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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인수 교수, 화학 산업계의 난제를 풀다
김시현, 심재민 ㅣ 기사 승인 2022-10-17 15  |  665호 ㅣ 조회수 : 100





▲텅스텐을 이용한 불균일 촉매가 반응하는 과정



 알데하이드는 ▲환원제 ▲향료 ▲마취제 합성에 쓰이는 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지만, 알데하이드를 합성하는 ‘알킨 하이드로포밀레이션(alkene hydroformylation)’ 공정은 경제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최근 노인수 화공생명공학과 교수(이하 노 교수)가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 알킨 하이드로포밀레이션 반응에서 80여년 동안 사용해온 균일 촉매를 대체할 수 있는 ‘고효율 불균일 촉매’를 개발한 것이 핵심이다. 노 교수를 직접 만나 이번 연구의 의의는 무엇인지 알아보고, 연구직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들어봤다.



Q.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2020년 3월부터 우리대학에 임용돼 함께하고 있는 노인수 교수입니다. 그 전에는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 대학교 산타바바라 캠퍼스에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었습니다. 우리대학에서 3년째 촉매, 그중에서도 불균일 촉매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Q. 촉매 쪽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열역학, 유체역학 등 화학공학과의 여러 주요 과목이 있는데, 저는 그중 반응공학을 가장 흥미롭게 들었어요. 아무래도 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아직도 강의 필기노트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재미있게 들었고, 교수님도 강의를 정말 잘하셨습니다. 그래서 그쪽 분야로 더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좋은 촉매는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하나요?

 A. 촉매의 성능을 평가하는 3가지 요소가 있어요. ▲전환율 ▲선택도 ▲안정성입니다. 전환율은 얼마나 반응이 잘 일어나는지를 뜻해요. 촉매의 양에 어느 정도 의존한다고 볼 수 있죠. 반면 선택도와 안정성은 양에 그다지 의존하지 않아요. 특히 선택도는 반응을 통해 여러 생성물이 발생할 때 우리가 원하는 생성물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뜻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Q. 순수과학과 공학에서 다루는 촉매의 차이가 있나요?

 A. 순수과학에서는 주로 균일 촉매를 다루고, 공학에서는 불균일 촉매를 다뤄요. 균일 촉매는 회수가 불가능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반면, 불균일 촉매는 회수가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순수과학에서는 조금 더 본질적이고 기초적인 연구를 하기 때문에, 경제성보다는 실제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가 더 중요하거든요. 반대로 공학에서는 경제성이 중요한 요소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한 불균일 촉매를 사용하는 편입니다.



Q. 이번에 네이처에 알킨 하이드로포밀레이션 반응 고효율 불균일 촉매 관련 논문을 게재하셨습니다. 기존 공정에서 사용하던 촉매의 단점은 무엇이고, 이번에 개발한 촉매의 의의는 무엇인가요?

 A. 기존 공정에서 사용하던 촉매는 균일 촉매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재활용이 불가능한 촉매죠. 가격도 비싸요. 보통 반응성이 좋아 로듐을 사용하는데 비용이 백금의 15배 수준이에요. 그런데 회수가 안 되니까 재활용이 불가능한 거죠. 그런데 불균일 촉매는 선택도가 현저히 낮아서 못 썼던 거예요. 선택도에 대해 다시 한 번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반응을 통해 A, B, C의 3가지 물질이 생성될 때, 우리가 원하는 물질인 B가 얼마나 나오는지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불균일 촉매의 재활용성을 고려해도 워낙 선택도가 낮으니까 경제성이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재활용이 안 되는 비싼 로듐을 균일 촉매로 썼던 거죠.

 이번에 개발한 불균일 촉매는 텅스텐을 이용해 불균일 촉매의 선택도를 96%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균일 촉매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에요.



Q. 연구 논문이 네이처에 게재된 소감은 어떠신가요?

 A. 박사과정을 지내면서 제 개인적인 목표가 3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거였어요. 물론 지도교수님과 같이 작성한 거라 저 혼자 썼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목표를 달성해서 뿌듯합니다. 네이처는 셀(Cell), 사이언스(Science)와 함께 3대 학술지거든요. 가장 유서 깊고 전통 있는 학술지인 만큼 저에게도 의미가 크죠.



