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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넛으로 세상을 밝히다.
서나연, 최윤지 ㅣ 기사 승인 2023-03-13 17  |  671호 ㅣ 조회수 : 589





 김재용 도예학과 교수는 전세계의 미술계에서 도넛 작가로 유명하며, 현재 한국에서도 작품의 인기와 인지도가 굉장히 높은 현대미술 작가다.



 22년 12월, 김재용 교수는 대표 작품 2점(총 1억 7천 9백만원)을 우리대학에 기증했다. 본지는 어떤 작품이 어떻게 기증됐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김재용 교수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아트바젤 홍콩과 엑스포 시카고에 전시될 김재용 교수 작품




Q. 교수님의 작품 중 우리 대학에 기증한 두 작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두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작품 중 그 두 가지 작품을 선택하신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A. 저는 원래 조각을 전공했어요. 조각을 전공한 다음에 도자기를 전공했기 때문에 제 마음은 조각가예요. 요즘 반짝이는 것들을 많이 작업하는데 그중에서도 크롬을 많이 사용합니다. 크롬은 표면을 반짝이게 하는 재료입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도색에 사용되죠. 제가 두 작품을 학교에 기증한 이유는 모든 학생들 하나하나가 용기 내서 자신의 색과 빛을 냈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제 작업 중 기증한 두 작품이 제일 화려해요.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빛내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어요. 한국은 겸손해야 한다는 유교 문화 때문에, 장점이 많은데도 그걸 이야기할 용기가 없는 모습이 안타깝기 때문이에요. 남의 눈치를 보느라 내가 어떠한 색깔의 빛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조차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밝고 화려한 작품을 기증을 하게 됐습니다.




Q. 우리대학 학생들이 기증하신 도넛 작품을 감상할 때 어떠한 관점과 시각에서 해석하면 좋을까요?

A.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봤으면 좋겠어요. 예술은 언제나 그런 것 같아요. 작품의 가격이 얼마인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이게 뭐지? 왜 내가 즐겁지? 그런 하나하나의 질문들이 결국에는 예술을 이해하는 과정이고 예술이 만들어진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저 아이 같은 순수한 눈으로 보면서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교수님의 작품을 보면 각양각색의 도넛 작품을 만드셨는데, 왜 굳이 도넛이라는 음식을 선택하셨나요?

A. 미국에서 강의 생활을 하면서 많이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지인으로부터 도넛 숍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해볼까도 고려했죠. 결국 아버지께 도움을 요청하고 이제 도넛으로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좀 더 고민해보라고 설득하시면서 “네가 가고 싶던 길은 예술인데 도넛을 팔기 시작하면 안 되지 않겠냐”면서 말리셨어요. 저는 도넛 숍을 해도 잘 할 자신은 있었어요. 그러나 자신이 없던 한 가지가 제 꿈을 이어갈 수 있을 까라는 생각이었어요.



예술을 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실험 쥐야, 너희들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뛸 거야”라고 얘기를 해놓고 갑자기 도넛 숍을 한다고 생각해봐요. 그러면 안 되잖아요. 그때가 2008년인데, 경기가 갑자기 어려워졌을 때라 수많은 학생들이 꿈을 포기하고 돈을 벌 때예요. 그것도 가슴 아픈데 저 또한 그러고 있는 모습이 가슴 아파서 예술로서 도넛 작업을 시작한 거예요.



제가 색약이라서 색깔을 잘 못 봐요. 그래서 색에 대한 두려움이 워낙 강해서 작품에 색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어요. 제가 늘 빛을 내라 그리고 색을 내라고 표현하는 게 색약이기 때문에 피해를 많이 봐서 그래요. 그러다 보니 약한 것을 한번 이겨내 보자고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자립을 못 했고 색깔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으니 도넛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약점을 이겨내는 도구로 써보고자 한 거죠.



그렇게 도넛에다 색칠 공부 아닌 색칠 공부를 시작했네요. 그걸로 전시를 하니 사람들이 색이 너무 예쁘다, 어떻게 이렇게 색을 썼냐 하면서 칭찬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자신감이 붙고 약점이 강점이 될 수도 있구나 느끼면서부터 도넛 작업이 시작됐어요. 꿈을 잊지 말고 도넛을 파는 대신 도넛을 한번 만들어보자. 그런 의미에서 도넛을 먹지 않고 벽에 걸어서 지켜보자. 꿈을 꾸자는 의미에서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Q. 작품을 만들 때 주로 무엇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A. 처음에는 도넛에서 영감을 얻었죠. 도넛으로 시작했지만 그 다음에는 도넛의 형태를 작은 캔버스로 사용하며 패션, 역사, 자연 뭐든지 저에게 새롭게 보이는 걸 표현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수족관에 갔더니 아름다운 물고기가 있었어요. 그러면 제가 보고 느낀 아름다움들을 토대로 그대로 표현하는 거예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색을 가진 자연물들을 보게 되면 그것들을 표현해보고자 노력했죠. 패션이라고 한다면 옷의 패턴이나 색감 같은 것에서 얻은 수많은 영감들을 그리고 표현해 나가는 과정이에요.




