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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급증하는 임금체불... 폭발 '일보직전'
고한빈, 박찬민 ㅣ 기사 승인 2017-02-13 01  |  582호 ㅣ 조회수 : 1604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임금체불액



  최근 이랜드 계열의 외식사업체(자연별곡, 피자몰, 애슐리, 수사 등)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애슐리, 자연별곡 등 이랜드파크의 21개 브랜드 전국 매장 360개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근로자 총 4만 4,360명의 임금 및 수당 83억 7,200여만원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랜드 계열 외식사업체는 ▲휴업수당 미지급 ▲연차수당 미지급 ▲야간수당 미지급 ▲연장수당 미지급 ▲임금 꺾기(분 단위 노동시간을 임금계산에서 제하는 행위)를 통한 임금 미지급 ▲교육시간에 대한 임금 미지급 등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이랜드는 그룹 홈페이지에 지난달 6일 경영진 일동 명의로 사과문을 올리고 “이랜드파크의 아르바이트 직원 분들께 임금 미지급분 및 지연 이자까지 빠짐없이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런 임금체불 문제는 비단 이랜드파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선업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조선업계 불경기로 사상 최고 규모의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조선소가 밀집돼 있는 경남 거제·통영·고성 지역의 2016년 임금 체불액은 총 581억 8,800만원으로 218억 3,200만원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2.7배나 증가했다. 노동자 1인당 평균 체불임금액 역시 444만원으로 지난해 410만원 대비 약 8% 증가했다. 2016년 통영 고용노동지청에 체불 임금을 신고한 총 노동자 수는 1만 3,114명으로 전년도 5,331명과 비교해 약 2.5배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연간 임금 체불액은 약 1조 3,000억원 정도이고 피해 근로자는 약 30만 명에 달한다.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임금 체불액은 지난해 기준 1조 4,286억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전년도 1조 2,992억원과 비교하면 약 10%나 증가한 수치다. 더 이상 임금 체불 문제를 가벼이 볼 수 없다는 것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임금 체불의 원인으로는 기업의 경영악화·사업장 도산·폐업 등으로 인한 미지급과 고의적·반복적인 악성 임금 체불 등이 꼽힌다. 이 중 악성 임금 체불이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데 임금 체불에 대한 미약한 처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109조에 따르면 근로자의 임금을 체불한 기업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기업들이 체불 임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벌금을 납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임금체불이 발생한다. 또한, 고용부에 적발돼 기업이 형사 처분을 받은 이후에도 임금을 주지 않고 버틴다면 근로자가 직접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 체불 임금을 받는 절차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연간 임금체불액이 일본의 10배인 1조 3,000억원 가량임을 감안하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임금체불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이처럼 임금 체불 문제는 우리 사회에 곳곳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하고 지난달 10일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임금 체불 총액이 3,000 만원 이상인 사업체가 2017년 1차 조사에서만 239곳이었다. 현재 알바몬 임금 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 페이지에서는 2017년 1차 임금 체불 사업주를 포함한 총 840곳의 체불 사업주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가장 흔히 찾을 수 있고 자주 이용하는 맥도날드도 임금 체불 문제의 사각지대였다. 2016년 12월 1일 맥도날드 망원점은 본사 측의 가맹 계약 해지 통보로 영업이 중단됐다. 망원점 사장은 인근 직영점 개업으로 인해 매출 손실을 입게 됐다며 가맹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계약이 해지된 가맹 점주는 점포를 폐쇄했는데, 이때 망원점에서 근무하던 직원 60여 명이 5,000여 만원 상당의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해고됐다. 영업점 폐쇄를 놓고 본사와 가맹 점주 간 책임 공방이 길어지면서 애꿎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 것이다. 이에 알바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본사가 직원 60여명에 대한 월급과 퇴직금을 지급한 뒤 가맹 점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것을 요구했다. 근속 희망자에 대한 고용 보장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에 맥도날드 본사 측은 체불 임금 지급을 위해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근로자들의 임금 청구 소송을 위한 노무 지원 등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실제 아르바이트 임금 체불을 겪은 피해자 2명에 대한 인터뷰 내용이다. 화상강의 업체의 강사로 근무했던 A 씨는 열정적으로 일했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 달 만에 일을 그만두게 됐다. 학원은 월말에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월말이 되자 학원은 다시 보름 정도만 더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임금 지불을 미뤘다. 보름이 지나자 학원 측의 태도는 급변했다. “회사에 돈이 없다”는 핑계와 함께 “6개월도 못하고 나갔으니 계약 위반”이라는 등의 얘기를 하며 또다시 임금 지급을 미룬 것이다. A 씨는 아직까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이다.



