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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신데렐라' 될 뻔한 생활관생
강진희, 주윤채 ㅣ 기사 승인 2018-10-22 15  |  608호 ㅣ 조회수 : 966
누리·수림학사 통금 논란 불거져



  지난 15일(월) 누리학사와 수림학사에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오는 11월 1일(목)부터 24시 이후 생활관 출입문을 개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생활관 사생 수칙’ 제4조(일과시간)에 따르면 사생들의 귀사시간은 밤 11시 30분으로 지정돼 있다. 제16조(금지행위)에 따르면 밤 12시 이후 불필요한 관내 왕래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 수칙들은 몇 년간 지켜지지 않았고 실제로 사생들은 원하는 때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생활관을 출입할 수 있었다. 누리·수림학사 관리소장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사생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관리소장은 출입을 통제하는 이유로 ▲사생들이 늦은 시간에 음주한 뒤 사생실 번호를 잊어버려 직원에게 사생실 문 개방을 요구한 점 ▲복도 및 공용 화장실에서 구토하고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점 ▲너무 늦은 시간에 휴게실에서 소란을 피워 휴게실 옆 사생실에서 생활하는 학생이 민원을 제기한 점 등을 꼽았다.



  사생들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싸늘하다. 사생들은 “왜 누리와 수림학사만 출입을 통제하느냐”, “행동에 책임을 지지 못한 대가다”, “문제 학생을 처벌해야지, 왜 다른 사람한테까지 피해를 주냐”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대학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 2015년 한겨레 신문에서 조사한 결과 전국 4년제 종합대학 180개교 중 72.8%인 131개교가 ‘점호 또는 폐관 시간’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었다. 한국해양대는 출입금지시간을 새벽 2시로 정하고 있었다. 단, 시험기간, 축제기간과 같이 특별기간에는 한시적으로 통행금지시간(이하 통금시간)을 없앤다. 건양대는 평소 통금시간이 오후 11시 30분으로 정해져 있지만 시험 1주일 전에는 새벽 2시로 통금시간을 조정한다.



  생활관 통금시간은 사생들의 안전을 이유로 도입됐다. 허나 정해진 시간에 생활관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새벽까지 밖을 배회해야 해 오히려 학생들을 위험으로 내몰기도 한다. 학생들의 인권과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통금시간을 폐지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생활관 통금시간이 없는 학교로는 ▲서울대 ▲연세대 ▲아주대 ▲충남대 등이 있다.



사생 90% “통금시간 필요 없어”



  누리·수림학사 사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생활관 통금시간에 대한 학우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총 응답인원 63명 중 약 90%인 57명이 ‘생활관 통금시간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생활관의 통금 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63.5%인 40명이 매우 불만족, 19%인 12명이 불만족이라고 응답했다. 이 물음에 만족 혹은 매우 만족이라고 응답한 이는 총 8명으로 12.7%에 불과했다. 주 이유로는 “아르바이트가 늦게 끝난다”, “과제가 많아 야간작업을 해야 하는데 통금이 생기면 과제를 끝낼 수 없다”, “직원들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학생들이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것 같다”와 같은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사생이 문제를 일으킨 사생에게 따로 벌점을 부여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누리·수림학사 김봉남 관리소장은 “벌점을 주려면 호실 번호라도 알아야 하는데 만취한 학생들에게 호실을 물어봐도 답해주지 않고, 사진을 찍는 것은 초상권 침해라고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생활관 행정실 A 주무관은 “벌점은 학생을 퇴소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고의 목적”이라며 “퇴소 기준인 5점에 가까워지면 직접 연락을 취해 벌점이 잘 쌓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제 외부인 무단침입, 절도, 고성방가 등 특별한 이유를 제외하면 벌점이 쌓여 퇴소당한 사생은 없었다.



통금 조치는 관리소장의 독단으로 밝혀져



  김 관리소장의 통보는 생활관 행정실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진행된 일이었다.



  A 주무관은 “출입문 통제는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대학원생들도 야간에 연구실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대학생들도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을 이었다.



  A 주무관은 김 관리소장이 이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생활관을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다 보니까 그 나름대로 사생들 관리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누리·수림학사를 제외한 다른 생활관들에 대해서도 출입문의 통제에 관해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관리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의 고충이 너무 심해 경고의 의미로 해당 게시글을 부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용변을 아무 곳에서나 처리하는 만취 상태 사생에게 치워달라고 부탁했지만 경비 주제에 왜 간섭하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생들이 많고,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본인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학생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더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통금시간은 생활관 수칙에 안내가 돼 있기에 본인의 행동이 부당한 일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의 원인은 생활관과 사생들 간 소통의 부재였다. 이번 통금시간 사태 또한 사생들에게는 갑작스러운 통보로 다가와 그 충격이 더했다. 설문 결과 많은 사생이 생활관에서 사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행정 업무를 수행해주길 바랐다. 김 관리소장도 마찬가지로 사생들이 공지에 더 잘 따라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표했다. 그는 “누리·수림학사는 중앙제어가 필수적인 친환경 에어컨을 사용하는데, 각 호실에서 임의로 조작해 그 층 전체에 오류가 생긴다”며 “임의 조작을 하지 말라고 공지해도 자꾸 에어컨을 조작해 다른 사생들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전했다.



안전 VS 사생활, 무엇이 먼저일까?



  몇 주 전 생활관 내 ‘부재중 배터리 충전 등 전수조사’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화재사고를 예방하고자 불시에 생활관을 전수 점검해 화재 위험 요인이 있을 시 전량 회수한다는 안내였다. 하지만 해당 호실에 사생이 없는 경우에도 직원이 문을 따고 들어와 점검을 진행했다. 사생들은 무단으로 방에 들어오는 것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생활관 측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A 주무관은 “최근 교내에서 화재사건이 5건이나 발생해 공문이 왔다”며 “대부분 사고가 사람이 없을 때 발생했기 때문에 학생이 없어도 조사를 시행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충분한 안내를 했고 막무가내로 들어가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며 난감하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A 주무관은 “사생들이 불쾌했던 점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하고 싶지만 생활관생 2,600명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생활관 청소가 안 되는 것 같다는 민원이 많지만 미화원분들이 꾸준히 청소하고 있고 깨끗한 생활관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진희 기자

hee06024@seoultech.ac.kr



주윤채 기자

qeen0406@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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