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로봇, 인간을 대신해 전쟁에서 활약한다
이원재 기자 승인 2026.05.09 10 713호

 올해 4월, 우크라이나 전선의 한 참호에는 인간 병사 대신 로봇이 투입됐다. 미국 파운데이션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팬텀 MK-1’이 정찰과 교전 임무를 수행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전투 로봇만으로 진지를 점령하는 기록을 세웠다. 전장에서 로봇이 실전 투입되며 무인화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작전의 성과가 다양한 무인 체계의 결합으로 얻은 결과임을 설명했다. 드론이 공중정찰과 공격을 수행할 동안, 무인기 로봇 ‘라텔’이 대전차 지뢰를 매설하고 자폭 임무를 수행했다. 팬텀 MK-1은 인간 병사를 대신해 최전선 정찰을 진행하고 인간 병사가 담당하던 가장 위험한 임무인 진지 진입을 성공해, 러시아 군사의 항복을 받아냈다.



 전장의 풍경이 바뀌게 된 계기는 4년간 이어지며 장기화된 전쟁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정부 기관들은 우크라이나군 측의 사상자를 약 50만 명으로 추산하며, 극심한 인력 손실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전선 정찰 및 진지 돌입처럼 사상자가 집중되는 임무에서 전투 로봇 투입을 결정했다. 올해 1분기 동안 지상 로봇 시스템은 2만 2,000건 이상의 임무를 수행했으며, 관련 부대도 1년 새 2.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로봇이 병사를 대신해 수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 팬텀 MK-1의 스펙과 외관(출처=파운데이션 로보틱스)

 


 성인 남성과 유사한 팬텀 MK-1


 

 팬텀 MK-1은 키 180cm, 몸무게 80kg의 2족 보행 휴머노이드다. 최대 20kg의 장비를 탑재할 수 있으며 시속 6km로 이동한다. 또한, 전기모터 구동기를 통해 인간과 유사한 관절 움직임을 구현해 냈다. 운영 부분에선 몸통에 장착된 다수의 카메라로 주변 물체, 인물을 식별하며, 고도의 AI가 탑재되어 있어 전장 환경을 스스로 평가한 뒤 이동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현재 팬텀 MK-1은 인간이나 드론이 정찰하기엔 위험한 최전방에서 현장 정보를 수집한다. 현재는 직접적인 대인 전투에 투입되진 않지만, 총기류도 다룰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앞으로 전투 임무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파운데이션 사 측은 미국 해병의 실전 배치에 소모되는 비용이 연간 20만달러인 것에 비해 팬텀 MK-1은 연간 임대 비용이 약 10만달러로 충분히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단계의 전투 로봇이 인간 병사를 완전히 대체하려면 넘어야 할 벽이 많다고 지적한다. 우리대학 김정엽 지능형로봇공학과 교수는 휴머노이드 전투 로봇의 가장 큰 한계로 수명이 3시간 정도인 배터리 용량 문제를 꼽았다. 김 교수는 “계단이나 경사를 오르는데 휴머노이드 전투 로봇의 장점이지만, 그만큼 배터리를 많이 소모하는 게 한계”라며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로 로봇의 전체 성능이 제한되는 ‘병목 현상’이 있다”고 강조했다.



 해킹과 통신 문제도 심각하다. 적이 로봇의 통신을 차단하거나 제어권을 탈취할 경우, 로봇이 무용지물이 되거나 아군을 향해 무기가 사용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전투 로봇이 인간 병사를 대체하기 위해선, 네트워크에 의존한 작동방식으론 한계가 있다. 전장에선 통신이 방해받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설명한 문제는 로봇의 자율성 부족으로도 연결된다. 김 교수는 “결국 전장에서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통신에 의존하는 원격 조종이 아닌 온디바이스 AI가 필요하다”며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의 한계를 지적했다.


 

 국내의 전투 로봇 도입 현황은?


 

 대한민국 국방부도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무인 체계 도입을 국가 국방 핵심과제로 지정하며 전투 로봇에 관심이 많은 상황이다. 다만 김 교수는 “팬텀 MK-1과 같은 휴머노이드 전투 로봇이 국내에서 활용되기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휴머노이드 통신 문제와 자율성 부족 문제 등의 한계 때문에, 군은 인간이 원격에서 조종하는 형식의 로봇 도입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방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전방 사단에 시범 배치하는 등 휴머노이드 로봇 대신 안정성이 높은 4족 보행 로봇을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원재 수습기자

skyleo03@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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