Q.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훌륭한 현대미술 작가가 되기 위한 자질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A. 나름 한국에서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작가라고 비춰주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제 자신의 잣대에 놓고 봤을 때 전 아직 한참 초보 운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제 자신이 앞으로도 더욱 강한 영향력을 미칠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두려워해서 가지 못하는 어두운 영역을 조금씩 용기 내서 뛰어 들어갔고, 그 안에서 깊이 있게 공부하고 누구도 가지 못했던 길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제가 여러분께 해주고 싶은 말은 용기 내서 스스로의 인생의 방향을 정해서 탐험해보고 경험해보라는 것이에요. 인생을 살다 보면 수많은 두려움, 유혹, 실수들이 있겠지만 이것을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나의 잣대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꿈의 향해 뛸 때 언젠가는 결과가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의 경험 중 가장 의미 있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A. 중학교 때 아버지께서 “재용아 너는 사회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라는 질문을 하신 적이 있어요. 그때 당시 저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에 대답을 선뜻 하기가 어려웠어요.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어떤 일을 하던 사회에 어떻게 공헌할지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이후로도 그 질문이 저의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고 제가 좋아하는 미술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마침내 하게 됐어요.



대학생 때 제가 만든 작품으로 처음으로 한 병원에 기증을 했어요. 제 작품으로 병들고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었죠. 백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암에 걸려서 절망적인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등 병원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저의 작품을 보면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희망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그 모습을 보게 됐죠. 저는 그게 바로 미술의 힘이고 제 삶의 큰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저는 미술을 통해 불행하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언제나 미소와 행복을 전달할 수 있는,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려 노력하는 그러한 작가가 되고 싶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을 여쭙고 싶습니다. 도넛 말고 다른 작품도 창작하실 건지, 아니면 앞으로 제작할 작품을 생각해두신 게 있으신 지 등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A.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도예과를, 그리고 더 나아가 서울 과기대를 빛내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사람들을 육성하는 것이에요. 대한민국에서 수많은 학생들을 깨우고 문화를 이끌며 나와 함께 뛸 사람들을 만드는 것이 제가 이 학교에 있는 이유예요.



제가 미국에서 저의 제자들을 최고의 학교에 보낸 경험을 통해 한 명의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저의 제자가 그 누구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합격이라는 결과를 이뤄냈으며, 이 노력으로 한 학생의 인생 또한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하나의 초를 들고서 이 초를 다 함께 켜서 제자들과 세상을 밝히고 싶어요.



결국은 문화를 밝히고 이 나라를 밝히기 위해서 학생들 마음 하나하나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하나가 작은 나무라면 학생들과 함께 푸르고 울창한 숲을 이루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가 교직에 있는 이유이자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김재용 작가에게 도넛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A. 저에게 도넛이란 기적 같은 존재예요. 사실 제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시련과 고통이 있었어요. 맨하튼에서 작업을 하던 시기에 조각가의 꿈을 져버리고 도넛 가게를 할까 알아보기도 했지요. 현실에 대한 걱정 속에서도 달콤한 도넛을 한 입 먹으면 욕심이 생겼어요.



하지만 제가 꿈을 버리고 이 달콤한 유혹을 쫓아갔더라면 저는 지금의 이 자리에는 없었을 거예요. 이러한 시절에 저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준 상징적인 것이 바로 이 도넛이에요. 그 때 당시 목숨을 바쳐 꿈을 이뤘는데 그것을 통해 최선이란 무엇이고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어요. 밤새 일하면서 돈을 벌었을 때의 긴 뉴욕 생활은 저를 성장시켰고 확고한 저의 철학을 만들었으며 이러한 경험은 제가 만드는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됐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저의 도넛 작품을 통해 희망을 얻었고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지금까지 견뎌준 제 자신이 너무 대견하고 그것을 통해 기쁨을 느껴요. 제가 한 노력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앞길을 열어주고 이 도넛 하나가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제가 끊임없이 도넛 작품을 만드는 이유예요.




서나연 기자

최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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