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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건축, 시간을 넘어 사회와 대화하다
임재민, 강문경 ㅣ 기사 승인 2024-04-01 17  |  687호 ㅣ 조회수 : 124

대한민국의 건축 양식은 시대별로 다양한 변화를 겪으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과거의 전통적인 모습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건축은 역사적인 변천과 함께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며 발전해 왔다. 이에 본지는 건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와 공존 가능성에 대해 알아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건축학과에 근무중인 황보봉교수입니다. 2003년 우리학교에 부임했습니다. 건축역사와 이론을 전공으로 하고 있고, 특히 비교문화사적인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 과거와 현대 건축 양식의 대표적인 특징에 대해 시대별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기점으로 이야기한다면, 그 시기 대한민국은 주체성을 상실한 시간이어서 우리의 현대 건축 양식에 대해 주체적인 개발 및 발전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선 식민시대를 경험하면서 우리의 의지와는 다르게 식민지 경영 측면의 근대건축물이 한국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건축 양식을 우리가 주체적으로 만들고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과거·현대 건축 양식에 어떤 대표적인 사례가 없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죠.



다만 우리나라의 70~80년대의 전반적인 경험을 돌이켜보면, 경제 개발을 하면서 우리의 전통 건축을 회복하려는 복고풍의 건축이 많이 유행 했습니다. 유행처럼 반복되지만, 상당히 지속성 있게 오랫동안 유지한다는 특징이 복고풍 건축양식의 긍정적인 면입니다.



Q. 복고풍의 건축양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복고는 영어로 리바이블리즘이라고 합니다. 즉, 과거로 회귀하는 거죠. 건축의 형식으로 한다면 과거의 형식을 다시 리사이클링해서 쓰거나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 유지, 반복됐다는 겁니다. 부정적으로 본다면 문화적 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굉장히 사회가 안정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래를 거의 예측할 수 있어요. 100년 전이나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은 앞으로의 50년이나 100년도 거의 같다는 말이 됩니다.



