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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탄소중립을 그리는 에너지 정책의 미래
김서진, 김종현 ㅣ 기사 승인 2024-05-13 13  |  689호 ㅣ 조회수 : 137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탄소중립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는 지금, 전 세계는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그리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공급할 수 있을까? 이상준 에너지 정책학과 교수를 만나 에너지 경제와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에너지 정책학과 이상준 교수입니다. 주로 기후변화 정책에 관해서 연구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정책과 관련된 내용들에 참여를 많이 했었습니다.



Q. 에너지 경제학 및 정책학이라는 분야가 꽤 생소한데요. 간략하게 무엇인지 소개해 주세요.



 에너지를 소비하고 공급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경제학적인 문제예요. ‘에너지라는, 무한하지 않고 유한한 자원을 어떻게 하면 저렴한 가격에 많은 소비자가 편하게 쓸 수 있을까?’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경제학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에너지 경제학 분야는 에너지 가격, 에너지 시장, 그리고 최근에는 에너지가 유발하는 기후변화 문제 등을 경제학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라고 보면 됩니다.



Q. 최근 전 세계가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에너지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에너지 정책 수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사실 사람들마다 입장은 조금씩 다를 것 같아요. 근데 에너지가 보통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잖아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분한테 이미 잘 공급되고 있단 말이죠. 이렇게 소비자들이 원할 때 쓸 수 있어야 하므로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해요. 한편으로는 저렴한 가격에, 그러니까 소비자가 낼 수 있는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다 수입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해외에서 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볼 수 있어요.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나 원자력을 어떻게 적절한 시기에 잘 공급할지, 에너지 가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다양한 문제가 복잡하게 엮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를 연결해 주는 게 시장이잖아요. 그러면 시장을 어떻게 또 해야 할지, 이러한 문제들이 다 중요한 요소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기왕 공급할 거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들이 필요한 거죠.



Q. 최근 전기요금이 많이 올랐는데, 앞으로 전기 사용은 더욱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말합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탄소중립과 연관이 있는지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탄소중립과 연관해서 이러한 현상을 전기화라고 합니다. 탄소중립의 큰 방향을 생각해 보면 근본적으로는 화석에너지를 안 써야 하잖아요. 예를 들어 한 가정에서 난방을 할 때 화석에너지로 도시가스를 쓰는데,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이러한 도시가스를 안 써야 하는 거죠. 그래서 이런 설비를 전기로 바꾸는, 기존 화석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것이 필요해요. 이처럼 전기를 쓰는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 바로 전기화입니다.



 거기에다 앞으로 기술이 발달하면 전기를 많이 쓰는 것들이 제법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AI 기술이 발전하면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해요. 이런 설비들은 전기를 엄청 많이 쓰는 설비죠. 그래서 우리나라 탄소중립을 하기 위한 목표 시점인 2050년이 되면 지금보다 전기 소비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해요.



Q.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유리한 여건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현재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정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정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은 에너지 정책의 완벽한 답은 없어요.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수입하는 나라고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지 못해요. 국토가 좁은 나라는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할 수가 없어요. 그다음에 사람이 많은 나라는 에너지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허락을 구해야 하거든요. 이것을 수용성이라고 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풀어나가면서 일단은 전력 공급을 무탄소로 하는 게 가장 주된 관심사예요.



 어떻게 무탄소 전원을 공급하냐면, 그 와중에 두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해요. 하나는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죠. 아무리 친환경 전원이라고 해도 한 30분마다 전기가 한 번씩 끊길 수는 없잖아요. 한편으로는 또 적절한 가격에 공급해야 해요. 친환경 전원이라고 해도 지금 전기요금보다 5배를 내라고 할 수는 없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게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원을 어떻게 구성할지가 이 문제의 핵심이에요. 이것을 기본적인 바탕에 두고 이렇게 만들어가기 위한 에너지 시장, 온실가스 규제 같은 문제들이 따라오는 겁니다.



Q. 작년 9월, 스틸코리아 2023에서 “주요국들은 탄소배출에 관한 정책 정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우리나라도 관련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언급하신 바 있으신데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제도 및 법률 중 가장 시급히 필요한 정비가 무엇일까요?



 현재 에너지 부분에 있어서 제21대 국회에 계류돼 있는 특별법안이 세 개가 있어요. 이 세 개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그중 하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특별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다수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데요, 그 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저장하는 영구 저장 시설에 대한 것이 아직 결정돼 있지 않아요. 그래서 앞으로 원자력을 계속해서 활용하려면 이 폐기물을 처리할 공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관련 법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다른 하나는 재생에너지 자원 중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해상 풍력과 관련한 법안입니다. 현재는 해상 풍력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려면 풍력발전기를 공유 수면에 큰 규모로 지어야 해서 인허가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거든요. 이 절차가 대략 6년에서 7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돼요. 이렇게 설치에 시간이 오래 걸려버리면 제때 전력을 공급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과정을 간소화하고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해상풍력특별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탄소중립 사회로 가면서 전력망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데요, 최근에는 이 전력망이 더 지연되고 있어요.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힘들고 현재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제때 투자도 되고 있지 않아서죠.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전력망 특별법이 발의되긴 했지만, 이 법안도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어요. 말씀드린 세 가지 법안은 당장 당면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실히 통과가 필요한 법들입니다. 개인적으로 빨리 이 세 법안이 통과됐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저는 에너지 시장과 에너지 가격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특히 에너지 가격에 관심이 많습니다. 소비자들은 애석하게도 전기요금이 오르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현재의 전기요금은 제대로 비용을 반영하는 체계가 아니에요. 물론 소비자들을 마냥 부담스럽게만 만들 수는 없지만, 에너지 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탄소중립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화석에너지를 비롯해 현재 사용하는 에너지의 가격이 저렴하면 탄소중립을 생각하고 실천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에너지 시장에서 에너지 가격에 움직임이 생긴다면 소비자들은 에너지를 아껴 쓰거나 효율적으로 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기요금이나 가스 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가격은 정상화될 필요가 있어요. 지금은 전기요금이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죠. 시장은 여러 가지 가격변동 요인을 고려한 비용이 반영돼야 하는데 현재는 이 비용을 아무도 지불하지 않고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미래 세대가 그 부담을 나중에 떠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현재 세대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안이에요. 지금 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제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저렴한 전기요금이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것이죠. 또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부채가 엄청난 상황인데 에너지 가격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언젠가 그 폭탄은 터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은 정상화되는 게 맞습니다.



Q. 에너지 경제 연구를 통해 학자로서, 혹은 연구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는 기후변화 정책 분야를 계속해서 연구해 왔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이뤄갈 수 있을지, 탄소중립에 맞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고민해 오고 있어요. 이 분야를 연구할수록 탄소중립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이 문제가 우리 삶 앞에 당면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도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다양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등산할 때 산을 직선으로 오르지는 않잖아요. 산을 오르다 다쳐 아예 오르지 못할 수도 있고요. 이런 것처럼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도 비록 울퉁불퉁하지만 잘 닦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연구자로서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고 제안한 정책이 실제 구현된다면 정말 보람 있는 일입니다. 제가 최근에 관심을 가지는 사안 중 하나가 RE100인데요. 우리나라가 RE100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져 있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RE100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작년에도 제가 RE100과 관련해서 연구했거든요. 제가 제시한 정책들이 일부 실제 정책에 반영되기도 해서 굉장히 보람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관련 연구를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김서진 기자

tjwlsp@seoultech.ac.kr

김종현 수습기자

24100076@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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