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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나가자
류제형, 박수겸 ㅣ 기사 승인 2021-08-30 14  |  648호 ㅣ 조회수 : 171



  세상에 사람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일터를, 안전한 세상을,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탄생한 학문이 바로 안전공학이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안전사고로 희생되는 소중한 목숨이 많아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안전 문제를 융복합적으로 접근하며 안전 분야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우리대학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로부터 안전공학의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공과대학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입니다. 우리 학교에 온 지 약 6년이 됐습니다. 학교에 오기 전에 고용노동부에서 상당기간 동안 산업안전보건정책업무를 담당했었습니다. 소속은 공과대학이지만 전공의 특성상 경영행정계열에 속해 있습니다. 최종학위는 법학으로 받았습니다. 박사논문 주제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의 법적 지위’이며, 국내에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제가 처음입니다. 학교에 오게 된 것은 안전공학과에서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안전을 융복합적으로 접근하는 교수가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Q. 『안전문화 이론과 실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이 책은 안전문화에 관한 거시적인 조망을 할 수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안전문화의 미시적 실천방안까지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안전문화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안전문화의 중요한 내용을 다각적으로 다뤘습니다.



  이 책을 쓴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에 안전문화에 관한 기본서가 한 권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기본서가 없이는 학문 발전과 저변 확산에 큰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필자 스스로부터 안전문화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습니다. 가르치는 것이 연구와 학습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처럼, 책을 쓰는 것 또한 학습에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안전문화에 관한 책이 몇 권 나와 있긴 하지만 안전문화를 이론적으로 깊이 다룬 책은 아닙니다. 안전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가 안전문화를 이론적으로 접근한 책으로는 처음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교과서에 해당하는 책으로서도 국내 최초의 책이라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Q. 이 책이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것에 대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A. 건방진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될 것으로 조금은 예상을 했습니다. 출간되자마자 주위에서 책을 읽어본 독자들로부터 상당히 좋은 평가가 있었고, 저 스스로도 상당히 공을 들여 쓴 책이어서 이 정도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전에도 2차례 세종도서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적이 있어 어떻게 쓰면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는지에 대한 약간의 노하우도 있었습니다. 안전에 관한 서적이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적이 전무한 상황에서 막상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학자로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아실현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시 직업을 연구자로 바꾸길 잘 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Q. 원래 치의학을 전공하시다가 안전 분야로 진로를 변경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A. 대학시절 전공보다는 인문사회과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본과에 들어가면 전공공부에 바빠 전공 외 서적을 읽을 시간이 거의 날 것 같지 않아 그 전에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어보겠다고 예과 2학년 때 1년간 휴학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지적 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궁금증과 호기심이 더 커져만 갔습니다. 본과에 들어가서도 전공 공부는 소홀히 하고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러다가 본과 3학년에 올라가면서 더 늦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기자로 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신문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군대를 갔다 와야 해서 현역으로 군대에 갔다 왔습니다. 그 사이 여러 이유로 마음이 바뀌어 행정고시를 준비했고 행정고시 합격 후 고용노동부를 자원해 들어가게 됐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상당 기간 산업안전보건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산업안전보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진외국의 법제와 이론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사회법으로 석박사과정을 공부하게 되면서 실무와 함께 안전보건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Q. 고용노동부에서 안전보건 및 산재예방을 담당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A. 산업안전보건법제를 체계화하고 정비하는 한편 위험성 평가와 같은 선진적인 제도를 도입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었고 그 과정에서 공부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법 제도를 개정할 때 선진외국의 법 제도와 현장 조사를 상당히 많이 했는데, 그 과정에서 상당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Q. 교수님의 연구분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A. ▲안전관계법 ▲안전관리론 ▲안전심리 ▲안전문화 ▲안전보건관리시스템 등 안전을 융복합적이고 학제적으로 접근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안전에 관한 학문을 크게 안전관리 분야와 안전기술 분야로 구분한다면, 저의 경우 주로 안전관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우리대학에서 안전 관련 교과목을 담당하고 연구하면서 어려움에 부딪힌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제가 연구하는 과목이 국내에서는 연구가 거의 안 돼 있는 분야입니다. 그러다 보니 활용할 만한 국내자료가 거의 없었습니다. 제 연구분야에 관련된 학교 도서관의 장서도 매우 빈약했고요. 그래서 학문을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주말과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영어, 독일어, 일어 등 많은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저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Q. 강의를 진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나요?



