와 언어가 일제에 탄압받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 고유의 언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을 그려냈다. 작품 속에서 조선어학회는 전국 각지에서 온 편지를 통해 각 지역의 사투리를 수집하고 13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조선어 사전 ‘말모이’를 완성한다. 당시 조선은 조선어로 된 잡지와 신문이 하나둘씩 폐간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조선어학회가 언어를 지키고자 했던 이유는 언어가 단순히 문자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독도 조형물도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우리나라 영토 주권과 역사적 정체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상징물이다. 비슷한 예시로 전국 곳곳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인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한 상징물로써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고 피해자를 모욕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평화의 소녀상에 ‘철거’라고 쓰인 검은색 봉지를 씌우며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비친다. 이처럼 위안부 소녀상 철거 시위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우리 일상 속에 존재하는 동상 자체가 그만큼 역사적 상징성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독도 조형물 철거 관련 설문조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집한 결과 한 학우는 “일상 속에서 보이는 작은 인식이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라는 사실이 국민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으려면 독도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문경 기자 

rivmun@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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