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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꿈을 설계하기 위해, 날아가다 - 1부
권민주,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1-04-11 20  |  644호 ㅣ 조회수 : 1982



꿈을 설계하기 위해, 날아가다 - 1부



  오늘날 4차 산업이 주 산업 무대가 되면서 코딩과 컴퓨터는 디자인 분야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이번 인터뷰에서 만나 뵙게 된 이남주 씨(건축·99)는 현재 미국에서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스페셜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은 코딩과 디자인을 융합한 영역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 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MIT 연구원에서 시작해 하버드와 UC 버클리를 졸업했다. 그리고 현재는 개발자뿐 아니라 정보 및 지식 전달자로서 활발한 활동 중이다. 그에게 유학 생활, 그리고 코딩과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남주 소장입니다. 99학번으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과에 입학했고, 현재 미국에서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어요. 문과와 이과의 조합처럼 디자인과 코딩을 융합하는 영역이라 보면 무리가 없을 거예요. 쉽게 말해, 코딩을 통해서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20년 전 쯤엔 춤이 좋아서 프로 B-Boy 댄서로 KBS 가요대상과 한중가요제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했었고, 그 후 NJSTUDIO를 창업해서 건축 시뮬레이션, 3D 디자인 시각화 서비스를 했었어요. 런던과 호주를 거쳐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데이터와 코딩을 디자인 재료와 도구로 사용하는 디자인 엔지니어입니다.



Q. 현재 하시는 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세 가지 큰 줄기가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지리 정보(GIS) 데이터를 다루는 ESRI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어요. 데이터 시각화 그리고 2D, 3D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NJSTUDIO에서 데이터와 컴퓨테이션을 활용한 디자인 방법론과 솔루션 컨설팅 및 디자인 알고리즘을 연구 및 개발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NJCHANNEL에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비디오 혹은 글 콘텐츠를 만들고 교육하며 디자인과 코딩에 대한 지식 생태계를 만드는 일도 집중하고 있어요.





Q.우리대학 졸업 후 MIT에서 연구원 생활부터 시작해, 하버드와 UC버클리를 졸업한 이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미국으로의 유학을 결심하신 계기 혹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요즘 젊은 친구들이 느끼는 비슷한 좌절감이 있었어요.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어요. 그러나 유리천장같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변화가 없음을 느꼈을 때 그곳에서 오는 무력감이 해외 취직에 눈을 돌리게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유학도 한 것이죠.



  군대 제대 후, 대학 3학년 때 스타트업을 했는데, 그게 좀 잘됐어요. 그때 당시 경쟁자가 많지 않은 시장이어서 비교적 빨리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상대적으로 빠른 성공과 그에 따른 한계를 빨리 마주한 것 같아요. 가령 일하고 돈을 못 받는다던가, 열정 페이, 그리고 좌향 기성과 같은 지점들에서 오는 무력감이 주원인이었어요. 당시 한국 사회에서 저는 일과 삶이 힘든 것보다 열심히 해도 희망이 없는 뻔한 미래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두 마음이 있었어요. 하나는 현실과 타협하고 합리화해서 모른 척 그냥 살 것인가? 아니면 넓은 해외 시장에 나가서 다시 한번 도전해볼 것인가?



  스스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한 마음이 컸어요. 테스트하고 확인하고 싶었죠.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해외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위가 있으면 유리하다는 것을 알았고 특별히 제가 관심 있는 분야, 즉 디자인, 데이터 그리고 코딩을 활용하는 영역에서는 유학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때였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 한국에서는 충분한 자료를 찾을 수 없었어요.



