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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지털 기술 사회의 이면을 성찰하다
박세정,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3-06-19 13  |  676호 ㅣ 조회수 : 562



 『피지털 커먼즈』, 『디지털 폭식 사회』, 『디지털의 배신』의 저자이자 우리대학 IT정책전문대학원의 디지털문화정책학과 교수인 이광석 교수를 만나봤다. 그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디지털 기술이 가지는 문제가 무엇인지, 또 그런 문제들에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대항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Q.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학과에 있는 이광석 교수입니다. 90년대 중반경 국내 인터넷 보급과 함께 디지털문화를 본격적으로 연구 테마로 들여다본 인터넷 1세대 연구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초기 인터넷 가입자가 크게 없던 시점이었는데,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문화를 받아들인 세대가 됐죠. 그때 이후로 글로벌 디지털 사회 현상을 주목하게 됐고, 일종의 ‘디지털문화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생태주의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Q. 『피지털 커먼즈』, 『디지털 폭식 사회』, 『디지털의 배신』 등 교수님께서 많은 책을 쓰셨는데, 이렇게 많은 책을 쓰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사회 현장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습니다. 교수들의 학문적 글쓰기는 굉장히 독자가 제한적인 작업이에요. 저는 보다 많은 독자와 소통하고 싶었고, 내 학문적 결과물을 최대한 일반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교양서 작업이 가장 수월하게 일반 대중과 지식인이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중요한 장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좀 어렵더라도 아카데미아 바깥에서의 교양서 제작 작업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최근 스마트 기술 국면이 되면서 한국 사회에 디지털과 관련된 사회 문제가 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단순히 기술을 쓰는 소비 행위만이 아니라 해당 기술이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고 우리가 어떻게 올바르게 이 기술을 사회적으로 디자인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도 스마트 기기를 쓰고 기술에 대해 감각이 깊어지면서 사회 문제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요. 하지만, 기술의 비판적 이해를 돕는 마땅한 일반 교양서나 대중서가 없는 실정입니다. 제 교양서 작업의 취지는 그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를테면,『디지털 폭식 사회』와 『디지털의 배신』이란 두 권의 책이 가장 크게 일반 시민과 호흡했던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양서 작업은 내게 생동하는 기술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고요. 앞으로도 책을 쓸 기회가 있다면 주기적으로 비판적 기술 문화 교양서를 또 써보고 싶어요. 그때가 언제쯤일지는 확실히 장담 못할 것 같지만요.



Q. 『디지털의 배신』, 『디지털 폭식 사회』를 관통하는 대주제가 어떻게 되나요?



A. 우리 사회 현실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디지털사회 왜곡 현상, 즉 디지털 발전과 성장을 과도하게 욕망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사회의 왜곡 현상을 읽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기술 대안 찾기라고 할 수 있어요.



 이를테면 음식을 절제하기 어려운 것이 폭식 현상이잖아요. 절제가 안 되니까 누군가 먹으면서도 그것이 몸에 나쁜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고, 끊임없이 먹지만 포만감은 잘 이뤄지지 않죠. 음식의 욕망처럼 기술도 흡사하죠. 한국 사회에서 과거 산업 경제 성장의 밑바탕에 제조 기술의 효능감이 존재했기 때문에 디지털 첨단 기술 또한 나라를 이끌 새로운 큰 동력이라고 믿고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디지털 기술에 대해 사회적으로 함께 성찰하거나 한 사회 안에 기술을 적용할 때 그것이 일으킬 수 있는 문제 등을 우리가 오랫동안 무시해왔어요. 그냥 폭식하듯이 기술을 먹기만 했지, 그것이 야기하는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거죠. 두 권의 교양서는 우리 사회 면면에 나타나는 기술 부작용, 특히 디지털 국면에서 우리 사회의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문제를 살피고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들을 한번 생각해 보자는 취지의 책이에요.



 최근 유행하는 생성형 AI를 보시죠. 뭔가 불안감은 있지만 사회적으로 과열돼 있어요. 효과에 대한 세심한 판단 없이 도입과 이용에 빠져 있어요. 기술에 대한 비판적 논의도 무르익지 않았거든요. 단순히 비관론이나 낙관론의 극단이 아니라, 좀 더 현실주의적 맥락에서 생성형 AI 현상을 좀 더 들여다보고 과연 잠재하는 문제를 어떻게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가 첨단 기술을 성찰 없이 과대 폭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읽어내야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반 시민이 이를 읽어낼 수 있는 통로가 많이 없어요. 이 점에서 두 권의 책은 한 사회의 신기술 정착, 도입, 적용 과정에서의 영향과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데 이제까지 그러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요. “이런저런 기술이 사회문화적으로 이런 부분에서 문제점이 있는데, 그럼 당신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분석하고 어떤 처방을 내릴 것인가”를 일반 독자들에게 묻는 작업을 이 두 책에서 하고 싶었어요.



Q. 처음에는 교수님께서 인터넷이 매개하는 사이버공동체에 대한 믿음이 컸다고 들었는데, 해당 저서들은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디지털에 대한 입장이 변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적어도 2010년대까지만 해도 정치적으로 디지털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이 컸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쓰였고요. 가령 일반 시민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거나 디지털을 중요한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거나 사회적으로 민주주의적 가치를 확산한다던가 내가 가진 정보를 다른 이들과 나눈다던가 등 긍정적인 가능성이 열려 있었던 때였죠.