  A. 요즘 수업이 대부분 교과서 없이 PPT 위주로 수업을 하다 보니 대학생들이 책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 수업은 PPT 없이 교과서를 중심으로 수업을 하니까 버거워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꽤 많은 학생들이 제가 저술한 책을 읽고 이를 계기로 안전학문의 위상을 깨닫고 안전학에 대한 접근방법을 알게 됐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뿌듯했습니다.



Q. 현재 우리나라 안전공학이 충분히 발전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우리나라 안전공학은 만들 때부터 정부 주도로 만들어지다 보니 사회의 수요에 충분히 대응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학문적으로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전보건 분야에는 교과서라고 할 만한 책이 번역서 외에는 거의 나와 있지 않습니다. 자격시험 수험서만 잔뜩 나와 있고 체계적으로 원리에서부터 현실까지를 알 수 있는 책이 턱없이 부족한 것만 보더라도 안전공학에 관한 우리나라 학문의 수준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논문도 정책과 현장에 도움이 되는 논문보다는 논문을 위한 논문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 것 같습니다. 다른 학과의 수업내용과 차별성도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자리 잡은 잘못된 관행을 하루빨리 바로 잡지 못하면 앞으로도 안전 관련 학문이 정책과 현실을 견인하기는커녕 뒤따라가지도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무늬만 안전공학과라는 비아냥이 많이 들리고 있는 것에 학교 당국과 학과 교수들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Q. 안전공학이 사회에 존재하는 의미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안전공학은 특성상 기초학문이 아니라 실용학문으로서 어느 학문보다도 정책 및 현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정책 및 현장에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학문이 접근하지 못하거나 손대기 어려운 안전 고유의 학문영역을 이론적으로 확실하게 구축하고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다른 분야의 학문 및 현장과 접목을 하거나 융복합적이고 실사구시의 연구를 심도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오늘날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안전을 항상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요?



  A. 기업과 정부, 노동단체 모두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 같습니다. 학계 또한 전문성이 부족해 안전이론 및 현장안전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 예방이 규제적 성격이 강한 만큼 그중에서도 정부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현 정부 들어 많은 비용과 인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처벌 강화와 같은 손쉬운 방법에만 의존하고 실효성이 있는 법제를 만들고 인프라를 충실히 구축하는 데는 너무도 소홀한 것 같습니다. 이러다간 재해예방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오히려 안전원리와 법 제도를 왜곡시켜 재해예방의 잠재력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이 많이 듭니다.



Q.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A. 어떤 법이든 가장 중요한 것이 법을 지켜야 하는 수범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누구도 알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준수할 수 없는 내용도 수두룩합니다. 산업재해 예방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Q. 안전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요?



  A. 독서하는 습관을 몸에 붙이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안전이 응용학문이고 학제적인 학문인 만큼 다방면의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함몰돼서는 안 되고 폭넓고 깊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역시 독서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독서를 많이 하면 학과 교수만이 아니라 책의 저자들을 모두 자기 스승으로 삼을 수 있으니까요. 안전‘공학’에 갇히지 말고 시야를 한껏 넓히라는 말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Q. 코로나-19 시대가 접어들면서 근무 형태가 바뀌는 등 산업계에도 큰 변화가 생기는데요, 안전공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A. 안전에 있어 안전공학은 중요하기는 하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제적으로 학문의 흐름은 오래전부터 안전공학을 넘어 안전심리, 안전시스템, 안전문화로 확장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경향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과 명칭과 커리큘럼부터 안전을 사회의 수요에 맞춰 안전을 폭넓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재해예방 선진국 사례를 참조하면 쉽게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Q. 학자로서 교수님의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A. 우리나라는 안전에 관한 학문이 매우 취약한 상태입니다. 안전에 관한 이론이 정립되고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과 현장의 안전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저서와 논문을 쓰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현재까지 안전에 관한 전문서적을 10권 저술했지만, 앞으로도 우리나라에 소개돼 있지 않으면서 중요한 주제에 대해 최소한 5권 정도는 더 저술할 것입니다. 안전에 종사하는 분들이 경험과 더불어 안전이론 공부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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