  마지막 이유로는, 제가 경험한 한국은 이미 자리 잡은 기성의 영역에서 바라볼 때, 신진의 인력과 산업에 대해 굉장히 배타적이죠. 밥그릇 문제겠죠. 이해돼요. 절이 떠날 수 없는 만큼 중이 떠나는 것이죠. 내가 경험한 해외는 기회를 주고 실력을 발휘하면 대가를 챙겨주는, 상대적으로 좀 더 합리이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죠. 요즘은 상황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때 당시 제가 관심이 있던 분야들은 주류가 아니었어요. 비주류로서 지식과 실무 경험을 쌓기는 한국은 좋은 환경이 아니었어요. 운이 좋게 MIT의 연구원으로 일할 기회를 잡았고, 이 기회가 다른 기회들을 줬고, 미국 명문 대학과 연구소에서 실력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유학 시절 배웠던 지식이나 경험이 지금의 프로그래밍과 건축 디자인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A. 지식적 측면에서는 4차 산업의 쌀인 ‘데이터’를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는 실력과 안목이 생겼다는 것이죠. 요즘 4차 산업에 관해서 이야기 많이 나누죠. 인공지능, 초연결, 초저지연, 병렬 컴퓨팅, 클라우드 시스템, 자율주행, 드론 등등. 다양해 보이지만 결국 “어떻게 데이터를 모을 것인가?”,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어떻게 프로세스 할 것인가?” “데이터로부터 추출된 통찰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로 크게 나눠 볼 수 있어요. 디자이너가 데이터 재료를 적극적으로 디자인 프로세스에 활용하기 위해서 코딩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야 해요. 건축 디자인의 경우 재료가 중요하죠. 가령 목재, 유리, 철근 콘크리트, 플라스틱 이러한 재료들이 디자인 산업에 소개될 때마다 도구와 가공기술들이 다양해지고 정밀해지고 있죠. 4차 산업의 재료는 데이터예요. 이러한 재료를 가공하기 위한 도구로 코딩, 즉 프로그래밍이 쓰이는 것이죠. 디자이너로서 코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다양한 장점이 있어요.



  경험적 측면의 영향은, 상당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해외 생활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이야기 나누고 일을 하고, 공부를 하면서 한 시대의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분야의 지도가 그려지고 그 안의 주요한 지점들과 방향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물론 저의 위치도 그 안에 나타나죠. 내가 무엇을 더 집중하면 그 지도에 어떤 유의미한 표시를 할 수 있을까도 보이기 시작하죠. “해볼 만한데”라는 자신감이 생겨요. “얘들은 이렇게 하네, 내가 이렇게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겠는데?”라는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또한 같이 공부하고 일했던 친구들이 세계 각지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 과거에는 막연한 동경과 “역시 다르구나!”라고 생각하고 넘겼다면, 지금은 “이 친구, 이번엔 이렇게 했네. 관심을 많이 가지더니 결국 이런 식으로 풀었구나. 나는 이렇게 한번 해볼까?”와 같이 의식의 흐름과 그에 따른 자신감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Q. 유학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현실적 문제들에 마주하게 됐을 텐데, 선배님은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안타깝지만, 현실은 현실이죠. 제가 유학을 시작한 나이는 35살 때 시작했어요. 언어 문제와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죠.



  영어 실력을 길러야 했죠. 매우 창피한 이야기지만 동기부여 차원에서 말하자면, 저는 26살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위해 런던을 갔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Important’가 ‘중요하다’라는 뜻이라는 걸 알았죠. 저는 토익점수가 300점도 안 나오는 실력이었어요. 그리고 학비를 벌어야 했죠. 하버드의 경우 미국에서도 학비가 비싼 편에 속해요. 이것을 시간별로 계산하면 한 시간에 약 13만 원 정도 수업료가 나와요. 일주일 하면 180~200만 원 정도 나오고요. 이 사실을 알면 학기 중에 정신을 내려놓을 수가 없어요.



  입학 허가를 받고 학비 마련이 쉽지 않았어요. 결과적으로 가족과 친구들 50여 명 그리고 친구의 부모님, 중국 친구들, 얼굴도 모르는 한국인 두 분께서 각각 천만 원씩을 빌려주셨어요. 휴학을 하더라도 한 학기라도 시도해보자는 마음으로 떠났어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결국 졸업 후 이자까지 포함해서 다 상환을 했어요. 정말 저는 운이 좋았어요.



