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열 인공지능응용학과 교수를 필두로 한 연구팀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2023년 3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ITU-T) 정보보호 연구반(SG17) 총회에서 인공지능 및 지능형 분석 서비스의 필수기술인 참조 모니터 기술에 대한 표준 사전 승인을 획득했다. 박종열 교수를 직접 만나 이번 연구의 의의는 무엇인지, 미래에 인공지능을 연구하게 될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A. 저는 시각 지능을 전공하고 있는 인공지능응용학과의 박종열 교수입니다. 얼마 전까지 인공지능응용학과의 학과장을 맡았고, 지금은 우리대학 혁신공유대학사업단의 사업단장과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의 센터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A. 여기 오기 전에는 연구소에 있었어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라는 연구소에서 16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국가의 대형 과제를 좀 해보고 싶었어요. 그때의 제 포부는 “1년에 100억원, 10년에 1천억원짜리 과제를 해보고 싶다”였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는 시점에 대학이나 기업에서 입사 제안이 있었지만, 아까 말씀드린 포부 때문에 연구소로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대학으로 오기 전에 총 800억 상당의 과제와 200억 상당의 과제를 수주하면서 목표했던 1천억을 달성했고, 후학 양성을 위해 우리대학으로 오게 됐습니다.
A. 먼저 참조 모니터가 뭔지를 알아야 해요. 참조 모니터는 우리가 통상 보안을 얘기할 때 영화에 ‘1급 기밀’ 같은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것처럼 보안 등급에 따라서 권한을 주는 기능이 있어요. 그 기능에 있어서 보안 등급의 권한에 따라 행사되고 있는지, 아니면 잘 안되는지 ‘참조 모니터’라고 하는 기술로서 제어하는 거죠.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합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악의적으로 또는 합법적이지 않은 상태로 사용하는 걸 탐지하는 기술이에요.
현재 인공지능 기술에서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대부분의 데이터는 민감 정보가 아니니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어떤 정보들은 개인 정보나 은행 정보같이 굉장히 민감한 데이터들이 있어요. 그런 위험한 데이터들이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 만큼 참조 모니터링 국제 표준안을 제시하게 됐습니다.
A. 사전 승인을 받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보통은 3년 정도면 제정되는데 다른 나라에서 반대가 꽤 있어서 8년이 걸렸어요.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정하고, 기술을 제안하고 이렇게 천천히 한 걸음씩 오면서 반대를 무마시켜 완성했어요. 오랫동안 설득해온 만큼 지금은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합니다.
한편으로는 거기에 표준 특허를 더 넣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특허 기술을 표준안에 담으면 표준을 준용해서 사용할 때 특허료를 받을 수 있어요. 지금 표준 특허가 몇 개 들어가 있긴 한데 조금 더 넣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 그런 아쉬움이 좀 있어요.
A. 제일 어려웠던 것은 GDPR(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 같은 유럽 쪽의 강경한 입장이죠. 유럽에서는 표준화 회의에 변호사가 대동했고, 미국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직접적으로 대표단하고 얘기하다가 기술적으로 밀리니까 교수와 같은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했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A. 좋았던 부분은 신설학과라서 학생들이 선배가 없으니까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선배처럼 지내면서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학생들이 뭐를 걱정하고, 또 뭐를 어려워하는지 학생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어요.
만약 선배가 있었으면 학년별로 그 학생들 챙기느라고 제대로 못 챙겼을 텐데, 1학년 때는 1학년밖에 없으니까 1학년을 챙겼고, 2학년은 2학년을 챙겨줘야 후배들을 챙겨줄 테니까 2학년을 챙겼고, 3학년은 “이제 얘네들이 곧 졸업이네”라는 생각으로 3학년 학생들을 챙기다 보니까 학년마다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요. 하지만 신설학과인 만큼 강의실을 비롯해 학과에 적합한 여러 환경을 새로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죠.
A. 기존의 인공지능이라 하면 학부 과정으로 컴퓨터공학이나 전기·전자를 전공한 다음 석사에서 인공지능을 배우는 것이 전형적인 코스였죠. 인공지능은 석·박사가 필수라는 인식이 여기에서 나온 거예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석사 몇 학기 동안 한정적인 과목을 배울 수밖에 없어요. 코딩은 할 줄 알겠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죠.
그런데 인공지능학과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연구에 필요한 수학이나 러닝머신 등을 모두 배우고 졸업해요. 이렇게 된다면 기존 석사를 졸업한 학생들의 수준까지 갖춘 후에 졸업을 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기 위해 우리 학과는 1학년부터 전공을 듣도록 커리큘럼을 짰어요. 저희는 전진 배치라는 용어를 사용해요. 인공지능 개론과 같은 전공을 당겨서 1학년부터 듣는 것이죠. 물론 1, 2학년 때는 조금 바쁘지만, 졸업할 때가 되면 다들 1인분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A. 인공지능 교육에 있어서 기본은 모두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공지능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나 생각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내가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배우는 것이죠. 전공자까지의 깊이는 아니지만, 누군가와 말했을 때 대화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는 인공지능에 대해 배웠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평생 공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학생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평생을 배우면서 살아가야 하므로 내가 어떻게 정보를 찾아가야 하고, 이런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들을 배워가면 좋겠어요.
A. 저는 학부 연구생에게 두 가지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첫째로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한다. 둘째로 연구에 대한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서 학부 연구생으로 들어오면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해주고, 연구 기회도 마련해주고 있죠. 우리 연구실은 학과를 제한해서 학생을 받지 않아요. 그래서 연구실에 들어오고 싶은 학생들이 준비하면 좋은 것이 몇 가지 있어요.
첫 번째로 프로그래밍 마인드가 있어야 해요. 코딩을 매우 잘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할 수는 있어야 하는 거죠. 말도 못 하는 애한테 국어를 가르칠 수는 없잖아요. 두 번째로 수학 관련 공부를 하고 오면 좋아요. 우리대학에도 “인공지능의 수학과 과학”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이 과목이 인공지능에 대학 백그라운드를 다루고 있어서 듣고 오면 많은 도움이 되죠. 마지막으로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의 자료 구조나 오픈 소스를 접해본 친구들이 조금 더 유리해요.
또한 연구원이라는 분야가 매우 특화된 분야예요. 석사라는 것은 내 분야만큼은 내가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석사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학부 연구생이나 석사를 지원하기 전에 자신이 어느 분야를 연구하고 싶은지 조금 더 공부한 다음 지원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에요.
A. “JUST DO IT!” 뭐든지 일단 해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일단 하면 뭐든 경험이 되고,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인공지능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분야가 많아요. 일단 하면 내가 첫발을 디딜 수도 있어서 일단 뭐든지 해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옛날에 저랑 같이 있던 연구원이 개척하려고 하던 분야가 있는데, 당시에는 다들 회의적인 반응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그 분야가 떴고, 그 친구는 독보적인 존재가 됐죠. 결국에는 많은 것을 해보는 게 학생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