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3월 22일(화),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성묘객의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했다. 이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확산해 안동시, 영덕군, 영양군, 청송군 등 경북 북부 지역으로 번졌다. 산불은 3월 28일(금) 주불이 진화됐으나, 이후에도 재발화와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산불로 인해 31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주택 3,766채가 소실되고 농업 분야에서는 3,414ha의 피해가 보고됐다. 경상북도는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하며 헬기 31대와 진화대 1,077명을 투입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 규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前 산불진화대 대원, “현 지휘 체계는 혼란 가중시켜”
산불 진화는 규모에 따라 지휘자가 달라진다. ▲소형 산불은 각 시·군 산림과장 ▲중형 산불은 각 시장·군수, 국유림관리소장 ▲대형 산불은 시·도지사가 산불 진화를 지휘한다. 다만 ‘산불진화기관의 임무와 역할에 관한 규정’ 제4조(산불현장 통합지휘본부장)에 따르면 산불이 둘 이상의 시·도에 걸쳐 발생했을 때에 한해 산림청장이 지휘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소·중·대형 산불을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 산불 진화 현장에서는 혼선이 많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산불 진화 현장에서 근무한 서부지방산림청 소속 영암국유림관리소 산불재난특수진화대 前 대원 이도회 씨 또한 인터뷰에서 산불의 대응 체계를 지적했다. 이도회 씨는 “산불 규모에 따라 지휘자가 바뀌는데, 현장에서는 혼선이 많다. 예전 지리산 산불 진화 작업 당시, 새벽까지 불을 끄고 내려오는데 지휘 체계가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 산불 대응 체계를 지적했다. 이어 “주먹구구식 지휘와 매번 바뀌는 지휘 체계가 현장에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덧붙였다.
진화 작업 중 겪은 위기 상황도 산불 진화 시스템과 관련 있다. 이도회 씨는 “가장 무서운 건 바람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바람이 갑자기 뒤바뀌면 우리가 등을 지고 끄던 불이 우리 쪽으로 달려든다. 그런데 미숙한 헬기 조종사가 물을 뿌리고 그대로 지나가는 게 아니라, 방향을 선회해서 다시 돌아오면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서) 물과 불덩이들이 동시에 우리 쪽으로 쏟아지곤 한다”며 산불 현장의 위험성을 전했다.
이도회 씨는 산불 예방을 위해서는 산에 드나드는 시민 개개인의 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도회 씨는 “산 근처에 사는 사람들, 등산객, 일하러 들어가는 사람들 등 입산하는 인원 모두가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고, 다 감시하기도 어렵다. 결국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가족이 대피 중이라는데…”, 불안 속에 학교생활 이어가는 학생들
우리대학에서도 이번 산불로 인해 자신의 고향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많았다. 안동이 고향인 우리대학 재학생 A씨는 산불 발생 당시 멀리서 고향의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화요일쯤 가족들이 대피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많이 걱정했다”며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A씨는 화재 현장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가족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불안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접했다. “어디 도로가 막혔고, 어디로 우회하는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대피에) 방해가 될까 봐 전화는 한 번만 드리고, 이후에는 카카오톡으로 연락했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직접 가족의 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A씨에게 더 큰 무력감으로 이어졌다. A씨는 “수업은 계속되고 주변 사람들은 평소처럼 지내는데, 저는 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일상을 소화해야 한다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산불 피해는 A씨의 지인에게도 직접적으로 미쳤다. “청송군에 사는 친구의 마을은 대부분 불에 탔고, 친구의 집 역시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긴 상태”라며 가족뿐 아니라 주변 인물 모두가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직 고향에 방문하지 못했지만, 사진을 통해 마을의 변화를 실감했다. “알고 있던 장소들이 불에 타거나 그을려 낯설게 느껴졌다. 특히 추억이 많은 곳들이 손상된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A씨는 대응 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A씨는 “산불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산불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더 명확한 (산불) 대응 체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우리대학은 이번 2025년 3월 대형 산불 피해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출신 학생들에게 인당 50~100만원의 생활비성 장학금을 지원한다. 자세한 사항은 본지 5면 ‘산불 재난 지역 출신 학생, 특별지원장학금 지원받는다’ 기사와 우리대학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나현 수습기자 lemon4846@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