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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통적인 도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다
김민수 ㅣ 기사 승인 2023-10-16 16  |  681호 ㅣ 조회수 : 788

유의정 교수가 지난 8월 24일(목)부터 더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12번째 개인전 《유의정: 도자산책 陶磁散策》展을 선보였다. 유의정 교수를 직접 만나 이번 개인전에 대한 설명과 시행착오 등에 관해 묻고, 전통적인 도예가 현대의 우리에게 주는 의의에 대해 알아봤다.



Q. 교수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우리대학 도예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유의정입니다. 현재 도예학과에 교수님이 여덟 분 계십니다. 교수님별로 세부 연구 분야들이 나뉘는데 저는 도자로 할 수 있는 조형, 기초 도예와 도예의 전반적인 것들을 교육하는 기초 파운데이션 교육, 3·4학년과 대학원에서는 도자 예술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교육하고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도자 예술 조형 쪽 분야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현재 더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 《유의정: 도자산책 陶磁散策》展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더트리니티 갤러리에서 하는 전시 ‘도자 산책’이라는 제목의 개인전입니다. 아마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의 12번째 전시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8월 24일(목)에 오픈했고, 10월 28일(토)까지 해서 두 달 정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인전의 내용은 제 연구 분야 중 하나인 도자 예술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미술 역사에서 도자 예술은 역사적으로 오래됐고, 박물관에도 제일 많이 전시돼 있을 정도인데 그냥 전통이라는 형태 안에 머물러 있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자가 만들어진 당시에는 예술과 생활용품이라는 구분 없이 생활 공간이 공유된 예술의 형태였는데 그런 것들이 지금은 잊혀 있는 것도 아쉬웠어요. 그래서 근본적인 도자예술의 역사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용으로 전시회를 구성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형태 자체는 용준 항아리의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도자기 백자 하면 떠오르는 형태를 용준 항아리라고 하거든요. 보통 용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다고 해서 용준 항아리라고 부르는데 항아리 안에 들어가는 이미지나 매체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Q. 제목 속 ‘산책’이라는 단어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을까요?



A. 말 그대로 도자를 산책한다고 해석하면 될 것 같아요. 조용한 숲속 풍경을 보듯이 두루 볼 수 있다는 과정, 산책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술적으로 풀어보면 파리를 배경으로 관찰하던 시인이자 철학자가 전통에서 근현대로 넘어가면서 급격하게 변하는 도시 풍경을 되게 관망하는 형태를 산책자라고 용어를 칭했어요. 산업사회로 변하는 그 환경들이 얼마나 낯설고 신기했겠어요. 이러한 산책자라는 관점이 지금 제가 전통을 보는 느낌일 것 같아요. 사실 전통이라는 게 있었다고 배웠지 실제로 우리가 경험한 건 아니잖아요. 저는 연구자니까 깊게 들어가지만, 호기심이 있는 태도를 유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산책자라는 표현에 빗대어 타이틀이 정해진 것 같습니다.



Q. 이번 개인전이 지난 개인전과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A. 최근에는 제가 신도자 예술이라는 형식으로 묶어놓은 연구 카테고리 부분에 해당하는 신 청화백자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외형적으로 저번 전시랑 형식은 달라 보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청화백자와 컬러풀한 색들이 이렇게 매칭되고 충돌하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매체를 바꿨어요. 사실 작가한테 어떤 재료가 바뀐다는 건  어떻게 보면 큰 시도이자 변화거든요. 도자기는 유약, 흙 같은 재료로 구성하는 예술이에요. 조각적이면서도 회화적인 영역인데 이것을 어떤 재료로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저한테는 중요하기도 해요. 그래서 재료의 변화가 크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Q.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부분이 있나요?



A. 시행착오는 매번 겪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할 때마다 목표로 잡은 게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저나 우리 학과의 학생들, 혹은 작품을 만드는 많은 작가가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데 이것이 완벽하게 극복됐다고 해서 전시를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계속 작업을 오래 하면서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한 번씩 정리하는 차원에서 개인전들을 도중에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최근에는 재료적인 실험에서의 시행착오들이 조금 있었는데,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괏값이 나오니까 작품의 형태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이번 개인전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을 어떻게 체감하시나요?



A. 제가 학과장을 맡고 있어서 전시장에 잘 못 나가 보는데 갤러리 직원분들을 통해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사실 8월에서 10월이면 제일 중요한 시즌이거든요. 프리즈아트 기간이라고 해서 국가에서 정해놓은 주간도 있고 그 시즌에 전시가 계속 있었어요. 좋은 시즌에 전시하는 중이라 노출도 되게 잘 되고 갤러리든 미술 관계자들이 홍보를 많이 해주셔서 흥미롭게 보시는 것 같아요. 또한 도예는 흔히 공예 카테고리에서 많이 보이는데 제가 전시하는 공간은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공간이거든요. 회화 조각들이 주로 보이는 전문 갤러리에서 도자를 회화 조각처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더 폭넓은 관객들이 방문해주시고 흥미롭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추석과 어울리는 형태이기도 하고요.