우리 사회는 지난 시대를 너무 힘들게 보냈습니다. 외세의 간섭을 피하고 싶었지만 피하기는커녕 식민지가 돼 버렸습니다. 이제 우리가 원하는 건 뭘까요? 복고로 안정된 삶을 복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즉, 우리가 원하는 이런 복고풍은 그 시대의 안정성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들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우리 현대 사회에 다시 돌려놓고 싶은데, 그 방법은 그들이 만들었던 건축물을 통한 역발상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주면 우리의 마음도 원래의 깨끗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복고풍으로 되돌릴 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정신세계 회복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즈니랜드 같은 건축물들은 굉장히 말초적입니다. 보는 순간에 굉장히 강한 자극이 오죠. 순간적으로 마음에 확 들고, 재밌고, 눈이 떠지지만, 이런 말초적인 자극들은 기본적으로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이런 말초적인 자극, 순간적인 흥미 유발, 그리고 매우 가벼운 어떤 존재감, 이런 것들이 현대 건축의 비판점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화려하고 멋져 보이지만 실제로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가 판단할 수 없어요. 혹은 예술가들이 주장하는 그 어떤 언어들이 현실과 많이 괴리돼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Q. 서울 도심에 한옥 주거지가 형성됐을 때 현대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와, 실제 공존 가능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서울 도심에 기존의 한옥 주거지가 있고, 의도적으로 조성한 지역이 있습니다. 한옥 주택들의 전제조건은 기본적으로 주택입니다. 우리 한옥은 근본적으로 주거의 용도예요. 관아가 된다면 덩치가 커졌다 뿐이지, 그 구조가 바뀌지 않습니다. 창고나 가게로 쓰는 경우라면 만들 때부터 방식이 다릅니다. 원래 그 건축이 의도했던 라이프 스타일과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이 맞았을 때 전체적인 스타일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철근 콘크리트로 건물을 지어놨는데 나는 한복과 고무신을 신고 살아가겠다”고 한다면 두 개의 스타일이 안 맞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한옥이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의 모습이 된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조성한 경우에는 단점을 있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본래의 주거 기능과 한옥의 형식미를 모두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의 한옥 지구는 이미 상당 부분 관광화, 산업화의 피해를 보고 있으며 주거지의 기능이 현저하게 위축된 상태입니다. 즉, 이런 점들이 고려된다면 도심에 다시 한옥 주거지를 만든다는 것은 못 할 것은 아니겠죠, 그러나 몹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Q.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 과정에서 과거의 것은 오래되고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역사 문화자원들이 방치되고, 훼손되는 사례들이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근대 건축물의 가치 및 보존 중요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대한민국의 근현대 건축에 대한 양식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우리 유산은 아주 빈약합니다. 따라서 근대 건축물 그 자체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은 사실 무리한 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표적인 사례를 든다면 김수근이라는 건축가가 만들어 놓은, 당시로서는 아주 획기적인 주상복합 건물 ‘세운상가’가 있습니다. 그 건물은 굉장히 규모가 크고, 그렇기에 근대적으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70년대에 획기적인 건물을 만들어냈고 근대사회가 발전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우리 도시의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입니다. 그런데도 “그 가치를 지킵시다”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또 누군가는 “그 기능을 다했습니다. 유효기간이 다 됐으니 저 건물을 철거합시다”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 모든 것을 지키면서 현대적인 삶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양자택일의 문제이므로 우리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건축가들이 사회적 문제를 고려해 건축양식을 디자인할 때 어떤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저는 건축가들이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혹은 노약자, 어린이들을 효과적으로 배려하고 도울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만일 휠체어가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문을 넓게 설치하지 않으면 휠체어는 못 들어오는 겁니다. 턱을 하나라도 높게 만들어버리면 휠체어 쓰는 사람이 혼자서 못 넘어갑니다. 크기, 재료 등을 건축가들이 섬세하게 만들어줄 때 더 윤택하고 더 좋은 사회가 된다고 믿습니다. 건축가들은 우리 사회에 공익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건축업을 통해 자신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소명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난 이 형식이 예쁘니까 반드시 다음에 이거 하나 만들어낼 거야”, “이 형식 할까?” 이런 게 아니고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건축업계에서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건축양식에 관한 최신 동향이 있나요?



A. 건축학은 종합적인 학문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면이 다 들어있어요. 법적인 규제가 있습니다. 법적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 기준을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많은 자본이 들어갑니다. 건축물은 그림과 다르게 자신이 디자인한 것을 마음대로 현실화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건축가의 윤리의식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건물을 만들 시 특정한 재료, 기술, 위치들을 이용할 때는 환경적인 측면을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많은 것들을 조정하고 균형 있게 쓰는 것은 결국은 건축가의 역량입니다. 특히 도덕적인 신념이 잘 준비된 사람이라면 더 좋은 건축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건축 형식 형태 변화 형식의 변화에 따라서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앞서 복고풍에 대해 이야기했듯이 우리의 건축환경이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므로 미래에도 이런 맥락이 바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옥을 짓는 이유는 우리가 한옥을 매개체로 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기 때문에 한옥이 나오는 거죠. 농담처럼 나이 많은 분들이 산에 가서 자연인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연인이 되기는 쉽지 않아요. 전 국토가 거의 도시화됐고 시골에도 아파트에서 사는 세상이 됐습니다. 논 갈고 밭 갈다가 아파트에 돌아오게 되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보니 더더욱 우리는 과거에 대한 로망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우리 미래의 건축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모습과 직접적으로 연계가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건축에 관심이 있거나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건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지난 20~30년 동안에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본다면 건축이라는 학문이 굉장히 거칠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학문으로 인식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건축이라는 학문에 대한 이해가 많이 깊어진 사회입니다. 또 학생들의 학업 수준도 과거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굉장히 기술적으로 바뀌었다는 거예요. 앞으로 건축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현직에 있는 사람들 모두 건축가로서 본인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미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상대의 의견들을 청취해서 가장 원만히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식의 건축을 할 수 있다면, 우리의 건축이 많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건축가 개개인에 대한 어떤 소명 의식과 직업윤리가 충만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임재민 기자

강문경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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