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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행정학과 33년의 인연, 학문으로 이어지다
이소미, 최가예 ㅣ 기사 승인 2025-04-14 21  |  702호 ㅣ 조회수 : 74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이 세대를 거쳐 새로운 길을 만든다면 그 길은 단순히 발자국이 아니라 유산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대학 행정학과의 개설과 함께 첫 발을 내딛은 정익재 교수(이하 정 교수)가 그러한 유산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 교수의 제자였던 1회 입학생의 제자가 우리대학 행정학과에 입학했고 올해는 그의 동생까지 우리대학 신입생으로 들어오며, 이 특별한 인연은 더욱 깊어졌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 학문이라는 끈으로 연결된 이들의 이야기는 지식 전달을 넘어 세대를 잇는 인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정익재 교수와 최민석 학우(행정·20)를 만나 학문의 전통을 이어가는 이들의 특별한 인연 속에서 교육이 지닌 깊은 가치와 의미를 찾아봤다.





▲ 정익재 행정학과 교수



Q. 우리대학 행정학과의 시작부터 33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원칙이 있나요? A. 92년도부터 강의를 시작했고 정교수 발령은 93년도에 받았습니다. 원래 우리대학은 공과대학이 중심이었고 인문사회계열은 몇 개 안 되던 시절이라 교양학부에서 시작해 하나의 학과로 독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육자로서 제 생각에는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이미 기본 소양을 배웠으니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맡은 일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해 왔으며 시험도 오픈 북 방식으로 진행해 자료를 인용할 수 있으나 반드시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 능력을 기르게 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많은 제자를 배출하셨는데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저는 제자들과의 관계를 스승과 제자라는 위계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독립된 사회인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출석을 굳이 부르지 않아요. 수강 신청 자체가 서로의 묵시적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만약 수업에 빠진다고 해도 미리 이메일로 연락해 주면 인정해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도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수업에 참여해 주길 바랍니다. 경쟁이나 강제적인 통제가 아니라 서로 수평적이고 독립적인 존재임을 존중하며 인연을 이어가는 관계가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Q. 교수님의 제자인 1회 입학생이 학원 원장이 돼서 제자를 양성하고 그 제자가 다시 우리대학에 입학해 교수님의 제자가 된 이 특별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그 친구(1회 입학생)는 여러 가지 고민도 많았고 나름 반항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2학년을 마치고 3학년 때쯤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났다가 결국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그때 떠나면서 나한테 선물해 준 라이터가 있는데 담배를 피우지 않는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인연이라는 게 꼭 무슨 교과서에 나오는 거창한 게 아니라 이렇게 스쳐 지나가면서도 어딘가에서 다시 맞닿는 그런 연결일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렇게 시간이 꽤 지나서 어느 날 한 학생이 1회 입학생의 제자라면서 찾아왔어요. 나중에는 친동생까지 우리대학에 입학해서 둘이 함께 인사를 왔습니다. 비록 특별한 사건이나 드라마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이런 흔하지 않은 인연을 오랜 시간 이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사연처럼 제자가 다시 후배들을 교육하는 모습을 보시며 보람을 느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제자라고 해서 제가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그들은 독립된 사회인이며 각자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다만 졸업 후에도 1회 입학생부터 시작해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서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런 모습이 저에게는 큰 의미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제 발자취이자 제 인생의 각자 다른 페이지라고 생각해요. 수평적이고 자연스러운 관계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쌓여 가는 것이 제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Q. 교수님의 개인적인 인생 경험이나 가치관에 있어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나요? A. 저는 제 인생 자체가 교육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보다 놀러 다닌 경험들이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든 밑거름이 되었어요. 저는 아주 일찍 결혼해 23세에 아내와 함께 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은 41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직접 만든 도자기, 어머님께서 주신 부적처럼 소소한 물건들이 저의 개성과 다양성을 지켜온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점점 표준화되고 획일화돼 가는 현상 속에서 오히려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는 남들과 똑같이 되려 하지 말고 자신만의 색과 개성을 잃지 않길 바란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왼쪽부터)최민석 학우와 동생



Q. 우리대학 행정학과 1회 입학생의 제자라고 들었습니다. 그 분과의 인연이 우리대학에 입학하는데 영향이 있었나요? A. 그 분은 단순히 저의 학원 선생님이 아닌 제 인생에서 스승님 역할을 해주신 분입니다. 학원에 다닐 당시엔 선생님께서 우리대학 행정학과 재학생이셨다는 걸 몰라 대학 합격 후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우리대학을 입학하는 데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행정학과를 선택하는 데에는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영어를 가르치셨는데 수업 시간에 영어보다 우리 사회의 정의, 다시 말해 우리가 어떻게 바르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자주 말씀하셔서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관심이 갔습니다.



Q. 정익재 교수님 수업을 통해 특별히 감명 깊었던 학문적 태도나 가치관이 있으신가요? A. 교수님은 단순히 정답을 찾기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쓰는 방식으로 답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가능성을 고민하게 만드는 수업 방식을 많이 배웠습니다.



Q. 제자의 입장에서 정익재 교수님과 선생님의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느끼시나요? A. 두 분 모두 저에게 큰 영향을 주셨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교수님은 체계적이고 규범적인 면이 강하신 반면, 선생님은 흔히 말해 자유분방한 성격이십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실 선생님께서는 예전에 말을 잘 듣지 않는 제자였다고 하세요. 그래도 교수님과 선생님의 인연이 30년 정도 됐는데도 꾸준히 교수님과 연락을 하시는 것처럼 둘 사이의 차이보다는 스승과 제자 간의 인연이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점이 공통적입니다. 또한 두 분 다 다양성을 강조하세요. 행정 민주주의는 다양성이라는 말씀을 종종 하시며 단순한 이윤 창출보다 다양한 방식과 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Q. 스승과 제자 간의 오랜 인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저는 어릴 적부터 수많은 선생님들과 꾸준히 연락을 유지해 왔습니다. 단순히 학교를 졸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인생 전반에서 선생님들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줬고 앞으로도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싶습니다.



Q. 동생이 올해 우리대학 25학번으로 입학했다고 들었습니다. 형제가 같은 대학에 입학하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제 경험과 노하우가 동생의 면접 준비나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대학 교수님들은 교양과 인성같은 인간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시기 때문에 동생의 장점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면접 준비에 도움을 줬습니다. 또 이미 형으로서 학교의 분위기와 운영 방식을 알고 있기에 동생이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는 소속감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저는 현재 행정학과 20학번 과대표로 일하고 있고 동생도 저의 영향을 받아 25학번 전기정보공학과 과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선생님과 교수님의 특별한 관계처럼 형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학교에 소속감과 애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인연이나 학문의 전통에 대해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나요? A. 저는 교수님께서 처음 우리 학교에 오셨을 때 가르치신 제자들이 나중에 또 다른 제자를 양성하고 형제처럼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선생님, 교수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스승님으로 생각하는 것처럼요. 이분들에게 받은 선한 영향을 잊지 않고 은혜에 보답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또 새로 입학하는 후배들에게도 이러한 관계의 소중함을 가지고 대학생활을 즐겼으면 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이소미 기자 somi226628@seoultech.ac.kr

최가예 기자 rkdp1105@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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