 그 이후로 스마트 국면이 되면서 많은 변화가 이뤄진 것 같아요. 기억을 더듬어보면, 2009년 11월부터 아이폰이 국내에 수입됐어요. 우리가 지금 누리는 ‘스마트문화’가 2010년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죠. 스마트 기기를 갖고 모바일 형태로 공간 이동하면서 누구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졌죠. 어떻게 보면 이는 디지털 기술이 더 발전된 국면이기도 하지만, 그것의 정치적 가능성에서는 점점 닫히는 국면이었지 않았나 싶어요. 실제 스마트 국면 이래로 즉각적 상호 연결성은 기술적으로 더 증대했는지 모르겠으나, 온라인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들이 불거졌다고 봅니다.



 특히 플랫폼이 그 역할을 많이 했죠. 기업 플랫폼은 특정 자원들을 매개하고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중개업체들을 우후죽순으로 늘렸습니다. 우리는 그들 기업의 플랫폼을 앱이라는 형태로 우리의 손끝 아래에서 각종 서비스를 누리는데, 반면 이들 플랫폼은 우리 이용자들의 데이터 활동을 무차별적으로 추출하고 포획해 현실 기업의 이익을 내는 현실을 만들어냈습니다. 배달 플랫폼의 경우를 보죠. 지금 전통 제조업을 밀어내고 산업재해 1위가 배달 노동 플랫폼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플랫폼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배달을 수행해야 하다 보니 각종 교통 관련 산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요. 이제 플랫폼 기업의 AI 알고리즘이 공장 밖을 벗어나 인간의 일상 배달 노동 영역까지도 통제하는 현실에 다다른 거죠.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등 플랫폼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특정 알고리즘을 통해서 사용자들의 선호와 취향에 맞춰 무한대로 뿌려주는 방식이잖아요. 그런 맞춤형 앱들이 콘텐츠의 다양성이나 소통을 더 확대하기도 했지만, 콘텐츠 소비 방식의 왜곡을 가져오기도 했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극단적 콘텐츠를 소비하게 만들고 휘청거리게 하거나, 정치적으로 사람들을 갈라놓는 알고리즘 추천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상호 혐오와 적대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하지만, 사실은 그 안에 각자 갇힌 거죠. ‘필터버블’이란 말처럼,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서 누군가 보고 싶은 것만 계속 보고 그 밖의 것들은 못 보게 하는 거예요.



 사실상 스마트 국면은 주요 플랫폼들이 시장은 물론이고 사회 영역에서 우리의 의식과 물질적 조건을 다 새롭게 바꿔내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동안 플랫폼 앱이 편리성이나 효율성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알고리즘의 사회적 도입으로 인한 수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동안 제 입장 변화가 아니라 디지털 현실의 부정적인 변화가 맞는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이런 디지털로 인한 문제들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요?



A. 여러 층위의 대안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도적, 사회적, 시장 개입적 해법들이 있을 겁니다. 가령, 플랫폼 독과점 시장의 공정거래와 관련된 시장 내에서의 해법도 있을 것이고, 특정 인공지능의 적용과 관련한 윤리적인 해법도 있을 겁니다. 개인이나 집단적 대안들도 있겠죠. 그리고 중앙 정부나 국가 사이에 해결해야 할 정책 대안들도 있고요.



 대안을 하나로 정의하기에 어렵겠지만, 거칠게 요약하면 적어도 우리 스스로 주류화된 기술들을 그냥 주어진 대로 쓰는 것에 익숙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어떤 맥락에서 기술들이 만들어지고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기술 시대의 새로운 비판적 리터러시(literacy)가 필요합니다. 리터러시는 우리말로 보통 ‘문해력’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을 뜻했어요. 이제는 이를 넘어 기술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보고 사유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것에 대한 대안을 상상할 수 있는 우리 자신의 장악력을 뜻한다고 봐요.



 결국 적어도 개별 시민의 수준에서는 기술에 대한 비판적 이해력으로서의 리터러시 함양이 필요하고, 동시에 지금의 주류화된 기술의 흐름에 대항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대안 실천의 상상력이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Q.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오늘날 디지털 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폐해는 어떤 것인가요?



A. 기술에 대한 무반성, 즉 기술이 곧 사회혁신이라고 보는 관점이죠. 앞서 이야기했던 사례들처럼 기술이 사실은 인간에게 해로울 수도 있잖아요. 그런 문제들에 대해 고민 없이, 기술 자체를 응용해서 사회에 도입하면 100% 혁신과 연결된다고 보는 관점, 낙관론이죠.



 그래서 그런 기술들이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기여하려면 그 사회의 성숙도와 연결이 돼야 해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성 같은 민주주의적 성숙도요. 기술도 거기에 얹어서 같이 상호작용하는 것인데, 실제로 그러지를 못해왔고 기술만 혁신적이면 사회가 저절로 좋아질 거라는 그런 믿음이 있던 거죠. 그런 기술에 대한 성찰 없는 태도가 사회 곳곳에서 폐해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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