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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지털의 홍수 속에서 쓴소리를 던지다
류제형, 노승환 ㅣ 기사 승인 2022-03-21 13  |  657호 ㅣ 조회수 : 86

  디지털의 홍수 속에서 쓴소리를 던지다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보편화되고, 우리의 일상은 디지털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듯이, 디지털 시대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편리함과 유용함에만 눈이 멀어 중요한 것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광석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디지털 사회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객관적인 자세가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2011년에 우리 대학에 임용이 됐고, 현재 IT정책전문대학원에서 디지털문화정책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광석 교수입니다. 주로 현대 미디어 기술과 관련해서 사회문화 현상을 분석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의자나 탁자 같은 로우테크부터 스마트폰 같은 하이테크 미디어까지 다 인공 사물이라고 표현하죠. 인간이 만든 모든 인공 사물 그 자체를 통칭해 ‘기술’ 사물로 본다면, 이들이 갖고 있는 어떤 함의나 의미를 사회문화적 시각에서 보려고 하는 기술문화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Q. 학부는 경영학부를 나오셨는데, 석사 과정과 박사 과정으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셨습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자 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은 때가 90년대 중반인데, 그 당시는 인터넷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로부터 가정마다 인터넷이 대중화 됐던 시절이 1999년 즈음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중간 시기에 인터넷이라는 현상에 대해서 굉장히 주목하게 됐습니다. 당시 내게 인터넷은 전통 매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어떤 매체적인 함의나 사회적인 함의가 너무 커서 ‘인터넷 연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에서 공부를 더 심도 있게 하고 싶어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게 됐던 것 같아요.



Q. 사회 전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단순 노동이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단순 노동이 없어진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첨단 기술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공지능을 보좌하는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단순 노동 유형을 엄청나게 늘릴 것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플랫폼 노동만 보더라도 노동하는 인간은 플랫폼을 매개해 특정 서비스와 물건을 사방으로 실어 나르고 이동하는 다양한 역할들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눈앞에 존재하는 디지털 이미지의 동물이 개인지 고양이인지 구분하는 단순 노동도 존재하는데, 이런 유형을 통칭해 ‘유령노동(Ghost Work)’이라 합니다. 이와 같은 유령노동이 존재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개인지 고양이인지 판별하는 과정에서 아직 자동화 공정으로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간의 허드렛일이 아직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저는 이와 같은 유령노동 등 새롭게 지능형 기술과 결합된 유형의 질 나쁜 위태로운 노동이 계속해서 미래에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애석하게도 ‘노동의 종말’은 없을 것이라 보고 싶습니다.



Q.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인공지능의 발전도 주목받고 있는데, 인공지능 발전에 관련해서 우려하시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오늘날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갈수록 인간의 명령 체계나 의식, 그리고 사회적인 관습이나 어떤 판단 기제를 인공지능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령, 재판 때 판사가 판결을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하기도 하고, 채용을 위해 면접관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등 많은 곳에서 이를 씁니다. 이제까지 인간이 판단하던 영역을 쉽게 인공지능에 맡기고 우리가 생각했던 의식의 사유 과정들을 생략해 버리는 현실이 강화됩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지능 기계에 의한 사회 의식의 자동화를 우려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사회의 판단 자체를 인간들이 모여 숙의를 통해 처리했다면 점차 인공지능에 맡기면서 우리는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기계에 크게 의존하고 종속됩니다. 중요한 의사 결정 부분에서 좀 더 끈기 있게 숙고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인공지능에 위임할수록 사회적 비판의식이 크게 위태로워지는 점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알고리즘 역시 인간이 짜는 것이고 인공지능을 도입하더라도 다양한 오류가 존재하고 완벽할 수 없습니다. 지능 기계를 과학적이고 정확한 것이라 여기고 과학만능주의라는 이름 하에 아무런 의문 없이 넘어가게 되는 등의 오류를 합리화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2021년 7월 19일(월)에 방송된 강연 프로그램 ‘미래수업’ 24회에 출연해 빅브라더 사회를 주제로 강연을 하셨습니다. 어떤 소재를 다루셨고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셨는지 우리대학 구성원들에게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데이터 알고리즘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강의에서는 현재 국면이 ‘데이터 사회’(Datafied Society)이고, ‘데이터가 원유’라는 주장이 나올 만큼 데이터가 경제뿐만이 아니고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들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알고리즘 기술의 경우를 보면, 누군가의 취향에 맞춰 비슷한 것들을 계속해 소비하게 만들어 편향성 또한 강화한다고 봅니다. 저는 이걸 취향 자체가 굉장히 ‘납작해진다고’ 묘사합니다. 즉 누군가의 취향의 디테일이 깊어지는데 반해, 그 디테일 바깥을 넘어서기가 어려워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정치적 식견이나 관점이 있다면 그 식견을 넘어서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미래수업’에서 우리가 경제 활동을 비롯해 각종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으면 그에 따른 데이터가 생성되는데 그 데이터를 기업들이 끊임없이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기업 이윤에 크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본래 목적인 사적인 이윤 추구를 위해 기업의 영리 활동 과정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적 데이터 오남용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을 강조했습니다.