Q. 연구 과정 중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이번 네이처에 나온 결과는 연구를 시작하고 출판되기까지 약 3년 반 정도가 걸렸습니다. 보통 박사학위 과정을 4~5년 정도 한다고 하니, 정말 오래 걸린 연구였습니다. 긴 시간동안 연구를 진행하면서 슬럼프를 겪었고, 개인적으로 육아를 병행하면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박사 후 연구원 기간 동안 처음 시작한 연구이다 보니 계약직이라는 불안한 신분이 주는 압박감도 컸던 것 같습니다.



Q. 현재 우리나라의 연구 지원에 대해서는 만족하시나요?

 A. 우리대학이 국립대라서 가스 공사나 폐기물 처리 같은 안전시설에 대한 지원이 철저하다는 점에서는 정말 만족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미국보다 더 잘 돼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몇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죠. 먼저 교수가 돼서 실험실을 만들기 위한 정착비가 매우 적어요. 협상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에서 저희 분야 교수님의 지원금은 약 4억 정도 나오는데, 우리대학의 경우 학교에서 천만원, 학과에서 2천만원으로 총 3천만원의 지원금이 나와요. 결국 랩 세팅을 위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펀딩을 받아내거나 사비를 써야 하는 거죠.

 사사 문제도 이야기하고 싶어요. 논문을 쓰는데 펀딩을 받으면 논문 마지막에 어디서 지원 받았다는 사실을 기재해야 하는데, 그걸 사사라고 해요. 그런데 사사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어서 장기적인 연구를 할 수 없고,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오면 연구를 중단해야 해서 질 좋은 연구를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죠. 조금 더 좋은 논문을 만들지 못하는 점에서 지금 랩실에 있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기도 해요.

 사실 수업과 연구를 병행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어요. 사립대는 보통 학기당 2-3과목을 강의하는데 반해, 우리대학은 채워야 할 강의 시수 (9학점) 외에도 추가 강의를 강제로 해야하는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연구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Q. 현재 진행 중인 연구가 있으신가요?

 A. 크게 3가지 연구를 병행하고 있어요. 먼저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촉매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폐플라스틱을 기존의 방식대로 기계적, 열적으로 분해하면 가치가 하락해 경제성이 감소하거든요. 따라서 경제성이 뛰어난 물질로 분해하는 촉매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두 번째로는 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활성이 높은 촉매를 디자인하는 AI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여러 데이터를 수집해 조건을 바꿔가며 효율을 살펴보는 거죠. 수집한 데이터들의 정확도 문제 때문에 직접 실험을 진행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최근 각광받는 수소를 효과적으로 생산, 저장, 운송할 수 있는 촉매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Q. 화공생명공학과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꾸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부생으로 있을 때만 하더라도 화학공학과는 공대에서 가장 전망이 좋고, 임금도 가장 높은 과 중 하나였어요. 요즘은 석유화학 산업이 쇠락하고 디지털 산업이 부상하면서 컴퓨터공학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실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거든요. 물론 화학공학과가 예전의 명성만큼 큰 인기를 얻지는 못하지만, 여러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만큼 화학공학과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학부연구생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다양한 연구를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이 분야 연구가 적합한지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 최소 3가지 이상의 분야를 해봐야 자신의 분야를 찾을 수 있거든요. 특히 학부연구생은 자신이 연구직에 맞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다만 연구직에 관심이 없다면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커리어에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는 않거든요,

 연구직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율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당장 수업이 없다면 잠깐 카페에 가서 일한다든지 하는 자율성이 보장돼 있죠. 대신 직장인처럼 온 앤 오프는 없어요. 저는 늦게 퇴근하기도 하지만 집에 가서도 보통 밥을 먹고 논문을 읽어요. 그러니까 규격화된 생활을 하는 게 싫은 학생들, 직장 생활이 맞지 않는 학생들은 연구직에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혼자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학생들은 연구직을 한번쯤 고려해볼만 해요.



Q. 마지막으로 연구직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제 지도교수님께서 항상 능동적이어야 하고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는데, 연구직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이 말을 해주고 싶어요. 많은 위대한 발명은 우연에 의해 발견됐어요. 그런데 이런 우연은 의문을 가져야 발견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이번 네이처 연구도 예상치 못한 반응 결과를 발견하고 왜 그런 것일까를 고민해서 논문이 나온 겁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과를 보고하는 논문은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늘 학생들에게 예상과 벗어나는 데이터가 나오면 저에게 보고하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함께 고민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능동적인 태도를 가지고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는 학생들이 좋은 논문을 쓰고, 좋은 연구자가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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