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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R1 발표,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 시대 열리나
손해창 ㅣ 기사 승인 2025-02-17 20  |  700호 ㅣ 조회수 : 76

▲ 출처: 1월 28일자 파이낸셜뉴스



 지난 1월 20일,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대형 언어 모델(LLM) 딥시크-R1을 발표했다. 딥시크-R1 발표 직후 엔비디아(NVIDIA) 주가는 17%의 하락 폭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5,890억 달러가 증발했고,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 주가는 13% 급락했다. 국내 기업의 경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10%, 2.4% 하락했다.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연달아 하락하며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딥시크 쇼크’라고 부른다. 딥시크-R1이 낮은 개발 비용으로 높은 성능을 달성하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온 기존 빅테크 기업의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인공지능 개발에 소요되는 대규모 자본을 근거로 AI 산업은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해 왔으나, 딥시크-R1을 통해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연구기관들도 대형 AI를 단독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다.



 딥시크는 2023년 설립된 인공지능 스타트업으로 창립자 량원펑이 이끌고 있다. 딥시크-R1 개발에는 대부분 중국 국내 개발자가 참여했는데 이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체계적인 정책 수립과 재정 지원을 해왔다. 영국 토터스 미디어(Tortoise Media)가 전 세계 83개국의 AI 역량을 평가하는 ‘글로벌 AI 지수’에 따르면 2024년 종합 점수에서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를 기록했으나 AI 연구 논문과 특허 출원 수는 중국이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국의 인공지능 경쟁력은 주목할 만하다.


 

저렴한 개발 비용, 원인은 ‘하드웨어’



 딥시크-R1의 강점은 낮은 비용에서 돋보인다. 딥시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딥시크-R1 개발 비용으로 약 558만 달러가 투입됐다. 이는 ‘메타’나 ‘오픈AI’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지출하는 수억 달러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딥시크가 낮은 개발 비용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렴한 하드웨어의 사용이다. 딥시크-R1의 모델 학습에는 엔비디아의 H800 GPU가 사용됐다. H800은 미국 정부의 중국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H100 GPU의 성능을 하향 조정해 만들어졌다. 미국 정부는 기술 패권 경쟁 하에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규제를 강화해 왔다. 2022년 고성능 GPU 수출 금지를 시작으로 2023년에는 저성능 GPU까지 제한했다. 그러나 수출 규제의 영향으로 중국 내 AI 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딥시크-R1은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중국에서 나온 셈이다. 자본이 많은 빅테크 기업의 독주가 끝나고 스타트업과 소규모 연구기관, 심지어 개인도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지 이목이 쏠린다.



 한편 새로운 AI 시대에 대한 기대와 함께 딥시크가 발표한 비용이 과소계상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I 반도체 기술의 최신 동향을 분석하는 리서치 기관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는 딥시크가 발표한 비용이 실제 개발에 투입된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딥시크의 실제 지출이 5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세미애널리시스의 추정 비용은 공식 훈련 비용 외 알고리즘 개발, 데이터 수집 및 정제, 직원 급여 등을 포함한 총비용이다. 실제 딥시크는 발표 당시 558만 달러가 공식 훈련 비용이며 알고리즘, 데이터 제거 실험 비용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향후 행보는?



 미국과 중국은 우주공학, 바이오,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배터리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수출 규제, 동맹국 협력 강화, 중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확장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견제하면 중국은 자체 기술 개발로 맞서는 양상이다. 지금 가장 뜨거운 경쟁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이다. 중국 정부는 다양한 AI 지원 정책을 펼쳐왔다. AI 투자 펀드를 만들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베이징대, 칭화대 같은 주요 대학과 협력해 AI 교육 운영 및 인재 양성에 힘썼다. 지우지궈 공업정보화부 수석 엔지니어에 의하면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AI 기업 4,700개가 생겨나고, 200개 이상의 거대 언어 모델이 개발됐으며, 사용자 수는 6억명을 넘었다. 이는 딥시크와 같은 AI 신흥 강자가 중국 내에서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미국 역시 AI 산업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딥시크-R1이 공개되고 다음 날 21일, 트럼프 행정부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Stargate Project)’를 발표했다. 소프트뱅크 그룹과 오픈AI의 합작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프로젝트는 2029년까지 최대 5천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내 대규모 데이터 센터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인공지능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첫 맞대결로서 이번 승패가 차세대 기술 경쟁 전반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정보 유출 우려…딥시크 포비아 확산



 작년 4월, 미국에서는 자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는 사용자 정보 관련 보안 및 틱톡과 중국 정부의 관계를 의심해 온 미국의 방어 조치이다. 딥시크 역시 중국 소재 기업으로서 정보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딥시크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에는 채팅 및 검색 기록, 키 입력 패턴, IP 주소, 다른 앱의 활동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딥시크와 유사한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GPT, 클로바X에서도 사용자와 기기 정보를 수집하지만 키 입력 패턴까지 수집하는 인공지능은 딥시크가 유일하다. 키보드 사용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키 입력 패턴은 개인 식별 장치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 또한 수집된 정보는 국가보안법에 근거하여 중국 정부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공유될 수 있다. 정보 유출의 우려 속에서 딥시크 이용을 기피하는 이른바 ‘딥시크 포비아’ 현상이 확산 중이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미국, 일본, 영국 등에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다. 한국 정부는 공공기관에 한해 일시적으로 딥시크를 금지했으며 규제 및 제도 신설을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민간 기업들도 딥시크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에 동참하는 추세다. 딥시크가 저비용 고효율 인공지능의 대표 선두 모델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용자 정보 활용에 대한 의혹 해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과소계상: 자산의 가치를 계산을 누락하는 등의 방법으로 축소하여 회계 장부에 기록하는 일.


 

손해창 수습기자 thsgockd210@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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