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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상규 교수, 디자인을 통해 우리 사회를 포착하다
서나연, 서유정 ㅣ 기사 승인 2024-06-24 17  |  691호 ㅣ 조회수 : 127
디자인의 역할은 오래전부터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의자는 사람들이 앉기 위해 설계된 가구로, 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가구 중 하나로 여겨진다. 우리대학의 김상규 교수는 일상 속 물건인 의자에 사회적 의미를 발견했다.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산업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는 김상규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산업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가구 회사에서 의자 디자인을 오랫동안 하다가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다 학교로 오게 되어 디자인과 관련된 수업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고 지금은 도서관장과 신문 방송사 주간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Q. 평생 디자인을 한다면 무엇이 좋을지 고민하신 끝에 ‘의자’가 가장 좋은 아이템이라는 결론을 내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의자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제가 대학원을 다니며 나중에 어떤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디자인 사회에 나올 수 있을 만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습니다. 그때 디자인사를 공부하며 가장 눈에 띄었던 아이템이 의자였습니다. 시기마다 그 시대의 아이콘이라든지 그 시대를 보여주는 어떤 지표 같은 산업 디자인 결과물이 있는데, 그중에 제가 가장 매력을 느꼈던 건 의자였기 때문에 의자를 디자인 해 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사물이기도 해서 의자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게 됐습니다. 의자는 다른 것처럼 필요할 때만 쓰는 게 아니고 거의 하루 종일 내 몸에 계속 닿고 있어서 사물로 봤을 때는 가장 긴 시간을 함께하는 사물이기 때문에 더 관심을 많이 갖게 된 것 같습니다.



Q. 의자 디자이너로 시작해 큐레이터, 평론가, 교육자 등 다방면에서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쌓은 지금, 여전히 ‘의자’가 가장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의자 디자인을 계속 해왔습니다. 회사에 소속된 디자이너로서 의자 디자인을 4년 정도 했고, 회사를 나오고 나서도 독립적인 디자이너로서 근래까지 의자를 디자인했습니다.

의자를 디자인의 대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의자가 가진 사회·문화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방식에도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방식도 있고 글을 통해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그걸 풀어내는 것은 의자라는 사물에 대한 관심을 환기해 주는 하나의 샘플이 되는 것으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디자인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 디자인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여전히 매력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교수님의 자취를 들여다보면, 상업성보다는 공익과 소외된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을 디자이너로서 중요한 가치로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는 걸까요?

A.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상업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많은 디자이너가 상업적으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외에 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데,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죠. 예술은 사회에서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해왔지 않습니까? 미술 같은 경우는 정치적인 억압이 있을 때 민중 미술 등의 역할들을 하면서 대중들도 미술이라는 게 개인의 창작을 넘어 사회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참사가 있을 때도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같이 애도하는데 디자인은 그런 역할들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공공성 있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회적 의식을 가지고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긴 있지만, 그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이라는 것이 단지 어떤 수익을 창출하는 장르, 역할이라든지 기능뿐만이 아니라 동시대적인 어떤 가치들을 해석해 내고 또 그걸 통해서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다른 장르에 비해서 너무 그런 부분이 약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Q. 『디자인과 도덕』에서 디자이너들에게 책임과 도덕을 요구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A. 『디자인과 도덕』은 도덕을 너무 요구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디자이너들은 사실 어떤 결정권도 없습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디자인도 있죠. 너무 럭셔리해서 일반인들에게는 상실감을 주는 디자인도 있고, 아니면은 젠더 이슈를 만들어내는 디자인도 있고, 특정한 혐오를 일으키게 만드는 디자인도 문제가 많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디자이너는 사실 아무 결정권이 없는데 마치 디자이너만의 책임처럼 만들어지는 문제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Q. 그렇다면 급변하는 사회 속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정말 디자이너들이 도덕적인 각성을 해서 한국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예를 들어 퀴어퍼레이드에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면 사회적으로 또 비판을 받습니다. 그런 것처럼 디자이너들이 좀 더 진보적인 입장을 가졌을 때 사회적인 압박감이 있습니다. 디자이너들한테 요구하는 도덕이라는 건 아주 작은 정도의 수준입니다. 지구가 계속 더워지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에콜로지에 대해서 각성하게 하는 디자인 이런 정도의 것을 가지고 얘기를 한단 말이죠. 그리고 이런 것들이 왜곡된 방식의 도덕적 부채감을 안겨주는 것 . 여기서 문제 제기를 한 것입니다. 사실 디자이너도 얼마든지 진보적일 수 있고 정치적일 수 있고 이 사회의 어떤 변화를 촉구할 수도 있어요. 이 사회가 그런 부분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했습니다. 근본적으로 도덕성에 대한 제한된 영역에서 디자인이 어떤 도덕적 가치를 갖는지만 얘기하지 말고 좀 더 크게 어떤 새로운 일들을 할 수 있게 해보자 이런 얘기를 한 것입니다. 디자인의 역할은 오래전부터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억압이 더 나은 삶을 못하게 만드는 거라면 그걸 깨는 것도 사실은 디자인의 역할이 되는 거죠. 그런 역할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해보려 했습니다.



Q. 디자이너들의 사회적 보상이 업계에서 중요한 이슈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있나요?

A. 제가 학교에 온 지 지금 14년 정도 됐는데, 처음에 학교에 와서 느꼈던 거는 학생들이 너무 착한 거죠. 디자인 역량을 4년 내내 학습하는데 거기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만한 장치가 별로 없습니다. 예전에는 취업률도 높았고 어느 회사에 들어가든지 열심히 일을 하면 승진도 하고 디자이너로서 본인 진로를 이뤄 갈 수 있는 시기였죠.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럴 때 마냥 디자인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게 학생들에게 좋은 거냐? 그리고 교수 입장에서 디자인을 잘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만이 좋은 것이냐?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Q. 먼 미래에 사회에 진출하게 될 디자인과 학생들이 이러한 이슈에 있어서 개인적 측면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A. 계약을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디자인 하지 말라고도 얘기합니다. 실제로 졸업생들 중에 자기가 디자인했던 활동에 대한 보상을 못 받은 경우도 많고 또 실제로 급여도 높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 있죠. 그 상황에 대해 설명을 잘해 줘야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판타지를 심어주는 것도 필요하죠. 저학년 때는 자기 전공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하고 그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실의 냉혹한 부분들을 알려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겁을 주려고 하는 건 아니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식으로 무장을 해야 된다는 것도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나 의사처럼 사회적인 인식이 높아서 그 사람에 대한 존경이 있다면 좋은데, 디자인은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지식을 갖춰서 이 분야에 대해서 지식과 실천을 다 겸비하는 것이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고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두 가지를 다 겸비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내가 착취를 당하지 않아야 되기 때문에 그걸 위해서는 어떻게 지혜롭게 이 디자인 프로젝트를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얘기도 하긴 하죠. 저도 그렇게 잘하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막연히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나의 기여를 무상으로 한다거나 이런 것들은 좀 더 고민을 해봐야 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서나연 기자

jsdgtj@seoultech.ac.kr

서유정 수습기자

suj7260@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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