  두 번째는 인쇄, 출판 관련 회사에서 잠깐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근무했던 B 씨의 사례다. B 씨가 다니던 회사의 퇴근 시간은 7시지만 아르바이트 사원에게도 매일 야근을 시켰다. 늦은 야근으로 인해 택시를 타고 퇴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회사는 교통비는커녕 심야수당조차 챙겨주지 않았다. 임금도 제때 주지 않을 때가 많았다. B 씨는 야근으로 한 달에 한 번 쉬기도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놓쳐서는 안 될 노동자 권리 찾기







  근로기준법 제36조는 퇴사 후 14일 이내로 임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이를 임금 체불로 규정하고 있다. 퇴사 후 14일이 지났지만 고용주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중재하에 고용주에게 임금을 지급해달라고 법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임금체불 진정을 신청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진정 신고 민원 접수를 하면 된다. 이후 문자와 우편을 통해서 고용노동부로 출석을 하라는 연락이 오고, 고용노동부로 출두해 근로자와 고용주, 근로감독관이 3자 대면하게 된다. 3자 대면 후 진술서 등을 작성하고, 근로감독관의 감독하에 임금 지급을 독려하고 명령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임금이 지급된다면 사건이 종결되고, 지급 되지 않으면 형사 입건 절차가 진행된다.



  임금 체불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근로계약서를 쓰면 고용주와 근로자 사이에 노사관계가 형성된다. 근로계약서에는 반드시 명시돼 있어야 하는 것이 있다.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근로자를 채용할 때에는 ‘임금, 휴일, 소정근로시간, 연차유급휴가, 취업의 장소와 종사하여야 할 업무, 기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 등의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해야 한다. 그 중 ‘임금(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의 사항에 대해서는 이것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까지 해야 한다. 사용자가 위와 같은 규정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근로자를 1명이라도 고용한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기 때문에 막 창업한 2~3명 규모의 영세 사업장에서 근로자를 채용할 때에도 반드시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잘 모르는 권리가 있다. 주휴수당과 야간수당이다. 주휴수당은 노동자가 유급 주휴일에 받는 돈이다. 대한민국의 근로기준법상 고용주는 1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한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주휴일)을 줘야 한다. 고용주는 주휴일에 통상적인 근로일의 하루치 시급을 주급과 별도로 산정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주휴수당은 1일 소정근로시간×시간급 으로 계산한다. 근로기준법상으로 주휴일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모든 노동자가 적용대상이다. 그러므로 단시간 아르바이트도 일주일에 15시간 이상만 일한다면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야간수당은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야간근로를 시킬 경우에 지급하는 수당이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연장근로가 야간에 이루어진 경우 야간근로수당과 함께 연장근로수당을 중복하여 지급해야 한다. 다만 야간수당은 사업장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이어야 청구가 가능하다. 이와 달리 주휴수당은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인 사업장에서도 청구가 가능하다.





노동자를 위한 국가는 있나



  노동자는 어떤 권리를 지니는가? 노동자의 가장 대표적인 권리로는 근로 3권이 있다. 근로3권은 ▲근로자가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기 위해 단결할 수 있는 권리인 단결권 ▲근로자의 단체(노동조합)가 사용자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에 관하여 교섭할 수 있는 권리인 단체교섭권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하여 사용자에 대항해 단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인 단체행동권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근로 3권은 노동자의 권익과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서 생활권에 속한다.



  근로3권과 더불어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 고용주는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날을 정했다면 이를 꼭 지켜야하며, 임금은 보호자와 같은 타인이 아닌, 무조건 노동 당사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또한, 아르바이트더라도 1주에 15시간 이상, 1년 이상 근로했다면, 1년에 평균임금 30일분 이상의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헌법이 보장하는 만큼, 노동자 권리 침해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재정 악화로 임금이 체불되면 국가는 경영자금·생계비 지원으로 경영난 해소를 돕고, 사전 방지 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악성 임금 체불에 대한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 벌금을 인상하거나 형량을 무겁게 하는 등 형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악성 임금 체불에 대해서는 체불 임금만 변제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영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 실시하는 체불임금 배상제도처럼 체불 임금의 2~3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고용주에게 근로자의 임금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제고시켜 주는 것이다. 최근 발달하고 있는 빅데이터 기술 등을 활용해 임금 체불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미리 지원하는 등, 임금 체불을 방지할 국가적 정책 마련에 힘쓸 필요가 있다.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서울시는 이랜드 파크 임금체불 사건을 기점으로 무료로 피해상담을 받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임금체불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2월 2일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 사업주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돼 점점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국가는 더욱 적극적으로 노동에서의 부당대우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고한빈 기자    

  beenea@seoultech.ac.kr

  박찬민 수습기자

  qkrcksals731@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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