  팁이라고 하면 상황이 다 달라서 일반화시킬 수 없지만, 정신적인 부분을 나누고 싶어요. 돌이켜 보면 모든 상황이 유학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저는 하나만 생각했어요. 내가 만약 좋은 대학교에서 성공적으로 유학을 마치고, 지금 내가 잘하는 부분을 더 잘해서 다시 한국에 돌아온다면, 좀 더 유리한 환경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찬란한 지점들을 힘들 때마다 상상했던 것 같아요.



  한 가지 공유하고 싶은 팁은 전공지식과 그에 따른 자신감이에요. 후천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이상 한계가 분명히 있고, 발음이나 문법이 틀릴까 봐 걱정하고 주눅 들고 그러면 악순환이 돌아요. 요즘 말로 멘탈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되죠. 저의 예를 들면, 하버드와 MIT는 수업 커리큘럼을 제시하면 검토를 통해 수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요. 지원을 했고 수업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그 수업의 내용은 이미 제가 너무 잘 알고 잘하는 것들이죠. 저의 멘탈리티는 이랬어요.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틀릴 수 있어.” “그러나 너희들이 내가 힘들게 연구하고 습득한 지식을 배우러 왔잖니?”, “그러니까 너희들이 잘 알아서 들어!”, “자, 그럼 나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보여줄게” 이렇게 마음을 바꾸고 나니까 틀려도 “Okay”라는 자신감이 들고, 그 안에서 몰입해서 수업하는 저를 발견했죠. 그뿐 아니라 저희 쪽은 프레젠테이션을 매번 하는데 내가 잘 알고, 자랑하고, 나누고 싶은, 자신감이 있는 내용은 영어가 술술술 나오는 경험도 많이 했어요. 즉, “내 일을 잘하고, 자신감이 있고, 확신이 있으면 영어도 따라온다”라는 경험을 공유합니다.



Q. 유학 생활을 앞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드라마 혹은 유학생들의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브이로그나 유튜브, 글을 보면 유학은 굉장히 아름다운 줄무늬를 가지고 있는 멀리서 본 목성처럼 새롭고 낭만적이고 신기하게 보이는데, 현실은 엄청난 기압과 사람이 살 수 없는 대기로 가득 찬 별인 것이죠. 저에게 유학이란 총성 없는 전쟁터가 좀 더 현실적인 묘사일 것 같아요.



  남들과 전쟁하는 게 아니라, 나의 무능력, 멍청함, 한계, 그리고 새로운 환경과 다른 언어로 서바이벌 전을 벌이는 것이죠. 경험하지 못한 문화와 언어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다는 것은 매우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정신무장이 첫 번째일 것 같아요. “나는 굉장히 불리한 상황에서 학습하지만, 이 학습의 성과 유무는 나의 직장과 연봉으로 연결될 것이고, 결국 나를 정신적으로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을 좋은 소식을 전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중력을 유지했던 것 같아요. 특별히 한 번도 뵌 적이 없으신 두 분이 각각 천만 원을 빌려주셨는데, 그 믿음과 감사함에 보답하고 싶어서, 힘들 때 버틸 이유가 됐어요.



  두 번째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한, 두 가지만 집중하세요! 다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학위 따는 것 말고, 주변에서 유학하니까 나도 가야지 하는 것 말고, 유학은 정말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가야 하는 것 같아요. 물론 현실이 항상 그러하듯, 대부분 하다 보면 목적이 살짝 바뀌기도 하고 강화되는 부분들도 있어요. 항상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열고, 어떤 기회와 정보가 있는지, 비싼 돈과 소중한 시간을 태워 가며 하는 유학인 만큼 그것에 가장 근접한 수업을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듣기를 권해요. 버릴 것 과감하게 버리고, 챙길 것은 명확하게 챙기는 전략을 썼어요. 요점은, 다른 건 몰라도 “난 한 놈만 팬다!”는 멘탈리티인 것이죠. “이 수업에서 최고가 될 거다”라는 생각으로 하세요. 제가 하버드를 졸업할 때, 디지털 디자인 일등상을 타고 3과목 우등 졸업을 한 전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부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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