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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술관이 주는 의미
김서진 ㅣ 기사 승인 2024-04-01 17  |  687호 ㅣ 조회수 : 139

김서진(에너지·23)



 예술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감동하며 영감을 얻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학기에 현대예술에 관한 교양을 선택한 것도 어쩌면 내가 예술을 받아들이는 의미일 수 있다. 나는 전공이 주는 부담감과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혀 다른 분야인 예술에 관한 수업을 선택했다. 나에게 있어서 예술은 새롭고 재미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술관은 어떨까? 미술관은 우리가 예술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창구다. 미술관에 따라 작품이 주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고 ,더 잘 드러날 수도 있다. 따라서 누군가는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역할이 매우 중대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리움미술관에는 갈라 포라스-김의 작품이 전시돼있었다. 갈라 포라스-김은 작품을 통해 유물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작가다. 또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유물을 규정하고 정의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며 이를 작품에 표현한다. 그의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청자와 백자, 불교 미술품, 고서화 등 고미술 작품들을 감상한 후에 계단 통로를 마주해야 했다. 신비한 나선형의 계단 통로를 지나 아래층에 도착하면 마침내 갈라 포라스-김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미술관의 관람 동선은 관람객들에게 작품의 의미가 더 잘 와닿을 수 있게 한다.



 갈라 포라스-김은 유물들이 우리 앞에 오기까지 거친 많은 과정과 사라진 정보를 작품을 통해 전달한다. 예를 들어 석관과 고인돌같이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물들이 현대의 시스템 속에서 본래의 기능을 잃는 상황을 극복하고 고대인들의 뜻과 현대의 제도를 화해시키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는 식으로 말이다. 이 작품들은 리움미술관이 소장한 국보와 함께 전시돼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기관에서 유물의 전시와 보존, 관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살펴보게 된다. 갈라 포라스-김이 유물을 바라보는 방식은 새로웠다. 한 번도 유물과 이를 둘러싼 미술관의 소장품 관리 체계, 국가의 문화유산 관련 법령이 불확실하고 불완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은 이러한 점에서 미술관이 갖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미술관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영상 전시를 감상했다. 내가 방문한 날 상영된 영상은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라는 영상이었다. 제목부터 시선이 집중되는 이 영상은 관람객들에게 ‘눈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예술 작품을 관람하지?’라는 의문을 자아낸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작품을 보는 시라토리 씨는 미술 감상의 진정한 의미와 방법에 의문을 던진다. 런던 테이트 갤러리에 의하면 작품 당 관람객들이 머무는 시간은 약 8초 정도로 누군가는 작품을 말로 설명하는 것을 들으며 감상하는 시라토리 씨의 방법이 더 진정한 미술 감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이처럼 미술관은 작품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거나 작품을 규정하며 보전하고 미술 감상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미술관이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장소를 넘어서 대화가 이뤄지는 사회적인 공간이라는 점이다. 관람객들은 스스로 자문하기도 하고 작가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면서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간다. 더 나은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미술관이 지닌 가치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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