Q. 빅데이터 활용과 관련해 개인의 취향을 은밀하게 조정하는 데이터 알고리즘은 부정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요소인가요?



  A. 긍정적, 부정적인 요소가 공존합니다. 나에 대한 정보를 나 자신보다 알고리즘이 더 잘 알게 되는 현상을 ‘알고리즘적 주체(Algorithmic Subject)’라고 하는데, 동시대 기술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소비할 수 있게 매칭하는 부분에서 엄청난 효율성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이러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알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는 기업 등이 알고리즘을 활용하거나 수정할 때, 이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그런 법제도적 의무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플랫폼 배달 노동자들의 경우에 시간이나 지역에 따라 배달 요율이 매번 바뀝니다. 이는 노동조건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달 노동자들은 알고리즘을 알려달라고 요구하지만, 회사에서는 영업 기밀이라고 알려줄 수 없다며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 사회가 데이터 알고리즘의 장점들을 활용하면서도 부정적인 요소를 최대한 없애려면 이 점에서 알고리즘의 투명한 관리와 운영이 필요하고 어떻게 투명성을 확보할 것인지 제도적인 정비와 고민이 필요합니다.



Q. 교수님께서는 녹색평론 통권 176호에서 기술민주주의를 주제로 글을 쓰셨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2010년 경부터 SNS의 대중화 이후 물리적 사회관계와 소통이 점차 SNS의 ‘소셜’ 관계성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기술이 통화에 이용되던 수준이었다면, 이제 기술적인 관계성, 즉, SNS 관계성이 우리의 전통적 사회관계를 바꾸고 있습니다.



  물론 소통의 효율성이나 긍정적인 부분을 인정합니다. 문제는 사회 공통의 관계성을 빅테크나 닷컴과 같은 사기업이 만들어내는 부분입니다. 사회적인 공통 감각의 관계성들을 기술로 바꿔내면 그것이 그리 불편부당한 기술이 아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사유화된 기술의 디자인으로 사회적 관계들을 대체했을 때 사람과 사람 간의 공통 감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톡 지옥’이란 용어가 생긴 것처럼, 단톡방에서 누군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에 대한 숫자 강박 같은 것은 예전에 없던 부류의 나쁜 기술감각을 만들어냈습니다.



  별점 문화도 비슷합니다. 플랫폼 배달 노동자나 소상공인의 경우 별점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데, 이러한 스마트 문화는 인간을 피폐화시킵니다. 사람뿐만이 아니고 어떤 건물이나 부동산 등에 대한 ‘소셜’ 평가가 과연 제대로 된 별점인지 등을 따져보면 SNS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이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SNS 별점사회’의 문제들을 되짚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한국언론정보학회에 몸을 담고 계십니다. 언론과도 연관이 깊은 교수로서 우리대학 내 언론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주시길 바라나요?



  A. 우리대학 언론은 사회적 무게감이 덜하고 학생들이 선호할 것이라 믿는 연성의 주제들을 주로 다루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반성해보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런 주제들을 다루는 것이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조금 민감한 주제와 더불어 사회 이론이나 학술적인 담론 같은 진지한 분야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뤄주면 좋겠습니다. 특히 학술 쟁점의 기사화는 대학 언론만의 특성이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교내 약자에 대한 심층적인 내용을 좀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습니다. 가령, 우리대학 내 외국인 학생들이 타대학에 비해 최근에 늘고 있는데, 그들의 캠퍼스 생활 여건이나 그들이 겪고 있는 애로점 같은 것을 다뤄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사회와 달리 학내에서 과연 약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탐사하고 학내 약자들의 이슈들을 쟁점화하고 다루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Q. 디지털 문화정책전공 교수로서 우리대학 재학생들이 명심하길 바라는 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우리대학은 특히 이공계에 집중된 학제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일까요? 자기도 모르게 취업과 관련해서,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에서 그 누구보다도 과학기술과 관련된 신뢰나 믿음이 큽니다. 달리 말해 과학기술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꽤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과학 기술은 막연하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만은 아니었죠. 과학기술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에게 오히려 비수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점에서 우리 학생들이 어느 대학보다 과학기술과 사회가 맞부딪히는 접면을 눈여겨보고, 그로부터 조금 더 과학기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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