Q.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도예를 공부하고 만들어오셨는데, 교수님께 도예란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질까요?



A. 도예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전공으로 선택했는데 실제로 전문적으로 배웠을 때 더 새로운 점이 많았어요. 전통적인 도예를 현대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지점들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굉장히 어려웠죠. 오랫동안 이 분야에 대해 연구하며 깊이 이해해야 표현할 수 있었고요. 재밌는 취미로 할 수 있는 도예와 다르게 잘하려고 마음을 먹으니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저도 시간을 더 들여서 연구하고 싶어 지금까지 공부했는데 아주 매력적인 학문이에요.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도 그러했으면 좋겠네요.



Q. 평소에 작품을 구상하실 때 영감을 얻는 원천이 있나요?



A. 박물관에 가거나 저보다 먼저 이 길을 간 도공들의 선례를 보는 게 가장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도자기 자체를 만들고 싶다기보다는 도자기로 어떠한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요. 그래서 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현대미술의 공간에 가서 현대의 작가들이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는 방법을 함께 공부해요. 미술은 함축적인 이야기를 이미지로 표현하기에 미술관을 자주 다니며 영감을 얻어요. 또한 도자기는 생활 공간에서 사용되기에 생활 속에서 소통되는 미술의 형태를 계속 고민해요. 미술관 액자에 걸려있는 미술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형태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져요. 꼭 미술관이 아니어도 쇼핑을 하며 쇼룸 안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죠.



Q. 현재 새롭게 구상 중인 도예작품이 있으신가요? 혹은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으신 도예작품이 있으신가요?



A. 아주 많아요. 할 수 있으면 크든 작든 매년 개인전을 하고 싶어요. 학교에서는 그걸 연구 목록이라 부르는데 연구 목록이 많이 있어요. 대학에서 처음 배웠을 때보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져서 재밌는 전시를 많이 구상하고 있어요. 가깝게 앞둔 다음 개인전은 이번 10월에 2개가 있어요.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제 도자 작품들이 한국 현대미술전이라는 타이틀로 전시가 진행돼요. 전시가 끝나면 미국에서 몇 군데 순회하고 돌아올 거 같아요. 그리고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였던 라트비아에서 비엔날레가 열리는데 10월 초에 오픈해서 준비 중이에요.



Q. 오랜 역사를 가진 도예가 현대인에게 주는 의의란 무엇일까요?



A. 도예란 아주 오래된 작업이에요. 원시인이 처음 흙장난하며 만든 게 지금까지 있잖아요. 이렇게 오래된 형태의 미술은 유일해요. 흙과 물로 시작해서 흙을 구워내는 기술이 점점 정교해진 거예요. 현재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원시시대부터 사용했던 그 재료가 무슨 가치와 매력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어요. 단편적으론 최첨단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재료니까요.



그렇지만  도예의 가치는 계속될 거예요. 모든 게 스마트폰에서 이뤄지며 비물질이 되는 시대잖아요.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경험하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가상 속에서 만들어지죠. 요즘 1학년 학생들을 보면 3D 프린터 같은 프로그램을 자주 써요. 실제로 내가 손으로 만들지 않더라도 아웃풋이 나오죠. 그런데 도예는 원초적으로 손으로 집어야 뭔가를 만들 수 있어요. 기계를 통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빚어낸 사물의 가치를 저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MP3가 나와도 LP판에 대한 선호도가 있잖아요. 같은 원리로 직접 만들어 물질로 남았을 때,  내가 그걸 소유했을 때 갖게 되는 가치도 커질 거예요. 도자기는 그렇게 생활 속에서 미술로 존재한다는 의의가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 혹은 도예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부탁드려요.



A. 저는 1학년 기초도예 수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제 수업을 듣는 4학년 시각디자인과 학생이 있었어요. 그 친구가 뒤늦게 복·부전으로 제 수업을 들으러 와서 왜 졸업 전에 왔냐고 물었죠. 그 친구는 본인의 작업이 모두 모니터 안에 있대요. 시각디자인학과는 특히나 그렇죠. 특히 코로나 시대에는 교수님과 그저 메일로 과제를 주고받고 본인이 직접 물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아웃풋이 없었대요. 그런데 흙을 만지니까 그게 일차원적으로 느껴진다는 거죠. 내가 노동을 해서 뭔가를 만들고 구워서 바로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잖아요. 그 안에 차를 담기도 음식을 담기도 하며 내 노동의 가치와 시간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도예를 추천해요. 졸업하고 취업해서도 회사에서 당장 존재감을 느끼는 결과들이 안 나올 수 있어요. 도예는 평소에 쉴 때 즐기기 쉬운 취미예요. 학생들이 취미로 도예를 접하길 추천합니다. 





오경은 기자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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